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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난무한 국세청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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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난무한 국세청 청문회

[불법대선자금 청문회] 16명 증인 중 7명만 출석

국회 법사위는 10일 오후 국세청에서 '불법 대선자금 등에 관한 청문회'를 열고 썬앤문 그룹의 감세 청탁 의혹 등을 추궁했다. 이날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16명의 증인 가운데 7명의 증인만이 출석한데다가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이 한나라당측 증인이 채택돼지 않은 것에 반발, 모두 퇴장해 반쪽짜리 청문회로 개회됐다.

김근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오전에 금융감독원 청문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오후 국세청 청문회를 저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용규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나라당 최돈웅, 김영일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 이재현 재정국장 등 불법대선자금에 관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모두 퇴장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은 청주 리호호텔 사장인 이원호, 이원호의 처인 공음분, 리호관광호텔 전 전무 이문웅, 전 국세청장 손영래, 썬앤문 그룹 부회장 김성래, 상록건설 대표 위성욱, 현 국세청장 이용섭이 출석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는 검찰과 특검 수사 내용 이상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했고, 관련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그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쟁점 1. 노무현 후보의 감세청탁 의혹**

법사위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썬앤문 그룹의 감세청탁에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2003년 12월 16일 대검 중수부는 손영래 전 국세청장에게 지난해 썬앤문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기간에 손 전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홍모 과장으로부터 '최소 추징액 71억원'이라는 보고를 받고 이를 25억원 미만으로 대폭 감액하도록 홍 모과장에게 지시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은 9일 법정에서와 같은 내용으로 "문병욱 회장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감세청탁을 지시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누구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도 없고, 홍 모과장에게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해 진술이 엇갈렸다.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은 9일 법정에 이어 이날 청문회에서 "노무현 후보가 전 국세청장인 손영래 씨에게 직접 전화를 해 감세청탁을 했다는 말을 썬앤문 회장인 문병욱 씨에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문병욱 회장의 부산상고 4년 선배다. 평소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가족관계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 부회장은 "2002년 썬앤문에 특별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1백20명의 세무조사원들이 4개 호텔과 사무실에 와서 다 압수수색을 한 결과 세금 추징액이 1백71억 정도가 나왔다. 아는 주변 어른들을 찾고 국세청에 다니면서 소명자료를 내며 뛰고 있었는데, 같이 회계업무를 하던 박종일 세무사가 '손영래 청장이 결심을 못하고 있으니, 노 후보에게 전화해달라고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문병욱 회장에게 얘기했고, 문 회장이 안희정 씨에게 부탁했다. 그때 노무현 후보가 후보 당선이 되고 처음 부산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여서 문병욱 회장의 부탁에 의해 안씨가 부산에 내려가 노 후보에게 부탁을 했고, 노 후보가 손 청장에게 전화를 했다. 노 후보가 첫날 전화했을 때는 손 청장이 자리에 없어 통화가 안됐고, 그 다음날 통화가 됐다고 나중에 문 회장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안희정씨는 만난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 검찰이나 법원 등에서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의원들은 내 얘기보다 주위에서 떠드는 말을 믿는 것 같다. 노 후보에게 전화받은 일이 없다. 양심을 걸고 얘기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손 청장은 "국세공무원을 30년 했다. 어느 누가 한번 전화했다고 (세액을) 반 뚝 자르라고 말하겠냐. 그렇게 세금이 바뀌었으면, 문 회장하고 통화를 했다든가, 노 후보와 전화한번 했다던가해야 되는데, 통화한 적이 한번 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손 전청장이 감세 청탁과 지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자, 홍 모과장이 제출했다는 썬앤문 감세 서류에 '노'라고 쓰여있는 부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노가 아니냐"며 추궁했다.

손 전청장은 "내가 '노'라고 쓴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가 분명히 영어로 'NO'다, '아니다'라는 뜻의 'NO'라고 진술한 것을 분명히 들었다"고 반박했다.

의원들은 보고 자료에 실무 과장이 마음대로 어떤 표기를 할 수 있느냐며 재차 추궁했고, 이에 이용섭 현 국세청장도 "실무자가 중요한 보고용으로 만든 서류이고, 정식결제용이 아니"라며 "보고자 개인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쟁점 2. 노무현 후보의 썬앤문 자금 수수 여부**

의원들은 썬앤문이 노무현 후보에게 제공한 불법자금의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먼저 "썬앤문에서 제공한 불법자금이 얼마냐"고 김성래 부회장에게 질의했다.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은 "노무현 후보가 문병욱 회장에게 직접 돈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며 "포장돼 있는 안의 돈은 본 적이 없고, 포장돼 있는 것만 봤는데 총 세 뭉치였다. 한 뭉치는 신상우 씨에게 줬고, 노 후보에게 두 뭉치가 갔는데, 한 뭉치에 5천만원 씩 총 1억원이 전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2월 말에 썬앤문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하며, 문 회장이 신상우 전국회부의장에게 2천만원, 당시 수행비서였던 여택수 씨에게 3천만원을 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의 진술은 이같은 사실을 뒤엎는 것이지만, 김 부회장 역시 "돈 뭉치의 부피 등으로 미뤄 짐작한 것"이라고만 밝혀 그 신빙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간 일관되게 주장해온 썬앤문의 노 후보 95억원 지원설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인했다.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이 검찰수사 녹취록을 거론하며 '노 후보에게 정치자금 95억원을 제공했다는 표현이 있다'고 지적하자 김씨는 "썬앤문 법리이사였던 하연택씨가 돼지저금통 금액 95억원을 얘기했을 때 '우리 회장 돈이 안들어 갔을 리 없다'고 한 것"이라면서 "회장이 자금에 대해 하기(다루기) 때문에 자금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수사 녹취록에 나오는 95억원이 노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씨에게 준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대해 질문하자 "대검에서 조사받으면서 분석해보니까 '이양재'를 잘못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문회 이모저모**

이날 출석한 증인은 모두 7명이었지만, 대부분의 질의는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과 손영래 전국세청장에게 집중됐다.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사장인 이원호 씨와 그 처인 공음분, 전 전무인 이문웅 등은 거의 질의를 받지 않았다.

출석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린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 씨는 이날 '일신상의 이유'를 대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법사위원들은 "동행권을 발동해서라도 출석시켜야 한다"고 항의했지만, 김기춘 위원장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의원들의 가장 많은 질의를 받은 김 부회장은 "자살했던 정몽준 회장의 심정을 이해하겠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김 부회장은 "내가 겪은 얘기를 주변사람들에게 하면 소설이나 드라마 같다고들 하는데, 특검이나 청문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불법대출로 인해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며 "의원들이 청문회를 열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5일 법사위에서 제기한 하나은행 CD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특검이 수사를 거부하자 이날 국세청에 조사를 해줄 수 없느냐고 이용섭 국세청장에게 물었다.

이에 이 청장은 "세무조사는 세금목적으로만 행사돼야 되고 구체적으로 특정기업의 세금 탈루 혐의가 있을 때, 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조사만 가능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홍 의원은 "정식조사는 아니더라도 국세청에서 예비조사 명목으로 정상적인지 비정상적인지 알아볼 수는 있지 않냐"고 이 청장을 다그쳤다.

이 청장은 "홍 의원님도 잘 아시지 않냐"며 "증여세 탈루를 조사하더라도 누구의 증여세가 얼마정도 어떻게 있을 때 조사권이 발동하는데, 애매모호한 사건을 가지고 조사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들은 이미 법원에서 진술한 내용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여러 의원들이 제기했던 의혹들에 대해서도 밝혀진 것은 없어, '혹시나'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역시나'라는 답변만을 들려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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