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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 한나라 행사서 한나라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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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론인들, 한나라 행사서 한나라 질타

당 소장파도 공감하며 파격 제안하기도

한나라당을 향한 각계 인사들의 독설에 가까운 '쓴 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가 3일 '민심은 한나라당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언론인 초청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의 역사 인식과 정체성에 대해 질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MBC 뉴스 앵커 이인용 기자와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 연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공개 토론회가 개혁 공천을 포장하기 위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들도 언론인으로서 한 정당의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고민이 깊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연대 소속 참석자들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쓴 소리를 거침없이 털어놨다.

***이인용, "한나라당은 지역정서, 반DJㆍ반盧에 기초한 이념공세에만 매달려"**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기도 했던 이인용 기자는 국제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냉전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 이념 공세만 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총선을 앞두고 다시 색깔론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한나라당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 대선 당시 미국에 있으면서 인터넷을 통해 대선 과정을 봤다. 당시 한나라당의 고위 공직자는 걸핏하면 색깔론을 제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대변인'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아무리 선거전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한나라당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다."

"대북 강경론은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다. 김영삼 정부는 여론이 들끓으면 강경론을 꺼냈다. 그러나 강경론은 늘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북한은 우리를 철저히 따돌렸고, 우리는 어쩔 수없이 북한을 제어해 달라고 미국에 매달렸다. 유효한 정책수단은 다 잃었고, 자주적인 외교를 가장 못했었다. 헛된 이념싸움의 포로가 된 것이다. 그 안에 한나라당이 아주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전술적인 유연성 결여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큰 전략적 틀은 바로잡고 있다고 평가됐다. 한나라당은 냉전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말 그렇게 믿었는지, 당리당략을 위해 그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원내 제 1당이라면 분단현실과 이를 타개할 외교 전략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 대한 모습이 한나라당에는 전혀 없었다. 냉전적 사고에 기초해 이념적 공세만 폈을 뿐이다. 전술적 유연성을 상실한 김대중 정부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지만, 적어도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은 건국의 기초를 다지고, 경제를 부흥시켰다. 그 과정에서 권력이 남용됐고, 부패되고, 분단 상황도 악용됐다. 이 세력은 다른 한쪽의 민주화 세력에 대해 도덕적 부채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보수 세력은 정권 교체시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돼서 스스로를 깨끗하게 했어야 됐다.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보수의 가치를 훼손했다. 국민에게 지켜야할 가치조차 버려야할 가치라고 인식케 했다. 지역정서와 반DJㆍ반盧에 기초한 이념갈등 정서. 이런 한나라당을 국민은 외면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준다."

이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자성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그는 "정치는 언론이 무엇을 주목하는 지 지켜보고, 언론이 주목하는 부분에 대해 정치가 맞춰간다"며 "FTA무산 같은 경우를 보도할 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는 능숙하지만, 경제의 이해득실,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은 안하고, 언론은 센세이셔널리즘까지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이러한 언론 역시 정치와 마찬가지로 '3류'라며 정치권과 같은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정치와 언론은 같이 간다. 정치를 3류라고 하는데, 부끄럽지만 언론도 3류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자로서 정치를 질타하면서 이 부분을 뺄 수 없었다. 정치도 언론과 같이 업그레이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중, "소장파들이 물갈이 대상 1호"**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은 보다 직접적인 정치 문제를 언급하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특히 윤 위원은 이날 토론회가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주최로 이뤄진 것과 관련해 소장파들에게 '기회주의자'라고 몰아쳤다.

윤 위원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5년 동안 쓴 칼럼을 쭉 조사하면서 한나라당을 비판했던 관점이 11개가 나왔다"면서 "그런데 그 11개 중에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도덕 불감증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소장파들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독설'을 쏟아냈다. 소장파들을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당내 물갈이에 대해서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비판했다.

"솔직히 소장파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물갈이 대상 1호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이 5ㆍ6공 세력이 용퇴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난 그때 '그렇게 말로 몇 마디 해서 60대, 70대 어른들이 물러날 것 같나. 당신네부터 국회의원직 포기해야 힘이 생기지 않느냐'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주장이 전혀 공감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 소장파는 너무 기회주의적이다. 논설위원도 앞뒤 안 가리고 쓰는데, 당의 소장파가 앞뒤 안 가리고 당내 개혁해야 되지 않냐. 소장파의 기회주의적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엔 절대로 개혁이 없다."

"한나라당을 구성하고 있는 인력의 공통적 특징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 아니다. 전부 리스크 어보이딩(risk avoiding) 파티다. 당 대표부터 한나라당 정문에 있는 경비까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손에 뭘 안 묻히려나. 이것이 한나라당을 관통하고 있는 집요한 전류다. 수많은 국정 현안, 국가적 원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어느 것 하나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입장과 주장이 없다. 무조건 비켜가려고 했다. 이라크 파병, 한-칠레FTA, 청년실업, NEIS 등 얼마나 문제가 많냐. 한나라당은 아무 입장과 주장이 없이 정치평론가처럼 노무현 대통령 실정에 대해서만 한마디씩 얘기한다. 노 대통령이 애매하게 말실수를 많이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한나라당에서 정책 이슈화에 성공한 경우가 없다."

"이런 세미나도 국회에 들어온 날부터 해야지, 왜 이제 하나. 이것도 인기 위주의 이벤트성이 아니냐. 이런 얘기를 안할 수 없다. 당 성장엔진 세력이 성장이 안 되고 있다. 더 절망적인 것은 공천 과정을 보면, 지난번에 영입했던 신진인사들 보다도 더 (역량이) 떨어진다. ... 공천심사위원이 하는 일을 보면, 기준도 없고 아무 과감한 영입도 없다. 지나치게 말해서 출마 이외에는 마땅히 할 일 없는 사람 아니냐.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래서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대를 걸려고 했던 사람조차도 한나라당 지지를 마침내 포기한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총재가 나간 사이에 도로 민정당이 됐다. 이 이미지를 어떻게 깨야 되나. 구체적인 사람은 거명 안한다. 도로 민정당을 연상시키는 지도자들이 과연 상대방의 변화된 듯한 지도자가 활발히 움직이는 역동성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냐."

윤 위원의 발제가 끝나자 남경필 미래연대 공동 대표는 "눈물이 쏙 빠지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김두우,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한다면 해산하는 게 낫다"**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은 이날 토론회의 의미에서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은 "지난 토론회에서도 많은 사람이 지적했는데, 내가 숟가락 하나 얹어 놓는 것은 아닌지, 오늘 내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 지"라며 "이런 여론이 당 지도부에 전달되는 것이 이미 늦은 것이 아닐까, 상황 종료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최근 보수 논객들이 한나라당에 연일 쓴 소리를 퍼붓는 것에 대해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한나라당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김 위원은 한나라당을 말기 암환자로 비유하며 이번 기회에 치료되지 않으면 해체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한나라당은 중증환자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고칠 수 있는 많은 시간과 기회를 다 놓쳤다. 간염에서 만성 간염으로, 그러다가 간경화로, 내버려두니 간암으로 진행됐다. 옆에 있는 의사, 간호사, 가족, 친지 모두 다 알지만 정작 당사자만 모른다. 정당은 국민 지지로 버텨야 되고 지지가 사라지면 해산해야 되는 게 정당이다."

김 위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세 가지의 큰 환상을 갖고 있다며 잘못된 상황 인식을 지적했다. 김 위원이 지적한 세 가지 환상은 ▲시간이 지나면 '차떼기'이미지가 사라진다는 것 ▲노 대통령은 너무 불안하고 열린우리당은 콘텐츠가 없어 국민들이 지켜보다가 한나라당을 선택하리라는 것 ▲수도권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표를 가를 테니 한나라당이 우세하리라는 삼자 필승론이다.

김 위원은 이러한 인식에 대해 "모두 한나라당의 헛된 꿈"이라며 "한나라당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역사인식과 시대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도덕성을 재무장해 다시 태어나지 못할 바엔 한나라당이 해산되는 게 낫다. 한나라당이 있음으로써 다른 건강한 보수 정당이 태어날 수 없다. 정치사적으로 위기다. 한나라당이 해산하면 차라리 진보에 대한 대항세력이 생긴다. 역사적으로도 중대한 과오 저지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를 마지못해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과오다.

"역사를 두려워해라. 지금의 한나라당은 전략과 비전도 없다. 노대통령을 비난하고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한다. 국민들에게 무슨 비전을 제시 했느냐. 당내의 현실적인 여건이 어떻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당내 사정이고 엄밀히 얘기하면 당신네들 얘기다. 국민들과는 상관이 없다."

김 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보여 줄 수 있는 카드는 '목숨을 건 물갈이'밖에 없다며 당내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원희룡 "총선 후 당내 그루핑(grouping)해서 재편"**

발제자들이 쓴 소리를 마친 후 토론 참석자들은 대체로 발제자들이 지적한 상황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소장파 의원들은 개인적 견해임을 밝히며 한나라당에 대한 파격적인 제안도 고심 중임을 털어놨다.

원희룡 의원은 당 간판을 내리고 총선 후에 보수 진영이 전면적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사회적 이슈, 분배의 문제, 지방 분권 등 모든 세계가 보수와 진보에 관계없이 대안의 경쟁, 창조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걸 모두 색깔로 그어버리다 보니 막다른 곳에 와서 스스로 국민의 지지를 갉아먹고 있다"며 당내 색깔론 제기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원 의원은 "얼마 전에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내친김에 당 간판을 내리고, 르네상스(재탄생)도 안된다고 말했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기호 1번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총선을 치루고 당내에서 그룹핑을 해, 전면 재편해보자는데 까지 목이 받쳐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보수의 핵심가치는 자유경쟁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내경선도입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 내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전면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외 넘나드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설계와 새로운 작업일정표가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가 물갈이의 시발은 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국가라는 방향타를 탈환할 수 있겠나"라고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민주당과의 연대 생각중"**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대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는 윤창주 논설위원이 자신의 발제를 마친 후 제안하기도 한 방안이다. 윤 위원은 "근본적으로 영호남간의 대립과 대결이 이 땅에 살아가는 한사람으로서 상당한 스트레스"라며 "호남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양심세력과 영남 중심의 민주화 세력이 대동단결해서 국가적 정치 중심을 크게 만들 수 있지 않냐"고 제안했다.

이에 남 의원은 공감을 표시하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세력 연대는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 하고 있다"며 "총선 전에 이뤄져야 되는지, 총선 이후에 이뤄져야 되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총선이후에 변화된 한나라당, 변화된 민주당 하에서 가능하지 않겠냐"며 "열린사회에서 보수층이 강한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게 가능하지 않겠냐"고 바람을 털어놨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은 DJ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하며, 역사적 재평가를 새롭게 해야된다"고 한나라당의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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