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상향식공천’, ‘주민참여 경선’ 어디로 갔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상향식공천’, ‘주민참여 경선’ 어디로 갔나

<기자의 눈> '변질'되는 한나라당 공천 과정

한나라당의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수개월에 걸쳐 공천 작업을 상당부분 완료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기성정당 가운데 공천작업이 가장 진척된 곳은 한나라당이다.

***후보자 면접토론 등 실시**

한나라당의 공천 캐치프레이즈는 '밀실에서 광장으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9일 '개혁공천 국민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13일 '전문가 초청 정책강연회', 19일 '공천기준 대토론회'에 이어 30일에는 4개 지역구에서 공천대상자들 4~5명 추려 이들을 상대로 공개적인 면접 토론도 실시했다.

과거 총선 때마다 제왕적 총재의 막강한 권한으로 행사된 '밀실 공천'의 폐해가 상당부분 사라진 면에서 보면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변화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부산 수영구에 공천 신청을 했던 전국구 이상희 의원은 4명의 면접대상자에서부터 제외돼 공천 탈락이 기정사실화 됐다. 부산 연제구 후보토론회에선 33세의 여성후보인 김희정씨가 현역의원인 권태망 의원을 누르고 우세후보로 발표되는 '파란'이 벌어졌다. 이 지역은 최병렬 대표 비서실 부실장 출신의 김정훈 변호사 등도 경합을 벌였던 곳이기에 의미는 더하다.

***상향식 공천 방식 무너져**

하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정당 민주주의는 거리가 먼 인상이 짙다. 김희정씨의 발탁을 두고 '물갈이'에 한발 접근했다는 평가 높음에도, 젊은 여성 신인을 내세운 맛뵈기식 '깜짝카드'가 아니냐는 뒷말은 그래서 나온다.

특히 공천 방식에 서류심사 후 면접, 향후 심층 조사를 거치는 기업의 채용시스템을 적용키로 하면서, 한나라당이 그토록 외쳐왔던 '뼈를 깎는 정당개혁', '상향식 공천'이 어느새 구렁이 담 넘어가듯 폐기됐다.

한나라당은 당초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천 과정의 대원칙을 상향식 공천으로 정하고, 주민 참여 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로 실시한다고 공천기준을 발표했었다. 또한 주민 참여 경선제의 선거인단 구성비율은 일반국민 대 당원을 9 대 1로 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은 29일 경선지역을 최소화 하고, 오픈 프라이머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후퇴선언'을 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인재선발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 방식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목적에 맞는 사람을 뽑아내는데, 경선 방식을 써보니, 현역 지구당위원장이나 조직을 가진 사람이 어떤 경우라도 유리하다"면서 "경선 지역이라는 것은 선거관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가능해야 하는데, 경선이 1백, 2백개 진행될 때, 중앙당 선관위원장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경선 지역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상향식 공천의 제도적 방법이었던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도 사실상 폐기됐다. 김 위원장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국민들의 부정선거 감시능력 커지고, 강력한 응징 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가능한데, 지금은 안되더라"며 "▲3당의 조건이 달라 선거법 협상에서도 안되고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는 동원능력에 좌우되며 ▲선관위도 그것까지 해줄 행정적 지원이 안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과거의 국민 참여 경선방식은 일반 국민의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편법적으로 1일 입당원서를 받아 참여시켰다"며 "일반 국민을 90% 참여시키는 것은 모집할 필요 없이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우편을 무작위로 보내서 매수를 근절시키는 방법인데,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10 대 90 방식은 안된다"고 말했다.

공천의 대원칙으로 자랑하던 '상향식 공천', '주민참여 경선'이 백지화된 것이다.

***기업의 면접 방식은 시대에 역행**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유로 든 현실적인 문제는 정개특위 소위에서 상당 부분 합의가 됐다.

정당법 소위에서는 모든 공직선거 당내 경선의 선관위 위탁 근거 규정을 신설해, 경선을 선관위가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제화 했다. 또한 일반 국민이 당의 경선 선거인으로 참여할 때 1일 입당원서를 작성해 동원 선거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김 위원장이 우려했던 '선관위의 행정적 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28일 선거법 소위에 참석했던 선관위 관계자는 "17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행정적 지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질문에 "행정적 지원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견해를 달리했다. 이 관계자는 "경선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불가능하지만, 주민 명부에서 랜덤 샘플링을 해 각 당에 보내주거나, 투개표 함 관리를 하는 정도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적용한 기업의 채용시스템도 정당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례로 한나라당이 정당 사상 최초로 실시했다고 자평한 공천자 토론회는 이미 민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식이다. 차이가 있는 부분은 한나라당에서 공천심사위원들이 피면접자의 형식으로 참석해 한 명을 선출했다면 민노당에서는 선거권이 있는 당원들이 참석해 각 후보자의 의견을 듣는다. 당원들은 각 후보자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때로는 열띤 토론도 벌인다. 상향식 공천을 바탕으로 한 정당 민주주의의 기초적 시스템이다.

***결국은 당선 가능성에 올인**

김문수 위원장은 "서류 심사나 면접토론회는 단지 여러 공천 과정의 단계일 뿐"이라며 "향후 상당히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단수후보자로 선택되지도, 경선을 하지도 않는 지역에선 여론조사로 선발하게 된다.

김문수 위원장은 "여론조사 제외자, 즉 잠정적인 단수 후보자로 결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른 당의 후보자가 결정되면 여론조사를 실시해보고 나쁘게 나오면 교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공천자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 영입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도 했다. 낙하산 공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또한 김 위원장의 의욕적인 초창기 모습과 1백80도 달라진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각 당에서 한창 영입인사를 발표하던 시기에 "우리 당은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기 때문에 다른 당처럼 확실한 공천을 보장해주는 '영입'이라는 개념이 없다"며 "누구나 경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나라당은 당선가능성에 '올인'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당선가능성이 중요한 기준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정당개혁에 역행하는 당선가능성은 '낙하산 공천'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를 통해 서류, 면접 등의 방법을 거쳐 확정된 후보자라도 상대 후보의 가상 대결 조사에서 힘들 것 같다면 교체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말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환골탈태식 정당개혁 의지는 퇴색됐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진정성 있는 개혁이다. 새 인물과 정치 신인의 공천을 통한 '인적 물갈이'는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 선출됐느냐는 '제도적 물갈이'를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