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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고대 3인방'이 문제다"

盧 임채정 위원장에게 대노, 인수위 직접 챙기기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3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별관 인수위 사무실에서 '일일보고회의'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4일부터 아예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인수위원회에 대한 호된 질책과 무관치 않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지배적 분석이다. 요컨대 임채정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지도부에 대한 불신 표시로, 앞으로 인수위 업무를 노 당선자가 직접 챙기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역대 당선자 초유의 '인수위 일일회의 주재' 결정**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노 당선자의 향후 일일보고회의 주재 사실을 밝히며 "이 회의에서는 주로 그날그날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회의는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개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일보고회의는 노 당선자가 주재하며 인수위측에선 임채정 인수위원장, 이병완 기획조정위 간사, 정순균 대변인이, 당선자측에선 신계륜 비서실장, 김한길 기획특보, 이낙연 대변인 등이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인수위 일일보고회의 직접 주재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 하겠다. 북핵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줄줄이 걸려있는 노 당선자에게는 일분일초가 여간 아까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대 당선자의 예를 살펴보더라도 당선자가 인수위 회의를 매일 체크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임채정 위원장을 향한 노 당선자의 분노**

사건은 2일 오후 터졌다.

이날 노 당선자는 두시간 넘게 인수위 간사단회의를 주관했다. 회의가 끝난 뒤 정순균 인순위 대변인은 5분가량 짧게 회의결과를 브리핑했다. 외형상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비쳤다.

그러나 3일 오전 정순균 대변인이 2일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브리핑했다. 요지는 임채정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지도부가 최근의 일처리와 관련해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노 당선자가 질책한 대목은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가 15개 언론사 과징금 납부 취소에 대해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인수위의 결정에 대한 질책이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노 당선자는 2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인수위가 충분히 경위를 파악했어야 했는데 서둘러 판단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이날 노 당선자는 공정위 조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임채정 위원장의 결정에 대해 대단히 분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당선자의 분노는 당연했다.

공정위는 지난 달 30일 인수위와 아무런 사전상의없이 15개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 1백82억원 전액의 납부 취소결정을 내렸다. 당연히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인수위는 펄쩍 뛰었고, 노무현 당선자도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질겁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구랍 31일 임채정 인수위원장을 찾아와 과징금 취소 경위를 해명했고, 직후 임채정 위원장은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노 당선자와 사전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3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정위 처분 문제는 "인수위에서만 협의됐지 노 당선자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년을 보낸 뒤 처음 열린 2일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노 당선자는 임 위원장과 정순균 대변인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고, 답변이 시원치 않자 일처리 과정을 호되게 질책한 것이다.

인수위 주위에서는 고려대 법대 선배인 임채정 위원장(62)이 대학 후배인 이남기 위원장(60)의 호소에 약해져 이 문제를 덮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임채정 위원장, 정치적 치명상 입어**

두번째는, 임채정 위원장이 인수위 실무인력으로 올린 '99명의 당파견 실무인력' 선정의 공정성이었다.

정순균 대변인에 따르면, 노 당선자는 회의에서 당 파견자 중 30%에 대해 다면평가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 당 파견 실무지원인력 선정작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 당선자는 다면평가 기록없이 인수위 파견자로 포함된 사람에 대해 "왜 이런 사람을 아무런 근거없이 인수위에 끼워 넣었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인수위는 3일 실무지원인력 70명만 1차로 확정발표하고 나머지 29명은 추후 발표키로 했다. 머쓱해진 임채정 위원장은 "비록 실무진이라고는 하지만 인사원칙을 최대한 적용해 엄격하게 선정했다"면서 "당초 1차 대상자로 99명이 심사에 올랐으나 29명은 객관적 평가자료가 없어 2차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 보류했다"고 해명했다.

노 당선자로부터 인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았다는 대목은 임채정 위원장으로서는 더없이 뼈아픈 정치적 상처가 아닐 수 없다는 게 당 주변의 지배적 관측이다.

노 당선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3일 인수위의 일일보고회의에 참석한 뒤, 아예 4일부터 자신이 직접 일일보고회의를 주관키로 했다. 아울러 회의 참석 인원도 인수위측 3명, 당선자측 3명으로 못박았다. 인수위 지도부에 대한 노골적 불신 표시였다.

***인수위 '고대 3인방'**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일주재회의에 인수위측 대표로 참석하기로 한 임채정 위원장, 이병완 기획조정위 간사, 정순균 대변인의 학연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모두가 한 대학 출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 사람 모두가 고려대 선후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에서는 이들을 '인수위 고대 3인방'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노 당선자가 학연 등 낡은 관행의 타파를 역설했음에도 전권을 받은 임채정 위원장이 인수위를 짜면서 학연 중심의 인사를 함으로써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유에서 당에서는 인수위가 제 기능을 할지에 대해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고 인수위 파견인력에서 배제된 인사들 사이에 불만의 소리가 높다"며 "아마도 이런 당의 비판이 노 당선자 귀에까지 흘러들어가 바쁜 와중에도 직접 인수위 일일회의를 주관하기로 한 게 아니냐"고 풀이했다.

노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은 '믿고 맡기는 스타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 파동은 제대로 믿고 맡길 인사를 고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중차대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다. 향후 노 당선자의 인사를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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