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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은 권력기생적, 기회주의적"

월간조선 조갑제 지난주 3차례 걸쳐 李 맹공

우익보수진영의 대표논객을 자처하는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겸 편집장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원색적 용어로 연일 공개비판하고 있다. 지난 한 주일 사이에만 2일, 3일, 6일 세 차례나 이회창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을 정도다.

더욱이 비판의 강도는 나날이 세지고 있다. '권력기생적, 기회주의적 우파와 닮은 꼴' '법대(法大)출신 맞냐' '이번 모험에 실패하면 인간적으로도 치사해질 것'이라는 극한적 표현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다.

조갑제 사장의 지난주 비판은 자신의 홈페이지인 CGJ(www.chogabje.com)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조갑제 사장은 이 사이트에 '조갑제, 탐사기자의 세계'라는 거창한 부제를 붙여놓고 있다. 분명한 개인 홈페이지이며, 여기에 실린 글은 개인의 생각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9일에는 가장 최근에 쓴 '스탠스를 잃은 이회창'이라는 글을 월간조선 인터넷 홈페이지의 맨위 '오늘의 뉴스'에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명의로 옮겨 실었다. 조갑제 개인 차원을 넘어서 조선일보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다.

'반미' 문제를 둘러싼 최근 이회창 후보의 대응방식에 지금 우파보수진영이 얼마나 분노하고, 당혹해 하고, 분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본처가 어디 가겠냐고 생각하면 착각"**

이회창 후보에 대한 조갑제 사장의 분노는 지난주 월요일인 2일자 '시대의 주제를 피해가는 선거'라는 글에서부터 읽힌다.

여기서 그는 이회창 후보가 부패정권 청산을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대목을 불만스러워 한다. 그는 이 보에게 "우리의 안전에 결정적 변수인 북한 핵 문제는 왜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남한내의 김정일 세력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그동안 마비된 국가기관의 대공(對共) 기능에 대해서는 왜 관심도 보이지 않는가. 남북대치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 국방 문제는 왜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런 의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야당으로서 김대중 정권의 재집권을 막겠다고 나선 이회창 후보"라고 규정한 조갑제 사장은 "왜 이회창 후보는 한국의 우파 세력이 걱정하는 안보 문제를 피해가는 것일까. 이회창 후보의 측근들은 그 문제를 거론하면 젊은 표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파 세력 표야 어디 가겠는가 하는 생각인 모양이다"고 이 보와 그의 측근들을 비판했다.

조 사장은 이 글에서 한 우익인사의 불만을 육성 그대로 전하고 있다.

"본처는 어디 가겠느냐고 생각하면서 예쁜 여자를 찾아다니는 남편의 발상이 아닌가. 정당이란 지지계층을 대변하는 조직인데 지지세력을 대변하지 않고 반대세력을 대변하겠다는 것인가. 1997년에도 김대중 후보의 이념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해 김대중 치하에서 대북정책이 왼쪽으로 가는 것을 자초한 이회창 후보가 두번째 실수를 하고 있다."

조 사장은 "한국역사상 기회주의자가 권력을 잡은 적이 없다는 말을 하는 정치학자들도 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는 말로 자신의 글을 끝맺었다. 이회창 후보를 '기회주의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이는 동시에 이 후보에 대한 노골적 경고이자 비판이기도 했다.

***"이회창 행태는 권력기생적이고 기회주의적"**

첫 글을 올린 지 하루 뒤인 3일에는 보다 원색적 표현이 동원한 두번째 이회창 비판 글이 실렸다. '권력기생적 기회주의적 우파의 비극' 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것이다.

조갑제 사장은 여기서 한국 우익의 집권사를 장황하게 언급한다. 그는 김영삼정권도 '반공 민주투사들'로 우익진영의 한 줄기이나, '공부가 없는 우파'라 김대중 좌파정권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파적 이념 무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출범초기 좌파의 논리에 넘어간 김영삼 정부는 이상한 대북(對北)정책과 현대사를 부정하는 역사관을 보여주다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김종필(金鍾泌) 세력의 이탈을 자초함으로써 한국 우파세력을 분렬시키고 자신은 군소(群小) 세력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영삼의 실패는 공부가 없는, 이념으로 무장되지 않는 우파는 이념 무장이 잘 된 좌파세력에게 이용만 당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우파인 김영삼 정권은 우파를 분렬 약화시킨 끝에 김대중 좌파정권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조 사장은 이회창 후보가 YS정권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후보와 한나라당의 행태는 권력기생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우파를 닮은 부분이 많다. 이념무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大選)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체제문제, 북핵(北核)문제, 반미(反美)운동 문제, 한국사회내 친김정일 세력의 문제 등 우파세력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피해가고 있으며 혈맹인 주한미군을 적대시(敵對視)하는 반미운동을 견제하려고 하지 않고 거기에 영합, 편승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회창 후보의 행태가 지지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념에서 우러나오는 용기와 결단력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규정한 조갑제 사장은 "이번 대선(大選)은 좌우 대결임과 동시에 한국 우파의 거듭남을 강요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후보를 맹공격했다.

***"반미감정이 기성세대와 우파세력으로 침투하고 있다"**

조갑제 사장의 분노는 반미여론 확산에 놀란 이회창 후보가 광화문 촛불시위(7일) 참가 결정을 내린 직후인 지난 6일밤 마침내 대폭발했다. 그는 이날밤 10시 서둘러 올린 '스탠스를 잃은 이회창'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후보의 행태를 여덟가지 점에서 통렬히 비판했다. '비판'이라는 표현보다는 '비난'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표현이 적나라했다.

조 사장은 "그(이회창)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부시 대통령이 사과를 했음에도 또 다시 사과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지위협정 재개정도 요구함으로써 반미운동에 편승하고 있다"며 "특명전권대사를 통한 국가원수의 사과는 직접 사과와 똑같은 효력이 있음을 법률가 출신이 모른다면 法大는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라고 이회창 후보를 통렬히 비판했다. 이회창 후보가 과연 '서울법대' 출신 맞느냐는 극한적 비아냥이었다.

조 사장은 또 "이회창 후보는, 60% 이상의 보수표가 어디 가겠느냐면서 젊은 표와 좌파표를 향해서 추파를 던지고 있으나 이런 모습을 보고 우파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우파의 챔피언이 아니라 보수적 기회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며 "우파들의 눈에는 이회창 후보가 좌파와 맞서 싸우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파를 배신하고 좌파에게 아부하거나 투항한 지도자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조갑제 사장 글의 백미는 "반미정서는 이제 이회창의 안마당이라고 하던 기성세대와 우파세력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서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미정서를 확산시킨 이회창 후보는 결국 노무현 후보의 인기 상승에 길을 터준 사람"이라는 대목이다.

최근의 반미감정이 연령, 이념적 차별성을 넘어서 범국민적 차원으로 확산되면서 조사장과 조선일보가 크게 당황하고 있음을 자신도 모르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조갑제 사장은 다음과 같은 '대(對)이회창 최후경고'로 글을 끝맺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에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물리적 생명까지 걸어야 할 입장이다. 모든 조건이 유리한 입장에 섰던 그가 이번에도 또 지면 우파에서는 이념적으로 우파를 배신함으로써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두번이나 놓쳐 괴로운 10년을 자신들에게 안겨다 준 사람으로 규정하여 매장시키려 들 것이다.

자신의 입각점인 우파이념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젊은 좌파의 표를 구걸한 결과가 패배로 나타난다면 이회창 후보는 참으로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우파의 자존심에 먹칠을 해가면서 좌파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그 자신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이 모험에서 실패하면 그는 인간적으로도 치사해져 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최근의 이회창 행태를 보면 "인간적으로도 치사해보인다"는 경멸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거대한 피플 파워'의 파괴력**

조갑제 사장의 글은 그의 이념의 맞고 틀림을 떠나 지금 우익수구진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가감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의미있다.

동시에 조선일보 사옥 맞은편 광화문에서 밤마다 폭발하는 '거대한 피플 파워'가 얼마나 거대한 파장을 미치며, 과거 50여년간 한국 지배질서를 규정해온 '냉전 패러다임'을 무력화시키고 있는가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갑제 사장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일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다음은 조사장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글 세 편의 전문이다.

***'시대의 주제를 피해가는 선거' 2002/12/2(월) 18:36**

이번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주제는 무엇인가. 이회창 후보는 부패정권을 청산하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오늘날 한국인들의 가장 큰 과제인가.

우리의 안전에 결정적 변수인 북한 핵 문제는 왜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남한내의 김정일 세력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그동안 마비된 국가기관의 對共 기능에 대해서는 왜 관심도 보이지 않는가. 남북대치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 국방 문제는 왜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가.

이런 의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야당으로서 김대중 정권의 재집권을 막겠다고 나선 이회창 후보이다. 이회창 후보가 안보 문제를 피해가기 때문에 쟁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노무현 후보로서야 쟁점이 되면 불리한 안보 국방 문제를 먼저 거론할 마음이 없을 것이다.

왜 이회창 후보는 한국의 우파 세력이 걱정하는 안보 문제를 피해가는 것일까. 이회창 후보의 측근들은 그 문제를 거론하면 젊은 표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파 세력 표야 어디 가겠는가 하는 생각인 모양이다.

한 우익인사는 이런 발상에 대해 "본처는 어디 가겠느냐고 생각하면서 예쁜 여자를 찾아다니는 남편의 발상이 아닌가. 정당이란 지지계층을 대변하는 조직인데 지지세력을 대변하지 않고 반대세력을 대변하겠다는 것인가. 1997년에도 김대중 후보의 이념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해 김대중 치하에서 대북정책이 왼쪽으로 가는 것을 자초한 이회창 후보가 두번째 실수를 하고 있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회창-노무현 선거가 역사적 의미가 있으려면 국가의 진로와 국민들의 염원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럴려면 시대의 주제를 놓고 후보끼지 사회세력끼리 뜨겁게 붙어야 한다. 체제와 이념 문제를 제외한 토론은 겉돌 것이고 선거의 의미를 축소시킬 것이다. 한국역사상 기회주의자가 권력을 잡은 적이 없다는 말을 하는 정치학자들도 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권력기생적 기회주의적 우파의 비극' 2002/12/3(화) 16:40**

우리나라 우파의 계보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권력형 우파와 김영삼의 민주계로 상징되는 민주투사형이 있다. 이와는 별도로 권위주의 권력에 기생한 유정회(박정희 시절)와 민정당(전두환 시절) 계열이 있다.

지금 한나라당은 1990년의 삼당통합으로 탄생한 민자당을 모체로 하고 있다. 민자당은 민정당, 김종필의 공화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합당하여 만든 정당이었다. 우리 나라 우파세력의 총연합이었다. 김영삼의 집권은 이런 우파연대에 의해 이뤄졌다. 이것이 1995년 김종필의 탈당과 자민련 창당으로 분렬되었다.

이회창씨는 1997년 민자당의 후신인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김영삼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회창씨는 김영삼 총재의 탈당을 요구했고 민주계 출신인 이인제씨가 국민신당을 만들어 출마를 강행했다. 민자당으로 통합되었던 우파세력이 한나라당, 자민련, 국민신당으로 분렬되었을 뿐 아니라 자민련이 좌파 金大中 후보를 지원함으로써 우파는 정권을 놓쳤다.

이회창의 한나라당이 2000년4·13 총선을 통해서 院內 다수당이 되고서도 국회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김대중 정부의 對北 정책을 견제하는 데 실패한 것은 우파 세력이 한나라당과 자민련으로 분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노후현씨의 좌파 성향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여 자민련에 입당했고 이 자민련이 한나라당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좌파 성향이 강한 노무현 후보의 급부상에 위기의식을 느낀 우파세력이 재결집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국 우파 세력은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여섯 정권을 탄생시키면서 건국과 근대화 및 민주화 과정을 主導하였다. 이들 정권에 기용되거나 寄生한 정치세력이 있다. 박정희 시대의 유정회(임명직 국회의원)와 신군부에 의해 급조된 민정당이 그것이다.

이 두 黨에는 권력자가 총애하던 관료 언론인 교수 정치인들이 많이 선발되어 들어갔다. 이념적인 우파가 아니고 그렇다고 군인들처럼 무력을 가진 우파도 아닌 권력에 영합함으로써 직위와 영향력을 차지하려는 권력기생적 우파도 많았다. 이런 권력기생적 우파는 정치적 가치관인 이념이 약해 권력에 아부하는 기질이 강하다. 김정일 세상이 되면 그에게 달려가 한 자리를 할 사람들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반해 김영삼의 민주계는 反共 민주 투사들이었다. 이들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거리를 누비며 민주화 투쟁을 해온 저항적 민주투사들이었다. 민주계의 상징적 인물인 김영삼은 자유당 정권에 맞섰던 야당 민주당계로 분류된다. 이 민주당은 우파 정당의 효시인 한민당과 뿌리가 닿는다. 김영삼의 민주계는 권력기생적인 유정회-민정당과는 달리 自生力과 투지가 있었지만 국정운영 경험과 생산적, 건설적 비전이 약했다.

3당 합당 이후 민자당내에서 투쟁력이 있는 민주계는 다수면서도 권력기생적 체질이 강한 민정계를 타고 앉아 정권을 쟁취했다. 여기서 탄생한 김영삼 정권은 그러나 우파적 이념 무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출범초기 좌파의 논리에 넘어간 김영삼 정부는 이상한 對北정책과 현대사를 부정하는 역사관을 보여주다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金鍾泌 세력의 이탈을 자초함으로써 한국 우파세력을 분렬시키고 자신은 群小 세력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영삼의 실패는 공부가 없는, 이념으로 무장되지 않는 우파는 이념 무장이 잘 된 좌파세력에게 이용만 당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우파인 김영삼 정권은 우파를 분렬 약화시킨 끝에 김대중 좌파정권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李會昌후보와 한나라당의 행태는 권력기생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우파를 닮은 부분이 많다. 이념무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大選에서 李會昌 후보는 체제문제, 北核문제, 反美운동 문제, 한국사회내 친김정일 세력의 문제 등 우파세력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피해가고 있으며 혈맹인 주한미군을 敵對視하는 반미운동을 견제하려고 하지 않고 거기에 영합, 편승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념은 신념화된 이론으로서 한 인간의 정의감과 용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李會昌후보의 행태가 지지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념에서 우러나오는 용기와 결단력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용기는 모든 德性의 기본이다.

용기가 없으면 인간이 가진 재주는 하나의 기술로 전락한다. 용기 없는 과학은 김정일의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쓰일 뿐이며 용기 없는 정치는 권력에 아부하는 기술과 권력 남용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大選은 좌우 대결임과 동시에 한국 우파의 거듭남을 강요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

***'스탠스를 잃은 이회창' 2002/12/6(금) 22:51**

1. 한국의 우파 세력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회창 후보의 최근 선거운동 행태가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부시 대통령이 사과를 했음에도 또 다시 사과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지위협정 재개정도 요구함으로써 반미운동에 편승하고 있다. 특명전권대사를 통한 국가원수의 사과는 직접 사과와 똑 같은 효력이 있음을 법률가 출신이 모른다면 法大는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

2. 최근의 반미운동 세력은 압도적으로 노무현 지지세력이다. 이 세력이 만들어놓은 무대에 이회창 후보가 올라가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그 표는 노무현 후보로 갈 것이다. 남이 차린 무대에 올라가 인기를 얻으려고 축사를 하든 악담을 하든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3. 이회창 후보는 지금 반미운동의 확산을 저지하고 두 여중생의 사망이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방향으로 승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반미운동에 우파 지도자가 동조함으로써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그의 이상한 전략은 일종의 자해적 선거운동이다.

4. 이회창 후보는, 60% 이상의 보수표가 어디 가겠느냐면서 젊은 표와 좌파표를 향해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파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우파의 챔피언이 아니라 보수적 기회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우파들의 눈에는 이회창 후보가 좌파와 맞서 싸우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파를 배신하고 좌파에게 아부하거나 투항한 지도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우파의 戰意가 상실되어 이회창의 지지세력이 사기를 잃게 된다. 이회창 후보가 좌파로부터 욕을 먹어가면서 우파 이념을 옹호했더라면 우파가 단결하여 이회창 후보 지원과 보호에 나섰을 것인데 그런 공분심과 동정심을 발휘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것이 이회창 후보인 것 같다. 싸우지 않는 챔피언을 응원할 사람은 없다.

5. 반미정서는 이제 이회창의 안마당이라고 하던 기성세대와 우파세력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서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미정서를 확산시킨 이회창 후보는 결국 노무현 후보의 인기 상승에 길을 터준 사람이다.

6. 한반도에서는 이념이 가장 큰 전략이다. 이념에 따라 김정일 세력과 대한민국 세력으로 크게 나눈 다음 대한민국 세력을 강화하고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써야 정치나 선거에서 성공한다. 이념이 사치라느니,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느니 하면서, 패션에 따르듯이 반미운동 등 좌파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리버럴이고 진보라는 위선의 포로가 된 얼치기 보수세력은 반드시 좌파이론가에게 조종되기 마련이다.

7. 정몽준씨의 한 참모는 이회창 후보의 선거전략은 지리멸렬이고 스탠스를 잃은 것 같다는 평을 했다. 스탠스를 잃었다는 의미는 우파를 딛고 서야 할 그가 한 발을 빼내어서 좌파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헛디뎌 자세가 위험하게 기울었다는 의미이다. 다시 우파쪽으로 복귀할 것인가 그러지 못하고 넘어갈 것인가.

8.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에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물리적 생명까지 걸어야 할 입장이다. 모든 조건이 유리한 입장에 섰던 그가 이번에도 또 지면 우파에서는 이념적으로 우파를 배신함으로써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두번이나 놓쳐 괴로운 10년을 자신들에게 안겨다 준 사람으로 규정하여 매장시키려 들 것이다.

자신의 입각점인 우파이념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젊은 좌파의 표를 구걸한 결과가 패배로 나타난다면 이회창 후보는 참으로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우파의 자존심에 먹칠을 해가면서 좌파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그 자신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이 모험에서 실패하면 그는 인간적으로도 치사해져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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