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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대 대결 구도'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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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대 대결 구도'의 허구

'조선 대 노무현'이 더 정확한 것 아닌가

조선일보는 '선명'해서 좋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쓴다. 조선일보가 오늘날 국내최대 유가부수를 자랑하는 메이저언론이 된 요인중 하나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을 통해 또하나의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는 12.19 대선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조선일보의 생각이다.

사설 제목은 '保·革과 世代가 가르는 大選'이다.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로 31년만에 양자 대결구도로 치러지게 된 이번 대선의 성격을 '보혁대결'과 '세대대결'로 인식하고 있음을 감지케 하는 제목이다.

***조선일보가 규정한 4대 전선: (1) '반(反)DJ 대 친(親)DJ'**

본문은 그러나 이번 대결의 첫번째 본질을 '반(反)DJ 대 친(親)DJ'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다.

"이(李)·노(盧) 대결은 이번 선거가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권의 단절·교체를 주장하는 세력과 그 승계·연장을 표방하는 세력 간의 경쟁이라는 측면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노 후보 역시 "가신(家臣)정치·권위주의·인사정책 등 정치행태는 달라지겠지만 원칙적인 정책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이 "계승이냐, 단절이냐?"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선택은 현 정권의 업적을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그 실정(失政)을 비판할 것이냐에 따라 방향을 달리할 것이다."

"DJ 계승이냐, 단절이냐?"는 조선일보의 이같은 '전선' 규정은 지난 보름간 정국을 강타한 후보단일화 열풍으로 크게 흐트러진(?) 전선을 복원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읽힌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총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바로 이 '안티DJ 전선' 구축을 통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번 대선을 다시 제 자리(?)로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2) '보-혁 대결'**

조선일보가 이번 대선의 두번째 본질로 규정한 것은 '보-혁 대결'이다.

"이번 선거는 또한 우리 정치 사상 유례가 드물게 이념적인 대결 양상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선거와 적잖이 다르다. 현 정권이 지난 5년간 보여온 이념 성향의 방향, 속도, 내용에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이 후보와 그 같은 성향의 심화와 계속을 시사하는 노 후보의 대결인 것이다. '김대중 성향'의 핵심적 '키 워드'는 일종의 '평등 지향'으로 모아진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이고, 따라서 이번 선거는 보수와 혁신, 즉 보·혁(保·革)의 대결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여기서도 DJ를 끌고 들어간다. "'김대중 성향'의 핵심적 '키 워드'는 일종의 '평등 지향'"이라는 정의가 그것이다. 따라서 DJ정책 승계를 주장하는 노무현 후보와 DJ실정 비판을 주장하는 이회창 후보가 겨루는 이번 선거는 '보-혁'간 이념대결이라는 게 조선일보 주장이다.

***(3) '세대 대결'**

이번 대선의 세번째 본질로 규정한 것은 '세대 대결'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과거의 어떤 선거보다도 이번 선거는 세대 간의 단절과 대결을 더 한층 두드러지게 드러낼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수차례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등의 글을 통해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간의 대결구도를 강조해왔다. 특히 30대에 대해선 노골적인 적개감을 드러내왔다.

조갑제 사장의 경우 월드컵이 끝난 직후인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20대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50대가 20대를 잘 지도한다면 좌편향에 빠진 30대를 샌드위치시켜 한국을 잘 끌어나갈 수 있다. 이번 (지방) 선거 결과는 50대가 20대를 설득했기 때문이다"는 이른바 '30대 고립론'을 펼쳐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조선일보는 젊은 세대중에서도 30대를 좌편향 세대로 규정, 이들과의 대치전선 구축을 주장해왔다.

조선일보의 '세대 대결'론은 이같은 평소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제기된 것으로 읽힌다.

***(4) 지역대결**

조선일보는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에서 "개발의 연대와 3김시대가 물려준 부정적 유산이라 할 지역 간 대결의 틀 또한 이번 선거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해 지역감정이 주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컨대 조선일보는 이번 대선이 '反DJ-親DJ 대결' '보-혁 대결' '세대 대결' '지역 대결'이라는 네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전개돼야 할 것'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12.19 대선 성격 규정은 외형상 논리정연하다. 기득권 보수 기성층의 입장에서 보면 '탁월한 정의'라는 감탄사가 나옴직도 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12.19 대선의 본질은 이것인가.

***과연 그런가 (1)**

하나씩 짚어가 보자.

첫번째, 과연 이번 대선은 "DJ 계승이냐, 단절이냐?"를 묻는 선거인가.

분명 노무현 후보는 DJ가 만든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가 과연 "DJ 계승이냐, 단절이냐?"를 묻는 선거이며, "DJ업적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DJ실정을 비판할 것인가"를 묻는 선거인가.

조선일본의 이같은 논법은 노무현 후보는 DJ의 '붕어빵'이라는 전제하에서만 성립가능한 주장이다. 과연 노 후보는 DJ의 붕어빵인가.

조선일보는 붕어빵이라고 규정하며, 다음과 같은 논거를 펴고 있다.

"노 후보 역시 "가신(家臣)정치·권위주의·인사정책 등 정치행태는 달라지겠지만 원칙적인 정책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이 "계승이냐, 단절이냐?"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논리의 지독한 단순화이다.

역대 어느 정권시대도 마찬가지지만, DJ시대는 어둡고 밝은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하나는 실패의 역사다. 가신정치, 권위주의, 인사정책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공의 역사다. IMF경제위기 극복, 남북관계 개선이 그것이다.

물론 조선일보는 후자도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조선일보 생각이다. 한국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등 외국계 자본들조차 IMF경제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개선을 DJ정부의 역사적 업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성 같다. 이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후보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이 전체유권자의 6할에 달했다. 또한 후보단일화 성사뒤인 25일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급등해, 이회창 후보를 7~8%포인트 앞서고 있다. 후보단일화 논의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 국면의 전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이들 국민은 지난번 총선과 지방선거때 DJ의 실정을 엄중하게 심판했던 유권자들이다. 이들이 연말대선을 앞둔 이번에는 후보단일화를 원했다. 다수 국민이 노무현 후보를 DJ의 붕어빵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또한 다수 국민이 연말대선에 임하면서 조선일보의 논리대로 "DJ업적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DJ실정을 비판할 것인가"라는 식의 흑백논리적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들은 차분한 균형감각 위에서 '선택'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2)**

조선일보의 두번째 전선인 '보-혁 대결구도'도 마찬가지 흑백논리의 이분법적 함정에 빠져 있다.

과연 노무현 후보가 '혁신계'인가. 노동정책, 민영화정책, 남북정책 등 일부 정책에선 분명 진보적 색채가 읽힌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의미지,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보면 결코 좌파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공약들이다.

한국 기득권층의 모순중 하나가 자신에게 불리하면 모조리 '좌파'로 규정하는 습관이다. 일종의 '고무줄 매카시즘'이다.

그런 대표적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지금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회계개혁 등 강도높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펄쩍 뛰고 있고, 이회창 후보는 이같은 재계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에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는 이를 수용하고 있다. 재계는 이런 정책에 찬성하는 노 후보를 '혁신'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나 회계개혁 등은 '좌파'가 아닌 '우파'의 본산인 미국 월가에서 도입해 시행하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제도'다. 특히 작금에 분식회계가 문제되면서 미 금융시장의 근간 자체가 붕괴되려 하자, 서둘러 보강ㆍ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한국 금융이 일본을 앞섰다"는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선 집단소송제나 회계개혁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에 경제부처도 이를 도입하기 위한 제반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러자 재계는 펄쩍 뛰며 반대하며, 대선후보들에게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같은 주문에 이회창 후보는 "YES", 노무현 후보는 "NO"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집단소송제나 회계개혁에 찬성한다고 '혁신계'로 모는 현상을 월가 사람들이 본다면 뭐라 할까. "뭐라고, 그럼 우리들이 빨갱이란 말이냐"고 펄쩍 뛸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그런가 (3)**

조선일보가 내세운 세번째 전선인 '세대 대결'에 드러가면 더욱 아이러니컬해진다.

여론조사에서 20~30대에서는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50대 이후에선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높으니 이런 공식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같은 세대 대결을 앞에서 먼저 언급한 두가지 요인, 즉 '친DJ-반DJ' 전선과 '보-혁' 전선과 연결시키면 뭔가 앞뒤 말이 맞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30대를 좌편향 집단으로 규정해왔다. 조선일보의 이런 시각에서 보면 얘기가 되긴 된다. '30대는 좌편향 세대이고, 20대는 30대 영향을 받는 세대이다 보니, 20~30대는 모두 혁신계이고 친DJ가 아니냐'는 식의 논리전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얼마나 빈약한 논리전개인가. 20~30대 보고 이런 얘기를 하면 뺨맞기 딱 좋은 소리다.

20~30대는 올 들어 여러 차례 '바람'을 주도한 세대이다. 지난 3~4월에는 '노풍'을 만들었었고, 8~9월에는 '정풍'을 만들었었다.

이들은 동시에 '바람'을 죽인 세대이기도 하다. 노무현 후보가 YS를 찾아가 시계자랑(?)을 하고, 3홍비리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등 구태의연함을 보이자 매몰차게 등을 돌려 '노풍'을 죽였다. 이들은 또 정몽준 후보가 구정치세력들과 4자 연대 등을 추진하는 구태의연함을 보이자 즉각 '정풍'을 죽였다.

이들은 지금 또하나의 바람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후보단일화 바람'이다. 이들은 정정당당한 승부와 깨끗한 승복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금 후보단일화세력에게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바람은 기존정치권의 신물나는 '구태의연함'을 싹 바꿔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말대선은 세대대결 양상으로 갈 공산은 크다. 그러나 같은 대결이라 할지라도 그 본질은 친DJ적이고 좌편향적 젊은 세대의 반란이 아닌, 구태의연함을 쓸어버리자는 젊은 세대의 반란일 공산이 크다.

***과연 그런가 (4)**

마지막 대결구도인 '지역 대결'은 입에 담기 싫은 단어다. 이런 단어를 활자화하는 것조차 금기시돼야 한다.

조선일보 주장대로 이미 현실정치는 부분적으로 지역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부분적 현상이며 타파해야 할 흐름이지, 기정사실화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구도의 언급 자체가 이런 구도를 희망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상 살펴본 조선일보 4대 전선은 여러모로 작의적이며 논리적으로 앞뒤 모순된다. 같은 사물이라도 보기에 따라 얼마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현재의 선거국면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자유다. 하지만 언필칭 언론이라면 주관적 접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조선일보 입장에서 보면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다 할지라도 말이다.

조선일보 사설을 본 뒤 거창한 4대 전선의 대립보다는 '조선일보 대 노무현'의 대립구도가 읽히는 것은 어인 일일까.

다음은 조선일보의 2002년 11월26일 사설 전문이다.

***保·革과 世代가 가르는 大選**

대선 구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로 단순화됨으로써 이번 선거의 정치적 성격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선의 정치적 성격이 명료해지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방향 선택에 참고할 자료를 극명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현상이다.

이(李)·노(盧) 대결은 이번 선거가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권의 단절·교체를 주장하는 세력과 그 승계·연장을 표방하는 세력 간의 경쟁이라는 측면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노 후보 역시 "가신(家臣)정치·권위주의·인사정책 등 정치행태는 달라지겠지만 원칙적인 정책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이 "계승이냐, 단절이냐?"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선택은 현 정권의 업적을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그 실정(失政)을 비판할 것이냐에 따라 방향을 달리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또한 우리 정치 사상 유례가 드물게 이념적인 대결 양상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선거와 적잖이 다르다. 현 정권이 지난 5년간 보여온 이념 성향의 방향, 속도, 내용에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이 후보와 그 같은 성향의 심화와 계속을 시사하는 노 후보의 대결인 것이다. '김대중 성향'의 핵심적 '키 워드'는 일종의 '평등 지향'으로 모아진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이고, 따라서 이번 선거는 보수와 혁신, 즉 보·혁(保·革)의 대결이라는 주장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과거의 어떤 선거보다도 이번 선거는 세대 간의 단절과 대결을 더 한층 두드러지게 드러낼 것이라는 점이다.

개발의 연대와 3김시대가 물려준 부정적 유산이라 할 지역 간 대결의 틀 또한 이번 선거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에 두 후보가 이번 선거의 그런 정치적 성격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의 내일이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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