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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연맹 대이스라엘 관계정상화 주도권 모색

27-28일 정상회담서 사우디평화안 논의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의 항구적인 중동 평화를 주도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아랍연맹 국가들의 움직임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사우디아리비아 이라크 요르단 예멘 등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오는 27일부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휴전협정 등을 제안한 압달라(Abdallah) 사우디아라비아 왕위계승자의 평화제안서를 토대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지금까지 아랍연맹 정상회담은 중동지역의 평화문제 해결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몇몇 아랍국가 정상들이 10년 전부터 제기돼온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문제의 능동적 해결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현 중동상황 하에서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새로운 평화협정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25일자 독일의 유력지인 FR(Frankfurter Rundschau)은 ‘비전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기회(Eine Chance fuer Visionaere)’란 논평을 통해 “정치적으로 분열된 아랍연맹 국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중동문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FR은 “이번 회담에서는 압달라 사우디 왕위계승자가 이스라엘에 제시한 모든 아랍국가들과의 평화협정 체결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라며 “아랍연맹 정상들이 압둘라가 제시한 평화협정안을 너무 희석시키지 않은 범위내에서 서명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영원히 노(No)만을 되풀이하는‘노맨(No-Man)’이 아니라 정치적인 비전을 갖고 단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압달라가 제시한 평화협정안에 대해서는 지난 주말까지도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압달라 사우디 왕위계승자는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모든 지역으로부터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이스라엘과 아랍연맹 국가들간의 완전정상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리비아 국가원수인 카다피는 압둘라의 제안에 자신이 지난해 요르단 암만에서 제시했던 평화안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아랍연맹으로부터 탈퇴하겠다고 협박했다.

압달라의 평화협정안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시리아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정상화’란 너무 확대된 안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시리아 입장에선 이스라엘과의 양국간 관계가 영토분쟁뿐만이 아니라 평화협정안에서 언급되지 않은 ‘용수권(用水權)’ 등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대 이스라엘 관계에서의 자국 입지 약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 주말 레바논 신문 ‘As-Safir’가 정상회담에 대한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부터. 레바논이 제시한 것은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팔레스타인과 골란, 그리고 레바논의 일부 지역으로부터 철수할 경우 이스라엘과 ‘정상적인 평화적 관계’를 모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설립이 요구됐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유엔결의 194호에 따른 적법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문제도 역시 보상 가능성이 포함돼야 한다 등이 레바논의 제안이다.

레바논은 이와 더불어 이스라엘이 아랍연맹의 제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리비아가 이 제안에 서명할 경우 이는 소위 적대국가들간에 새로운 현실주의를 의미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게 FR의 해석이다. 이 회담에는 현재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연금상태에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가할 예정이며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도 참석을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최종적인 평화협정안이 어떠한 형태로 귀결될지는 정상회담이 끝나는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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