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 국가중 하나로 지목된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해결을 위해 부시 대통령이 급파한 앤서니 지니 특사를 통해 이스라엘 군을 서안지구 베들레헴과 북쪽 가자지구로부터 철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종전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테러리즘에 대응한 자위권"이라고 지지해온 조지 W.부시 대통령의 노선과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부시는 왜 노선을 바꿨나.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Haaretz)'는 19일 새벽(현지시각) 인터넷판 '미국 중재의 첫 번째 성과'란 기사에서 "이스라엘 군이 월요일 저녁부터 철수를 시작해 화요일 오전 서요르단의 베들레헴과 북쪽 가자지구로부터 철수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철수는 '미국의 작품'이다.
미국의 지니 특사가 중재한 이스라엘 군의 철수 협상은 18일 오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고위 안전담당 관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은 휴전협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스라엘이 지난 10일 동안 점령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부터 철수할 것'을 내세웠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갈등에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보인 이유는 한마디로 이라크 공격에 앞서 아랍지역 국가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아랍지역에서 이라크 공격을 위한 작전수행에 많은 난관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국제사회의 지지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배경에 대해 독일의 유력지 FAZ(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는 19일 '마법의 삼각지대 외교'란 논평에서 "사담 후세인과 싸우기를 원하는 자는 먼저 팔레스타인의 국가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FAZ에 따르면, 예루살렘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앤서니 지니 특사의 길이 교차한 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상징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체니 부통령은 예정된 사담 후세인에 대한 공격 지원을 위해 아랍 국가들을 순회했다.
지니 특사는 새로운 휴전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미 며칠 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을 돌아다녔다. 두 사람의 행보가 의미하는 것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문제가 아주 다른 차원이지만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위해 배후에 위치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전선이 휴전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아랍인들은 중동지역 모든 국가들이 UN 협약을 준수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유엔의 요구대로라면 이라크는 대량무기에 대한 사찰을 다시 받아들여야 하며, 이스라엘 또한 유엔 협약을 준수하고 1967년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시 내주어야 한다.
이라크와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체니 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아랍 국가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아냈다. 대다수 아랍 국가들, 즉 이집트 대통령과 요르단 국왕, 그리고 사우디의 황태자가 체니와의 개인적인 대담에서 사담 후세인의 축출에 대해 지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공개적으로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와 요르단은 공개적으로 자국 국민들에게 워싱턴 정책을 지지한다거나 미군의 이라크 공격을 위한 영토제공이 필요하다고 설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사담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를 정벌하려는 국가는 팔레스타인의 표면적으로 드러난 증상들만 치유할 것이 아니라 벌써 35년간 진행돼온 팔레스타인 지역의 불법적 점령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점령문제를 해결해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군 장성출신인 아리엘 샤론 총리와 지니 특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도 지니는 샤론 총리가 몇주전 의미없다고 평가한 아라파트와의 대담을 시도했고, 그 결과 어느 정도 작은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바논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 미국 외교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팔레스타인 과격파 단체인 하마스 인사를 만났다. 하마스의 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지역으로부터 철수한다면 하마스도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라크와 이스라엘, 그리고 팔레스타인, 또한 아랍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 문제 해결없이 다른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조금은 덜 호전적인 정권이 들어서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성공했을 때 세우게 될 후세인의 후계자도 팔레스타인이 그들만의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만 이스라엘과 진정한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FAZ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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