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지지하는 최초의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회원국의 표결에서 14-0(시리아는 기권)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이번 결의안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던 미국이 제안한 것이며,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과 분리된 팔레스타인 국가 개념을 최초로 언급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고 그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이번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15개 회원국이 2000년 10월 이후 중동문제에 관한 것으로는 처음 가결한 것이다.
존 네그로폰테 미국 유엔 대사는 "이같은 미국의 놀라운 조치는 미국 중동특사 앤소니 지니의 평화중재임무를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미국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그동안 아랍국가들이 안전보장이사회에 결의안을 제출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이스라엘의 혈맹 노릇을 해왔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결의안은 당사자들이 제안해야 하고 쌍방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었다.
평소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팔레스타인 유엔대표 나세르 알 키드와는 "미국의 결의안은 분명 팔레스타인 사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예후다 란크리 이스라엘 유엔대사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도 매우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지니 특사의 평화중재로 휴전과 평화회담 재개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며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결의안은 1967년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이후 최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군이 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구에서 31명의 팔레스타인을 사살한 12일(현지시간)에 가결되었다.
미국의 초안은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불법적인 점령을 끝내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격렬하게 비난한 직후에 상정되었다. 아난의 측근들에 따르면 아난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아난은 유엔에서 "중동의 대학살은 가공할 수준에 이르렀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연설했다. 아난은 이 연설에서 "암살, 과도한 무력 사용, 평범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일상적인 악행이 벌어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증오, 절망, 극단주의를 극한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의 골자는 이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확고하게 인식가능한 경계선 내에서 나란히 공존한다"는 구상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 결의안은 또한 "모든 형태의 테러, 도발, 선동, 파괴 등 모든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을 요청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평화회담 재개를 위해 휴전 노력을 함께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의 유엔특사 미하일 웬베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라는 팔레스타인의 근본문제를 다루지 못한 취약한 것이라며 이번 결의안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는 이사회의 단결을 해치고 싶지 않아 결의안에 반대하기 보다는 기권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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