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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올림픽 기간에 군사협정 체결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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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올림픽 기간에 군사협정 체결 노리나?

[정욱식의 '오, 평화'] 한일 군사협정 파문 본질은 '불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처리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모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MB의 입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고, 둘째는 그러나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국회와 국민에게 협정 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라"는 것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정인 만큼, 절차를 밟아 재추진하라는 의미인 셈이다.

이러한 MB의 입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최고 국정책임자로서 국민과 국제사회에 큰 충격과 망신을 자초하고도 최소한의 사과나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밀실 처리를 청와대가 주도했고, 또 그 중심에는 MB의 최측근인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있었다는 점에서 MB의 재가 없이 이런 일을 추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MB가 참모들 뒤에 숨어 책임을 모면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정의 몸통은 MB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MB 스스로가 한일 군사협정의 가장 강력한 신봉자라는 데에 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과 일본 정부에게 한일 관계를 비롯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는 것은 앞선 글들을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MB의 참모진과 정부 관료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이는 거듭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12월 19일에 작성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 전문에서는 "이명박의 외교정책 참모이며 외무장관을 지낸 유종하는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하등의 걱정할 것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며, "한미일 3각 동맹은 향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MB의 친형인 이상득은 2008년 5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확인해주었다.

그 해 10월 한미일 3자 협의를 앞두고 미국 고위 관료들을 만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은 3자 대화를 지역 관계를 증진하고 한미동맹을 지원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특히 독도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like-minded) 국가들"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다른 외교 전문들을 보면 왜 이명박 정부가 '밀실 처리'를 선호했는지도 알 수 있다. 2008년 4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전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3자 협력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눈에 띠면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따른) 인지된 위협에 대처하고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2009년 4월 도쿄에서 주일 미국대사관 주관으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도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태진 참사관은 "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강력한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희망하고 있지만,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로 인해 공개적으로 이를 드러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MB 정부 일각에서도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한미일 3각 동맹과 연결되고,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의 신냉전을 자초할 우려와 한국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한국 국민과 국회와의 소통이 아니라 미국 및 일본과의 밀실 협의와 처리였던 것이다.

▲ 지난 5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서로 선행(先行)을 권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연합뉴스

런던 올림픽이 호기?

대통령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MB 정부는 협정 체결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회에서 최소한의 보고 절차만 밟고 또 다시 협정 체결을 강행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고해준다. 그리고 기회를 엿볼 것이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MB 정부가 런던 올림픽 기간(2012년 7월 27일~8월 12일)에 협정 체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이전에 국회 보고를 통해 '밀실 처리'에 대한 국민 여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국민들의 눈과 귀가 올림픽에 쏠려 있는 틈을 이용해 처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한일 양국 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방위백서 발간을 협정 체결 이후로 넘기는데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MB 정부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한일 군사협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절차상의 문제나 과거사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보수 진영이 그토록 강조해온 '대한민국 정체성'과도 맞지 않고, 또한 막대한 국익 손실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보는 것도 한일 군사협정 반대의 본질적인 이유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역사·현실·미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참모들의 고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또 그럴 만한 참모들이 부족하다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MB는 임기 5년 내내 한 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한 쪽 귀로만 세상 얘기를 들어왔다. 한일 군사협정 파문의 본질이 바로 MB의 일관된 불통에 있는 것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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