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졸속 추진되다가 결국 보류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2일 오전, 이날 열린 대통령주재수석비서관회의를 설명하면서 "대통령께서 최근 논란되고 있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잘못에 대해 강력히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 협정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도 체결했고, 앞으로 중국과도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인데, 긴급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면서 "국회와 국민들에게 협정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설명하여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어떤 절차가 잘못됐는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대통령 해외 순방을 수행했다 귀국한 이래 5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 브리핑에 나선 박 대변인은 수 차례 "내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잘못했다"면서 '누구의 어떤 잘못'인지는 "몰라"
'즉석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올라가고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았고, 언론 브리핑에서도 빠진 이런 사실을 대통령을 몰랐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구체적 절차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셨던 것 같다"면서 "안보관계장관조정회의 큰 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보고 받으셨는데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고 못 받으셨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순방 중 외교안보수석이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정도의 보고는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절차적 잘못을 크게 지적했는데 오늘 회의에서 누구의 책임으로 어떻게 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보고가 없었냐'는 질문에도 박 대변인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서 일이 생겼다는 보고는 있었다"면서도 "연유나 과정에 대해선 충분히 보고가 안 됐고,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만 답했다.
대통령 부재 중 국무회의에서 이 사안이 처리될 것이라는 정도의 보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절차적 보고는 없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발언이지만 박 대변인은 전과 후를 나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내가 공부가 부족하다"고만 말했다.
"대통령이 다 몰랐다"고 하면 그야말로 국기문란 수준의 기망이 되고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고 하면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 되는 진퇴양난에 처한 청와대로선 입장이 난처할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이런 까닭에 "자세히는 몰랐다"로 낙찰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책임 소재 규명, 인책 여부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책임에 대해선 논의된 것이 없다"면서 "행정 최고책임자인 총리께서 이미 말씀하셨다"고만 말했다.
이미 외교통상부와 총리실 등 정부 부처는 이번 졸속 추진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린 바 있다. 사전 설명없이 국무회의에 올려서 의결하라는 것이 청와대의 지시였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상당수 관계자들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상황이다.
"필요하다는 입장 변화 없다"
대신 청와대는 이 협정을 계속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변인은 "이 협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나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에)잘 설명해서 좋은 방향으로 결론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국회나 여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가정에 대한 것은 답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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