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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와 버마 군부, '미녀와 야수'보다 복잡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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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와 버마 군부, '미녀와 야수'보다 복잡한 이야기"

[해외시각] 수치의 보궐선거 승인한 버마, 어디로 갈까

아시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였던 버마(미얀마)가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민선정부로 옷을 갈아입은 버마 군부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잇단 개혁조치를 발표했고, 때맞춰 아시아 중심의 대외정책을 천명한 미국이 이에 화답했다. 유럽도 '버마 입성'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버마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의심을 거둬들이지 않으면서 4월 치러질 보궐선거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2년 만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버마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수치의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승인했다.

현재 버마 정부의 개혁 조치는 경제 부흥을 위한 외국 자본의 투자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수치와 NLD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치 무대에 복귀한다면 국제사회가 바라는 버마의 민주화와 소수민족 반군과의 화해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수치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군부가 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브라질 출신 언론인 페페 에스코바는 7일(현지시간) <알자지라> 칼럼을 통해 버마에서 최근 일어나는 변화를 조망했다. 에스코바는 버마가 개방에 나선 이후 아시아 내에서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에서 버마는 핵심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

하지만 버마는 중국에 예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과거 싱가포르가 추구했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버마의 경제적 미래는 적어도 과거보다는 밝아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수치의 정계 복귀 여부가 결정될 4월 보궐선거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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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7일(현지시간) 이라와디 지역을 방문, 선거유세를 벌이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마, 새로운 아시아의 호랑이가 될 것인가?

용의 해인 2012년 미국과 이란의 첨예해져가는 심리극에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 동남아시아에서는 버마의 통제된 개방이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모든 국가에서 버마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요새는 비행기 표를 구하거나 호텔을 예약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몇 해 전의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나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처럼, 버마의 새 수도 네피도('왕의 도시'란 뜻)는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유럽연합(EU)은 버마의 고위 관료들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버마 대표단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몰려갔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우리도 두 개의 바다에 접하며 잠재적인 어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우 륀 버마 철도부 차관의 말에 유럽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군침을 흘리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경제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세계의 권력자들은 금, 가스, 석유, 목재, 비취, 우라늄, 석탄, 아연, 구리, 보석, 수력발전, 그리고 싼 노동력을 취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버마는 자원 부국이지만 과거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고려하면 이 자체가 자국을 투자 추천국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주간 버마를 둘러본 후 "아시아의 차세대 경제적 신개척지"라고 선언했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참가하는 4월 1일 버마 보권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미국과 유럽이 (틀림없이 몇 달 내로)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이전이라도 이러한 평가는 현실화될 수 있다.

길게 봤을 때 버마는 2015년에 완전하게 효력이 발생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계획과도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버마는 2014년 아세안의 의장국이 된다.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의 '경제 개혁', 정부 관료들이 말하는 '미개척 시장', '외국 투자자들의 많은 흥미' 같은 레토릭을 둘러싼 소동에도 불구하고 버마는 여전히 극단적인 군부독재 상태다. 과거 총리였던 테인 세인 대통령은 장군 출신으로 군부의 일원이다. 그는 2010년 11월 수치가 배제된 채 치러진 가짜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됐다.

1990년 총선에서 NLD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사실을 기억하는 건 항상 중요하다. 당시 군부는 총선 결과를 무시했고, 수치는 이후 20년 동안 최소 14년을 가택 연금 상태에 있었다. 감시자가 없을 때 군부가 수치를 또 다시 체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버마를 향한 서방과 아시아의 경주

확실한 점은 [19세기 콘바운 왕조 시절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 만달레이로 향하는 길은 멀 것이란 점이다.

버마 정부는 외국 자본을 몹시도 원한다. 그러한 노력은 버마 관료들이 '가장 매력이 있다'고 내세우는 투자법안으로 시작한다. 이 법안에는 외국 자본이 투자한 사업이 국가에 이익이 되면 8년 동안 세금이 면제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은 이달 말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극도로 부패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법 시스템을 점검하고, 적어도 모든 활동영역에서 부패 방지 시도라도 해야한다는 엄청나게 힘든 임무가 있다. 투명성국제부패지수(TICPI)에 따르면 버마보다 부패한 국가는 북한과 소말리아밖에 없다.

들어오다 말다 하는 전력과 낙후된 도로·철도·항구까지 버마의 국가 인프라는 넝마 수준이다. 버마는 교통·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시간이 승패를 좌우하는 '버마 투자 대결'에서 아시아는 서방에 앞서 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동아시아 최고의 경제 성공 신화를 썼던 싱가포르를 얼마 전 방문했다. 싱가포르는 버마에 법, 은행, 금융 개혁 뿐 아니라 무역과 관광, 도시계획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일본은 가능한 한 빨리 버마 정부와 상호투자조약을 맺길 원하고 있다. 태국의 잉락 친나왓 총리 또한 지난해 12월 수치와 만났다. 태국은 이미 버마의 주요 무역상대국 중 하나가 됐음을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앞으로도 버마의 주요투자국이자 지역 무역의 핵심 허브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 '황금의 연못'에는 두 마리의 하마가 있다. 중국과 인도다.

'파이프라인 국가'로 진입하기

서방에서 버마는 보통 브릭스(BRICS) 국가인 인도와 중국 사이, 그리고 중국·인도와 나머지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의 전략적 중심지로 여겨진다. 피해망상·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면 버마는 결국 중국이 인도양을 지배하는데 가교가 될 것이다.

버마는 동시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밝힌 동아시아 중심 대외정책에서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버마의 약삭빠른 지도자들은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격언인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은 중국의 평행추(counterbalance)가 되어야 한다'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버마가 중국의 주(州)에 편입되지는 않을 것 같다.

'파이프라인 국가' 시나리오는 매우 흥미롭다. 방글라데시와 가까운 버마 아라칸주의 서부해안 짜욱퓨(Kyaukpyu)에서는 항구가 이미 건설중이다. 이 지역에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쉐(Shwe) 가스전도 있다. 이 항구는 석유와 가스를 중국 남서부 윤난(雲南)으로 운반하는 수송관과 연결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이곳보다 더 전략적 의미를 갖는 곳도 없다.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잇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양에서 중국의 심장부로 가는 최적의 루트는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가 아닌 버마를 통과하는 길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 다오지옹 베이징대 교수의 지적처럼 여기에 버마의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버마가 석유와 가스를 처음 수출하려고 했던 곳은 인도였다. 인도가 결정을 질질 끌고, 가스전 개발을 위해 꾸려진 (중국은 제외된) 국제 협력단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뒤에야 버마 정부는 중국으로 판매 목표를 바꿨다.

버마는 중국의 방대하고 복잡한 에너지 전략의 중심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윤난으로 가는 가스는 확실히 버마 안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석유는 중국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 중동 국가, 그리고 앙골라나 수단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다. 이 모든 운송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 중국은 지금보다 안정되고 번창한 버마를 원한다.

심지어 버마 남부 해안에는 짜욱퓨보다 더 큰 다웨이 항구가 있다. 이 항구는 태국 등 남아시아 국가와 중국 남부를 겨냥해 건설됐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이 항구 또한 말라카 해협의 대안이다. 다웨이 항구에는 중국식의 경제특구(SEZ), 이탈리아와 태국이 합작해 개발하는 공업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양곤 인근에 세워진 또 다른 경제특구 또한 중국과 일본, 한국, 태국에 혜택을 줄 것이다.

미녀와 야수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라는 전체주의식 이름으로 알려진 버마 군부는 1989년 국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다. 버마의 소수민족인 카렌, 샨, 카친족 등은 그 국호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했다. 실제로 현재의 '개혁된' 군부는 많은 소수민족을 매우 지독한 방법으로 대하고 있다.

버마 정부가 소수민족과의 '평화협상'을 위한 공식 대화를 펼치고 있지만 버마에 문명사회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버마 국민들은 4월 1일 보궐선거 결과와 함께 수치와 NLD가 소수민족과 진짜 사회계약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국론을 어떻게 결집시키는가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은 예이츠의 시를 빌려 버마의 '끔찍한 아름다움'과 국민들의 상냥함에 감동받은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희망이다.

그러나 버마는 '미녀와 야수'(수치와 군부) 같은 이야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지난 60년간 이어진 사실상의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수백만 명의 정치적 행동이 있을 것이다. 그 전쟁의 대부분은 군부가 자국 국민들을 상대로 벌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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