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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EU-영국까지 접근…버마에 부는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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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EU-영국까지 접근…버마에 부는 '변화의 바람'

핵심은 정치범 석방…서방 일각에선 회의론도 여전

민주화 인사에 대한 인권탄압을 이유로 수십 년간 버마(미얀마)에 제재를 가해온 서방이 태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야당의 정치 활동 허용과 정치범 석방 등 일부 유화 제스처를 펴면서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버마 정부에는 희소식이지만, 버마가 실질적인 민주화로 나아가려면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다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버마에 대한 서방의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반세기만에 국무장관을 버마에 보내 민주화 이행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12월 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버마에 도착해 테인 세인 대통령과 대화했다. 이어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를 만나 버마의 민주화 이행에 대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새해 들어서는 유럽이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우선 유럽연합(EU)은 5일(현지시간) 버마 원조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사무소를 버마의 옛 수도 양곤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사무소에는 EU 대사가 별도로 파견되지는 않지만 "이 사무소는 원조 프로그램 운용과 함께 정치적 역할도 갖고 있다"는 마이클 만 EU 대변인의 말처럼 버마 정부의 개혁 조치를 평가하고 제재 해체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1948년까지 버마를 식민지로 두었던 영국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외무장관을 버마에 보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버마를 방문해 테인 세인 대통령에게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요청했다. 오후에는 양곤으로 건너가 아웅산 수치와 면담을 하는 등 힐러리 장관의 방문 당시와 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 5일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를 찾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 ⓒAP=연합뉴스

민간 차원의 버마 돕기 운동도 시작됐다. '헤지펀드의 대부'이자 자신이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 재단을 통해 1994년부터 버마 내 소외 계층을 지원해온 조지 소로스는 같은 날 버마에 자선 활동을 위한 공식 본부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버마를 방문해 수치를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며 폐쇄적인 버마 사회의 개방을 돕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버마가 보이는 정치적 개방의 징조는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버마 정부의 개혁 정책, 정치범 석방으로 이어질까

수십 년간 버마를 고립시켜온 서방 국가들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지난 2010년 11월 20여년 만에 치러진 총선 후 출범한 버마 민선 정부의 개혁 정책이 단순한 '보여주기'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는 당의 주요 지도자들이 선거에서 배제당하자 불참을 선언해 군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또 현재 민선 정부의 요직에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군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민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군부가 민선 정부에 권력을 이양했을 때 "군복에서 양복으로 옷만 갈아입은 독재"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민선 정부가 취한 개혁 조치는 적어도 초기의 인색한 평가에 비해서는 고무적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사회운동과 기업·언론 규제를 완화했고 고질적으로 교전이 반복되던 버마 내 소수민족과도 대화하자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15년 이상을 집에 갇혀 있었던 아웅상 수치의 연금을 2010년 11월 해제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 1일 치러질 보궐선거에 NLD의 참여를 5일 공식 허용했다. 연금 해제 이후 버마 정부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던 수치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생전에 완전한 민주주의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러한 최근의 움직임은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는 버마 정부와 동아시아를 대외정책의 한 축으로 보고 중국 견제에 나서는 서방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앞으로 버마 정부가 지속적인 개혁 정책을 펴 나간다면 서방과의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서방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가디언>은 5일 버마의 민주주의 촉진과 번영을 위해 영국 외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18개월 전이었다면 터무니없는 말이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신문은 야당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수치의 정계 입문을 희망한다는 버마 정부의 '러브콜'은 국제사회의 호감을 얻기 위한 정치적 함정일 수 있다는 의심이 서방 진영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에 접근하기 위해 수치를 '얼굴마담'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버마 정부가 취하는 개혁의 진정성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방국과 인권단체에서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정치범 석방 문제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인권단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버마 정부는 지난해부터 약 350명의 정치범을 석방했지만 아직도 감옥에는 600~2000명에 이르는 정치범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점치범들은 지금까지 석방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들을 향한 정부의 인권 유린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 수치가 6일 <AP>와의 인터뷰에서 "군부의 협조가 있어야 버마의 개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군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은 이에 앞선 4일 독립기념일 기념 메시지에서 "땃마도(버마 정부군)는 버마가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국가로 발전하도록 이끌어 왔다"며 반대의 평가를 내려 이견을 보였다. 향후 버마의 안정적인 민주주의 정착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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