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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한번 방문으로 중-버마 관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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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한번 방문으로 중-버마 관계 흔들까?

미-중-버마 3각 게임 개시, '중국 견제' 녹록치 않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버마 민주화 운동의 대모 아웅산 수치와 만났다.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0년 만의 첫 방문으로 버마에 손길 내민 미국에 대해 중국은 언론을 통해 연일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방문이 미국의 중국 견제의 일환이며, 이 때문에 앞으로 미중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2일(현지시간) 버마의 옛 수도 양곤에 있는 수치의 자택에서 공식 면담을 가진 클린턴은 수치의 "변함없고 선명한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다. 수치는 "미국의 개입으로 버마의 민주화 진전이 촉진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전날 같은 버마 전통의상에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를 나란히 선보이며 비공개 만찬을 가진 두 사람은 이날도 입을 맞춘 듯 버마의 민주화 진전을 요구했다. 감옥에 갇힌 민주화 인사 석방과 버마 내 소수민족 갈등 해결 등 내걸은 조건도 1일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에게 클린턴 장관이 주문했던 내용과 유사했다.

아웅산 수치는 클린턴 장관과의 만남에 앞서 수개월 내 치러질 버마 상·하원 재보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정계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3일 간의 방문 기간 동안 클린턴 장관이 버마 정부에 전달한 메시지는 '추가적인 민주개혁 조치를 이행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불하겠다'로 요약된다. 추가조치의 구체적 실천 사항으로는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 단절, 정치범 석방, 소수민족과의 화해, 언론자유 보장 등을 꼽았다.

클린턴 장관은 이에 상응하는 '당근'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보건·환경 지원 사업인 '메콩강 하류 이니셔티브'에 버마를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시키고, 1990년 버마 군부가 총선 이후 아웅산 수치 진영에 정권 이양을 거부하자 철수시켰던 미국 대사를 다시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2일(현지시간) 양곤의 수치의 자택에서 만났다. ⓒAP=연합뉴스

버마의 '러브콜'과 미국의 수용…중국 견제용?

이번 방문은 잇단 개혁조치를 선보이며 서방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유도하는 버마 정부, 군부 출신 인사가 대다수인 정부의 정통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제도권 안에서 민주개혁에 힘쓰겠다고 밝힌 아웅산 수치,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50년 만에 국무장관을 보내 현 정부의 개혁 의지를 '평가'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로 인해 호주 내 미 해군기지 건설, 50년 만에 이루어진 버마 방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중심 대외전략 구상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오바마의 행보가 중국 견제에 있다는 시선을 반증이라도 하듯 중국 언론들은 방문 기간 내내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방문 첫날부터 경계심을 보였던 <환구시보>는 2일에도 클린턴 장관이 버마에 제시한 '당근'은 '작은 선물'에 그친다며 이것만으로 버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연출하는 외교·안보상의 갈등을 넘어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는 '중국 견제용' 분석이 과연 유효한지는 의문이 따른다. 거꾸로 말하면 미국이 버마를 중국 견제용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개입한다면 자칫 자신이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우려는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클린턴 장관을 향해 "'중국'이라는 색깔의 선글라스를 통해 버마를 바라보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신문은 "중국은 잊어버리고 버마의 정치 개혁 가능성이라는 현안에 똑바로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신문은 그 이유로 미국의 손짓 몇 번으로는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중국의 버마 내 경제적 영향력을 들었다. 대표적인 게 버마 정부의 밋손 댐 건설 중단 사례다. 버마 정부는 밋손 지역 마을의 수몰 위험과 환경파괴를 우려한 여론을 받아들여 공사를 연기했고 서방 국가들로부터는 칭찬을, 댐 공사를 주도하는 중국의 국영기업에게는 불만을 삿다.

그러나 겉으론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밋손 댐 이외에도 버마 내에서 6개의 댐을 더 짓고 있으며, 고속도로 건설과 인도양까지 닿는 석유 수송관 건설, 항만 건설까지 깊게 관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같은 사실을 열거하며 "중국과 버마의 이러한 경제적 상호 이해관계가 한 번의 다툼으로 쉽게 와해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버마 정부에 보내는 '정치적 기대'가 꼭 상충하는 것도 아니다. 신문은 "중국은 자신과 국경이 맞닿은 버마가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갖는 것을 원치 않지만, 동시에 소수민족 갈등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당성과 대표성을 갖춘 정부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클린턴 장관이 버마 정부에 강조한 점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버마가 핵에 대한 어떠한 야망도 보이지 않길 바라고 있다"며 "게다가 서방의 버마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린다면 가장 기뻐할 이들은 인구 6000만에 이르는 이웃국가(버마)를 둔 중국 기업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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