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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장관 반세기 만에 버마 방문…중국 견제 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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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장관 반세기 만에 버마 방문…중국 견제 급했나

오바마 "버마에 '개혁의 빛' 보여" 비판론 차단 부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12월 중 버마(미얀마)를 방문한다. 최근 감옥에 갇힌 민주화 인사 수백 명을 석방하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버마 정부로서는 앞으로 아시아 중심의 대외전략을 펴겠다고 천명한 미국 덕에 호재를 맞은 셈이다.

1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작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버마의 민주화 이행 성과와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한 뒤 클린턴 장관의 버마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치와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미 국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하는 것은 50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의 방문 목적은 미국이 미얀마의 변화에 힘을 실어줘도 될 것인지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부 출신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버마 민선 정부가 지난해 수치의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정치범 일부를 석방하는 등 중요한 개혁 정책을 펼쳤다고 후한 점수를 매겼다. 그는 특히 "최근 몇 주 사이에 미얀마 정부로부터 '개혁의 빛'(flickers of progress)이 스치는 것을 목격했다"라며 미얀마가 민주화의 길을 계속 걸어간다면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18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내달 중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버마(미얀마)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AP=프레시안

이러한 결정은 최근 버마 정부가 펼치는 개혁 정책의 진정성에 대해 서방 언론이 싸늘한 시각을 보내는 상황에서 나왔다. 일례로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가 있기 전날 기사에서 버마의 개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여러 부분에서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최근 버마 정부가 노동조합에 쟁의행위를 보장하고 언론 자유를 확대하는 등 아웅산 수치마저도 부정하기 힘든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도, 풀려나지 않은 정치범들에 대한 인권 탄압 의혹이나 소수민족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버마 정부가 변화하려는 동기는 정치적 민주화보다 경제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의심스런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일례로 최근 건설이 중단된 밋손 댐의 경우 생산 전력의 90%는 댐 건설에 투자한 중국이 가져가고 이에 따른 보상은 군부의 손에 들어가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버마 국민들의 항의가 잇따른 바 있다. 교육과 보건 관련 투자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한 버마는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서방의 투자를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러한 회의론을 의식해 미얀마 정부가 소수민족 처우와 인권 증진, 폐쇄적 정치 시스템 등의 개혁에 실패할 경우 앞으로도 고립과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핵 협력 의혹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우리는 변화했고, 서방이 응답할 차례"라는 버마 정부의 '러브콜'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낸 이유는 중동에서 아시아로 눈을 돌린 미국의 입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 위기의 해결책으로 경제 신흥국들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통합 경제권을 꿈꾸고 있고, 또 호주에 미군 해군기지를 증설하는 등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지역 국가를 하나라도 많이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버마마저 그 대상이 된 셈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외신에 "이 문제는 버마에 관한 것이지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버마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주변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의혹을 먼저 부인하고 나선 셈이다.

아웅산 수치가 미국의 결정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다. 수치는 연금에서 풀려난 이후 현 정부를 인정하고 제도권 안에서 싸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단은 18일 양곤에서 회동을 갖고 정당 재등록 절차를 거친 뒤 상·하원의원 48명을 뽑는 보궐선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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