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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대, '정부에 뭘 요구할 것인가' 놓고 논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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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대, '정부에 뭘 요구할 것인가' 놓고 논쟁중

표결 방식 놓고도 이견…시위대 분열 우려도 나와

월스트리트 시위대가 진지한 내부 논쟁에 빠졌다. 수십 명 규모의 시위를 한 달 만에 전 세계적 운동으로 이끈 월가 시위대들이 이제 시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시위가 처음 일어났을 때 미국 주요 언론들은 시위대들이 월가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사회보장 축소 반대, 실업 문제 해결, 환경파괴 중단 등 하나로 다양한 주장을 펼치면서도 구체적인 요구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시위대를 지지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이라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위대 내에서도 정부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월가 시위대들은 18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주코티 공원)에 모여서 미 정부가 외국에서 벌이는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공공 일자리 사업을 시행하라고 공식 요청하는 방안을 놓고 심각한 토론을 벌였다.

▲ 미국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주코티 공원)에서 한달 넘게 노숙하고 있는 월가 시위대들. ⓒAP=연합뉴스

아울러 이 요구사항을 표결에 붙이는 방법을 놓고 이견이 생겼다. 요구사항을 제안한 시위대 실무 그룹은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으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월가 시위대의 합의 정신을 위배하는 제안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시위 첫날부터 참가한 케네스 립이라는 활동가는 모든 시위 참가자에게 발언권을 주고 있는 현 시스템을 실무 그룹이 비켜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구사항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수결이 아닌 총의가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고 공평하게 발언권을 보장함으로써 합의에 따라 움직였던 월가 시위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 그룹 내에서도 다수결 방식을 두고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그룹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메시지 공유사이트 '페이스트빈'에는 다수결 방식을 주장하는 일부 실무진들이 다른 이들의 '도덕적 반대'를 무시하고 있다는 익명의 글이 게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실무 그룹의 일원인 숀 레던은 "우리의 첫 번째 투쟁은 시위 참가자 중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여기는 이들을 상대로 한 투쟁"이라며 자신들의 제안을 밀고나갈 뜻을 밝혔다.

실무 그룹의 제이 아레나도 일부 시위 참가자의 반발을 대수롭지 않게 봤다. 그는 실무진에 대한 비판은 큰 논란거리가 아니라면서 월가 시위는 개방된 운동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현실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샨은 "사람들이 왜 요구사항을 원하는지 이해한다"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요구사항을 정하는 것은 전략적 오류"라고 밝혔다. 그는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시위대의 인내심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면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운동을 조직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는 게 더 낫다는 견해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장 활동가인 앤드류 스미스는 "어떤 요구를 내놓지 않는 건 놀랍도록 강력한 힘을 갖는다. 만약 우리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언론은 그걸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전한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 존 개퍼도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시위를 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며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은 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디테일에 관한 싸움으로 돌리는데 능수능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가 시위대들을 갈라놓는 또 다른 이슈도 있다. 일부 시위 참가자가 기부금이나 광고 수입으로 마련한 돈으로 사무실을 마련해 6명의 상근 실무자를 두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활동가 립은 "(시위대의) 분립 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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