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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우리는 99%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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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우리는 99% 입니다"

[해외시각] 나오미 클라인 "가장 강력한 권력과 싸움을 걸었다"

베스트 셀러 <쇼크 독트린>의 저자이자 반세계화 활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을 했다.

확성기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시위대에게 나오미 클라인은 육성만으로 연설을 진행했고 시위대들은 '인간 마이크'가 되어 그의 연설 내용을 서로에게 전달했다. 나오미 클라인은 그 연설을 보강해 시사주간지 <네이션>에 기고했다.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클라인은 경기 호황기였던 1999년 보다 지금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운동을 조직하기 더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시위 분위기에 더해 운동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옛 주코티 공원)에 방문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를 만나고 있는 나오미 클라인. ⓒDavid Shankbone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

사랑합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합니다'라고 외칠 것 같아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것이] '인간 마이크'가 가진 장점이란 건 확실하지만요.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듣게 될 말을 그들한테 더 크게 말하세요.

어제 노동자 대회에서 한 발언자는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다"라는 감상을 밝혔습니다. 이 러한 감상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일들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공간을 말합니다. 우리는 매우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가지가 있다면, '1%'는 위기를 사랑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를 때, 그때가 바로 그들이 친(親) 기업적 정책을 밀어붙일 타이밍입니다. 교육과 사회 안전망을 민영화하고, 공공서비스를 감축하며, 기업에 대한 최후의 제약을 푸는 것을 말합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러한 일들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막을 수 있는 단 하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매우 강력합니다. 바로 '99%'입니다. 이 '99%'는 "아니야. 우리는 당신들의 위기에 비용을 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기 위해 미국 매디슨에서부터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 구호는 2008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리스와 프랑스, 아일랜드를 거쳐 마침내 위기가 시작됐던 이 곳[뉴욕]에 이르렀습니다.

당황한 전문가들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왜 그들은 시위를 하는가?"라고 묻습니다. 그 사이 세계의 나머지에서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우리는 당신들이 언제 나타날지 궁금했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환영한다"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1999년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시애틀에서의 소위 반세계화 시위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와 비교했습니다. 기업 권력을 겨냥하고, 지도부 없이 전 세계 청년들이 주도했던 마지막 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운동 중의 운동'이라 불렸던 그 시위에 참여했던 게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도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 G8가 주최한 정상회의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런 회의는 일시적이었고 길어야 일주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역시 일시적인 시위만을 벌였습니다. 시위대들이 나타나서 언론 머리기사를 장식한 다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과도한 애국주의와 군사주의의 광분 속에서 적어도 북미에서 우리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반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는 고정된 목표를 택했습니다. 끝나는 날을 정하지도 않았습니다. 현명한 일입니다. 당신이 머물러 있을 때에만 [시위의] 뿌리가 자랄 수 있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정보화 시대에 너무 많은 운동이 갑자기 생겨나 곧 사장되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뿌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지속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폭풍이 닥치면 그들은 쓸려나갔습니다.
▲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리버티 플라자 공원(옛 주코티 공원)에 자리 잡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캠프장에서 한 성직자 연합이 월가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 동상을 본뜬 모형에 "거짓 우상(false idol)"이란 이름을 붙여 들쳐메고 행진하고 있다.ⓒAP=연합뉴스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이 원칙은 폭풍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 튼튼한 구조와 제도를 만드는 고된 작업과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운동이 옳게 가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비폭력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은 미디어가 갈망하는 부서진 유리창이나 길거리 난투극을 보여주는 걸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이 훌륭한 원칙은 수치스럽고 명분도 없는 경찰의 무자비함을 드러났게 했습니다. 어제 저녁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 사이 이 운동에 대한 지지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9년 시위와의 가장 차이점은 [당시에는] 경기호황의 정점에서 자본주의와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업률은 낮았고, 주식 포트폴리오는 가득 찼었습니다. 언론은 손쉬운 돈벌이에 취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시작만 있었지 멈추는 것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광란 이면의 규제 완화가 값비싼 비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규제 완화는] 노동기준에 손상을 입혔습니다. 환경기준에도 손상을 입혔습니다. 기업들은 정부보다 힘이 커지고 있었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손상을 입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적어도 부유한 국가에서는 좋은 시절이었고, 탐욕에 기반을 둔 경제에 대적하는 건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 더 이상 부유한 국가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부유한 사람들만 있습니다. 공공의 부를 훔치고 전 세계 자원을 고갈시켜 부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핵심은 오늘날 이 시스템이 매우 불공정하고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있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제한의 탐욕은 세계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 역시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해양 [자원]을 남획했고, 수질을 오염시켰습니다. [캐나다] 앨버타의 '타르 샌드(원유를 함유한 모래)' 등을 지구에서 가장 더러운 에너지로 바꾸고 있습니다. 대기는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위험한 온난화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일련의 경제적, 생태계적 재앙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명확해서 1999년 당시보다 대중들이 더 쉽게 받아들였고, 운동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계가 엉망이 됐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는 유한한 화석 연료와 공해를 흡수하는 대기가 마치 무한대로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금융자원이 실제로는 풍부하지만 마치 엄격하고 고정된 한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 시대에 우리의 임무는 이 '가짜 부족함'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가 의미하는 점은 우리가 이러한 행동을 해나가는데 마감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운동은 산만해지고, 분열되고, 불타버리거나 몇몇 사건으로 쓸려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공해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중요한 주제임에도 은행 규제와 부자 증세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근원적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이 보도하기 쉽게 하나의 요구로 맞추기도 힘들고,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급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것[변화]이 제가 이 광장에서 보고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서로 먹을 것을 나누고, 서로 온기를 유지하며,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 지원과 명상 수업, 역량강화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본 문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난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시선을 회피하며 '남들은 죽게 내버려 둬'라고 말하도록 가르치는 문화 속에서 이 문구는 매우 급진적인 선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뭘 입건, 주먹을 흔들건, '피스 사인(peace sign)'을 만들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적절한 언론 코멘트로 만들 수 있건 없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용기와 윤리 의식, 서로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정치권력에 싸움을 걸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운동이 커질수록 더 무서워질 것입니다. 더 작은 목표, 이 모임에서 당신 옆에 앉아 있는 사람 같은 작은 목표로 바꾸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임을 항상 의식하십시오. 결국, 승리하기 더 쉬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유혹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서로 언쟁을 벌이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 시간, 다가올 많은 투쟁에서 함께 행동할 계획을 짜는 것처럼 서로를 대합시다. 앞으로의 일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아름다운 운동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대하십시오. 왜냐하면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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