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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협상 개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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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협상 개시 선언

"차세대 FTA"…핵심은 '한국의 규범·제도 뜯어고치기'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6일 오전 10시 45분 서울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EU FTA 협상의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한-EU FTA 체결 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에 대한 관세가 철폐돼 우리 기업들에 가시적인 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EU FTA는, 지난 4월 2일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와 더불어, 우리 서비스 산업의 체질과 경쟁력을 개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양자 간 투자증대로 고용창출, 특히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델슨 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FTA는 전 부문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무역 자유화, 특히 서비스·투자 부문의 자유화"라면서 "지적재산권(IPR)의 강화 등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다뤄지지 않는 비(非)관세장벽들(NTBs, Non-Tariff Barriers)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연합뉴스

차세대 FTA=WTO + 알파

김현종 본부장과 피터 만델슨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EU FTA를 '차세대 FTA(new generation FTA)'라고 규정했다. '차세대 FTA'란 EU 측에서 고안한 용어로 '다자간 협정인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의 내용에 부합하면서, 이보다는 높은 수준의 통상협정'을 의미한다. 즉, 차세대 FTA란 'WTO 플러스 알파'라는 것.

양측 통상장관은 이날 한-EU FTA와 WTO DDA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 일견 온도차를 내비쳤다. 만델슨 위원은 "WTO DDA에 우선순위가 있으며, 어떤 양자 간 협상도 다자 간 협상을 보조해야지, 절대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 동안 "FTA가 대세"라고 강조해온 김 본부장은 WTO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온도차가 협상의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은 다를지언정 양측 통상장관이 '차세대 FTA'의 성격, 특히 'WTO 플러스 알파'의 '알파' 부분에 대해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U 측은 이날 한-EU FTA의 핵심은 WTO 협상에서 이미 다뤄지고 있는 상품 관세의 철폐나 서비스·투자의 자유화보다는 이른바 비관세장벽의 철폐, 즉 '한국의 규제와 규범에 손을 대는 것'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현종 본부장도 이를 "우리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시키는 계기"라고 불렀다.

만델슨 위원은 "관세감축은 이미 상당한 길을 와 있는 상태고,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표준 등 비관세장벽이나 투자에 저해가 되는 투명성이 부족한 (한국의) 규제와 규범"이라면서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거나 줄이는 것은 다자간 협상인 WTO에서 하기는 정말로 어렵고, 그래서 FTA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현종 본부장은 "큰 틀에서 동의한다"면서 "차세대 FTA 협상이란 것은 관세철폐뿐 아니라 지적재산권의 강화, 비관세장벽의 철폐 등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EU FTA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의의에 대해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유럽-미국-아시아를 잇는 '동아시아 FTA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만델슨 위원은 "유럽이 이제 아시아에 눈을 돌려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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