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공식협상이 오는 7일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한미 FTA의 '뜨거운 감자'였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가 벌써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한수 한-EU FTA 협상 한국 측 수석대표는 4일 브리핑에서 "EU 측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의 경우 개별 회원국의 권한으로 FTA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제기할 것이다. ISD를 넣어야 FTA의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측 협상단이 실제 협상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한미 FTA와 한-EU FTA를 비교하면서 "한미 FTA에서 많은 논란을 빚었던 ISD에서는 거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은) 27개 EU 회원국 중 22개 국가와 이미 투자보장협약을 체결했고, 그 안에 ISD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서 ISD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겠지만, 협정문에 ISD가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되는 일견 모순된 정부 입장은 한미 FTA에 들어간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에 이미 들어간 제도가 한-EU FTA에서 빠질 경우, 정부가 그렇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선전하던 제도가 왜 빠졌는지에 대한 비판이 한미 FTA 찬반 양 진영에서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EU FTA는 한미 FTA의 성과"
김한수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면서 "한-EU FTA 협상의 개시도 한미 FTA의 보이지 않는 이익(benefit) 혹은 성과"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자 간 통상협정인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우선시하던 EU 측이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양자 간 통상협정인 FTA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국내외의 많은 통상 전문가들도 지난달 2일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는 전 세계 국가들이 다자간 통상협정에서 양자 간 통상협정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EU FTA 1차 협상은 7일부터 닷새 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김한수 외교통상부 FTA 추진단장을 수석대표로 한 50~60명 규모의 협상단이 참여하며, EU 측에서는 스페인 국적의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동아시아 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22명 규모의 협상단이 참여한다.
협상 일정은 상품 분야 5월 7~10일, 서비스·투자 분야 7~11일, 총칙 및 분쟁절차 분야 8~10일, 통관 및 무역원활화 분야 7~8일, 위생검역(SPS) 분야 9일, 기술표준(TBT) 분야 10일, 지적재산권(IPR) 분야 8일, 경쟁 분야 10일, 정부조달 10~11일 등이다.
한국 측 협상대표들 중에서는 김한수 수석대표가 상품 분과장을 맡는다. 서비스 분과와 투자 분과는 김영모 재경부 통상조정과장과 이경식 산자부 FTA팀 서기관이 맡으며, 기타규범 분과와 분쟁해결·지속가능개발 분과는 남영숙 외통부 FTA 제2교섭관과 윤성덕 외통부 FTA 정책과장이 지휘한다. 김영모 분과장과 남영숙 분과장은 한미 FTA 협상에서도 분과장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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