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원정시위대에 따르면 김종훈 대표는 이번 협상기간 중 원정시위대와 직접 만나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로 결정하고 협상 넷째 날인 7일 만나자고 4일 알려 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김 대표의 결정에 대해 원정시위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만남이 이뤄지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원정시위대 관계자에 따르면 협상 첫날인 4일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취재진과 관광객들로 번잡한 협상장 '빅스카이 리조트'를 피해 인근 호텔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그 호텔이 마침 원정시위대가 묵고 있는 숙소였다는 것이다. 원정시위대는 우연히 숙소로 온 김종훈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김 대표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원경 한미FTA기획단 협상총괄팀장은 "항상 하던 대로 의견수렴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면담의 의미가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원정시위대, 맥스 보커스 의원실도 방문
한편 원정시위대는 이날 오후 '미스터 비프(Mr. Beef)'로 불리는 맥스 보커스 민주당 상원의원(몬태나 주)의 대외통상 정책보좌관인 드미트리어스 마란티스를 만났다.
보커스 의원은 미 의회에서 한미 FTA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구인 상원 재무위원회의 차기 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다. 원정시위대는 원래 보커스 위원과 직접 만나려고 했지만, 그가 지난 3일 '쇠고기 시식연'을 마친 후 곧바로 워싱턴DC로 돌아가 만남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꿩 대신 닭' 격으로 만난 마란티스 보좌관이 실은 보커스 의원으로 하여금 태국, 베트남,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연합)과의 FTA 추진 및 한미 FTA 지지에 나서도록 한 장본인이었다는 게 원정시위대 측의 평가다.
보커스 의원은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해 한미 FTA와 관련해 우리 측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원정시위대와 마란티스 보좌관은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면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농업시장 개방, 노동 등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미 연방경찰 "협상장 앞 '잠깐'시위도 안 돼" 통고
원정시위대는 이날 아침 협상장인 빅스카이 리조트 앞에서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간략하게 가진 후 '다운다운 FTA' 등의 구호를 외치며 리조트 관리소 측에서 지정해준 시위장소로 이동했다.
이들은 또 한국에서 한미 FTA 범국본 주최로 '한미 FTA 저지 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시각인 저녁 9시 30분(현지시각)에 맞춰 리조트 안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리조트 내 활동을 감독하고 있는 연방경찰이 이날 "협상장 바로 앞에서는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다"고 통고해 와, 앞으로 이들의 활동에 더 많은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측은 "빅스카이 리조트는 사유재산"이라며 "시위대가 이곳 사람들을 위험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정시위대 관계자는 "평화로운 시위를 막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황을 봐가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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