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법조계는 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침묵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법조계는 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침묵하나?"

송기호 "법률시장 개방 안 한다는 정부의 약속 때문"

"정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 법률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국제법과 관련된 법률서비스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의 한 산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는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할 필요가 있다."

1일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의 주최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열린 '참여사회포럼: 투자자-국가 소송제,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송기호 변호사가 이같이 주장했다. 이 포럼은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란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토론으로, 송 변호사 외에 이해영 한신대 교수, 홍기빈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저자,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국장, 서준섭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란 외국인투자자에게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국회와 법원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현재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절차'라는 이름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문안에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송기호 변호사와 민변은 정부를 대상으로 한미 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관한 협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차별 시정하는 정의의 사도'라고?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포럼에서 '정부의 투자자-국가 소송제 사례에 대한 분석은 정확한가'라는 주제의 토론문을 통해 "정부가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보고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관련된 투자자-국가 제소 사례에 대한 분석은 이 제도를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는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사례의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중재판정부의 판정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외국의 투자자-국가 소송 사례를 왜곡하거나 잘못 분석한 사례 4가지를 제시했다. 가령 정부는 국회 한미FTA특위 보고에서 "(미국 기업) 메탈클래드는 멕시코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계자를 접촉해 (원래 멕시코 기업인 코테린이 소유하고 있던 유독성 폐기물 처리장에 대해) 가동 허가가 발급될 것이라는 보장을 받은 후 (이 시설을) 인수했다"고 밝혔지만, 중재판정부는 '멕시코 주정부 관계자가 이 시설의 가동에 대한 허가를 해주겠다고 보장한 적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지적이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이런 왜곡은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대륙법'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법률체계 하에서는 개인과 기업은 물론 정부도 '영미법'을 기반으로 하는 있는 국제법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든 상황이라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같이 위헌 소지가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면서도 그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송기호 변호사. ⓒ 프레시안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인 변호사들이 국내에서 사무소를 설립해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 한미FTA특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법률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의 진행상황을 봐가며 법률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일본은 이미 1986년에 '외국 변호사에 의한 법률사무의 취급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입법하고 법률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외국 변호사들이 일본에서 자유로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중국도 1992년에 외국 법률회사들이 중국에서 법률사무소를 설립해 외국법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2005년 현재 상하이에서만 82개의 외국 법률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 FTA가 체결돼) 한국정부가 론스타에 멱살을 잡혔을 때 누구에게 SOS(긴급구조요청)를 보낼 것인가"라면서 "한국 변호사들 중에선 이 소송을 다룰 변호사가 없고, 결국 론스타를 위해 일했을 수도 있는 미국 변호사에게 법률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나아가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법무부, 검찰, 헌법재판소 등에서 인식하고 있는데, 이 문제의 1차적인 관계자인 법조계가 도대체 왜 침묵하는가"라고 지적한 뒤 "이는 한미 FTA가 한국 법조계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인 대형 로펌(법률회사)들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이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들이 정부로부터 법률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