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게이츠, 버핏, 터너의 기부철학과 실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게이츠, 버핏, 터너의 기부철학과 실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9)] 미국 갑부들의 기부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최고의 기부자인 빌 게이츠
  
  빌 게이츠는 현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개척자이며 세계의 기부 황제다. 그는 1986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상장되면서 서른한 살의 나이에 역사상 가장 어린 억만장자가 되었으며,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의 갑부' 1위 자리를 10여 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또한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세계의 비즈니스 리더'이며,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한 세계 최고의 자선가이기도 하다. 그는 카네기가 물꼬를 튼 기부의 전통을 100년 만에 찬란한 기부문화로 승화시킨 새 시대의 기부 영웅이다.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1955년에 출생한 빌 게이츠는 13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깨우쳤다.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19세에 친구인 폴 앨런과 1500달러를 자본으로 MS를 설립했다. 아직 컴퓨터가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절, 빌 게이츠는 '모든 책상 위에 컴퓨터를,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실현해 왔다. 1995년 윈도의 개발로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했으며 지금 MS의 매출은 연 400억 달러를 넘는다.
  
  이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은 전 인류의 복지 향상이다. 그는 "사회에서 성공을 하고 부를 쌓은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사회에 부를 환원하고 불평등을 개선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제3세계의 빈민 구호와 질병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빌 게이츠는 매년 저개발 국가 어린이의 교육, 난치병 연구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기부하고 있다.
  
  그가 자선사업을 위해 아내와 함께 만든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현재 기금이 350억 달러에 달하고, 매년 14억 달러를 각종 연구 등에 기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최근 그의 재단이 미국 내 소수민족 학생을 위해 기부한 장학금만 18억 달러에 이르며, 아프리카 어린이 말라리아 퇴치 등을 위해서도 32억 달러를 기부했다.
  
  최근 들어 그가 행한 선행 중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결핵 퇴치를 위한 거액의 기금 쾌척이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2004년 2월 결핵 백신 연구용으로 8300만 달러를 '에어러스 글로벌 결핵 백신 재단'에 기부했다. 게이츠 재단이 기부한 이 액수는 연간 전 세계 결핵 백신 연구비용의 2배가 넘는다.
  
  빌 게이츠의 자선사업은 개인의 도덕적 책무 수준을 넘어서는 인류를 위한 복지사업이다. 그의 자선사업에는 그의 가족은 물론 그가 경영하는 MS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 직원 전체의 자선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돈을 기부하면 그 금액만큼 회사에서도 기부하는 '기빙 매치(Giving Match)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나눔을 문화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기부자다.
  
  그런 빌 게이츠가 2006년 6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발표를 했다.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회사 측을 통해 낸 발표문을 통해 2008년 7월 31일자로 MS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신이 세운 자선기관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업무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그는 발표문에서 "나에게는 힘든 결정이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성공으로 나는 엄청난 부를 얻었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부를 사회에 돌려줄 큰 책임이 있고, 또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검소한 생활태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의 무려 99%를 사회에 내놓고 세 자녀에게는 각각 1000만 달러씩만 상속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가 과거의 기부자들과 다른 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다가 인생의 말년에 대오각성하여 자선사업에 나선 것이 아니라 젊어서부터 거액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제 세계의 기부역사를 새로 쓰려고 한다. 그의 능력과 철학으로 자선사업에 전념한다면 세계의 기부문화를 바꿔놓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의 발표가 있자마자 그의 아버지뻘 친구인 워렌 버핏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빌 게이츠가 믿음이 가고 그가 잘 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만으로 370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쾌척한 것이 그 증거다.
  
  세계 최고 부자에게 재산 맡긴 세계 2위 부자 워렌 버핏
  
  2006년 6월 세계 2위의 부자 워렌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의 재단에 37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자신의 작고한 부인과 자식들 명의의 재단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큰 돈을 빌 게이츠가 믿음이 가고, 자신보다 운영을 잘 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라고는 하지만 남의 재단에 선뜻 쾌척한 것이다. 참으로 '투자의 귀재'요 '오마하의 현인'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불법상속으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업 관련 비리로 세상의 지탄을 받는 입장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버핏의 선행은 더욱 빛을 발했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은 점은 부자들의 기부를 색안경 끼고 보는 습관에 젖어 있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고도 남았다.
  
  그 기부로 버핏은 찬란하게 빛나는 미국의 기부전통에 한 페이지를 추가하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셈이다. 미국의 역사에 면면히 흐르는 나눔의 전통은 미국과 미국의 기업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마저도 그들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전통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천당 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힘들다'는 부자를 존경받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버핏이 자식들에게로의 상속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붙인 재단을 만들지도 않고 별다른 요구조건 없이 단지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남의 재단에 거액을 희사한 것은 그 기부의 순수성을 더욱 숭고하게 하며 기부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환점이 되었다. 기부를 받는 빌 게이츠 또한 자신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는 선언을 이미 한 바 있어 새로운 기부문화의 창달에 빛을 더하였다.
  
  그런 살신성인의 기부를 할 수 있는 버핏은 참으로 크게 깨우친 사람이 아닐 수 없으며 진정으로 잘 사는 길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자식에게 너무 많은 돈을 물려주는 것은 사회를 위해서도, 자식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말하는 버핏이니 능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내 자식들이 내가 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물려받을 수는 없다"며 "부가 왕조적으로 세습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현인이 아니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다. 이런 아버지의 뜻을 일찍부터 이해했는지 그의 자식들도 이미 자신들의 자선재단을 각기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들 '이 세상에 쓰고 간 만큼이 자기 돈'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도 워렌 버핏은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고, 돈쓰기의 모범을 보인 사람이다. 미국이 밉다가도 진정으로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기부문화의 전통에 있다.
  
  또 이러한 전통이 부자를 존경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버핏의 기부가 눈에 띄는 또 다른 이유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살아 있을 때 기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의 기부를 계기로 '기부 활동을 하려면 살아 있을 때 하자'는 움직임이 미국 부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한다. 굳이 세계적으로 소문난 부자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생전 기부'가 뚜렷한 흐름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기부문화의 흐름을 바꾼 큰 기여가 아닐 수 없다.
  
  1930년 대공황 때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주식 거래상의 둘째 아들로 출생하고 11살 때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워렌 버핏은 가치투자의 선구자이며 그것으로 엄청난 부의 성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1958년 고향에서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낡은 집에서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으며,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즐기고 오래된 중고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한 그가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세상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그는 진정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러한 버핏의 마지막 투자 역시 엄청난 가치를 발휘할 것임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미국과 UN을 놀라게 한 기부자 테드 터너
  
  CNN 방송의 창업자 테드 터너는 그의 독특한 행적으로 이 시대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천재적인 아이디어맨이며 창의적인 사업가이자 과감한 기부자로서, 열정과 도전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인도주의자이며 자연생태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주의자이다. 또한 그는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인권주의자이며 핵 군축을 주장하고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내지 않는 거액의 UN 분담금 10억 달러를 쾌척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는 테드 터너는 UN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자선사업과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개인 재산의 반 이상을 보건, 환경보호, 야생생물 보호, 인권 증진, 인구 증가 관련 문제 등을 다루는 단체들에 투자했다.
  
  그가 1990년에 설립한 터너 재단(Turner Foundation)은 핵무기 통제, 10대의 임신 예방,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미국 흰두루미 보호, 러시아의 환경정화 운동 등에 49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1994년에도 그는 2억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한 바 있다.
  
  미국 내에 200만 에이커에 달하는 농경지를 소유하고 있는 최고의 땅 부자이기도 한 터너는 그 땅에서 1997년부터 '터너 멸종위기종 보호기금'을 통해 토착식물과 새, 물고기 및 포유동물의 보전 등 생태계 회복 운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9년에는 자국 정부로부터 공격받고 있던 세르비아 남부 코소보의 피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고, 2000년에는 4400만 달러를 574개의 환경단체 및 인구조절단체에 기부하였다.
  
  또한 2000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세계의 안전을 위한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면담 후 터너는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NGO 단체인 '핵 위협 이니셔티브(Nuclear Threat Initiative)'에 2억5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미국 정부도 주저했던 유고슬라비아의 원전 해체 및 러시아로의 이전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내놓아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항상 지구 전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남겨주는 것보다 더 위대한 유산 승계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기부를 통한 간접지원 외에 그는 다양한 단체에 관계하며 자신이 직접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UN재단의 이사장이며 그 외에 마틴 루터 킹 비폭력 혁신센터, 그레이터 옐로우스톤 콜리션,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을 위한 국제기부자 협회 등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원자력시대 평화재단 자문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또 "돈이 많아도 어디에 써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의미가 없다"며 부자들의 기부를 독려하기도 한다. 그가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을 설득해 위대한 기부자로 변신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테드 터너는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던 빌 게이츠에게 "너무 많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네. 그 돈으로 남을 돕는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질 텐데…"라고 충고했고,. 빌 게이츠는 이 말에 감동을 받아 자선사업가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부호이지만 터너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다. 그는 1938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났다. 간판광고업에 종사하던 그의 아버지는 사업부진으로 그가 25세 되던 해에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후 터너는 자신이 사업에 뛰어들어 "폭탄이 아닌, 아이디어로 세상을 정복하겠다"며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1975년에 터너는 최초로 통신위성을 이용하여 전국 유선 텔레비전 방송국인 TBS를 세우고 1976년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프로야구팀을, 1977년에는 애틀랜타 호크스 농구팀을 매입하기도 했다. 1980년에는 세계최초의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사인 CNN을 설립하고 1986년에는 MGM/UA 연예회사를 인수한다. 1988년에는 시청률이 높은 혁신적인 유선 텔레비전 네트워크인 TNT(Turner Network Television)를 창설하였다. 그 후 TBS는 타임 워너와 합병하였고, 타임 워너는 다시 AOL과 합병해서 오늘에 이르게 된다. 터너는 그는 모든 사업체를 유기적인 공생관계로 묶어 발전시켜 왔다.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명예를 얻었지만 그의 명성은 나눔의 실천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자선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팝콘을 먹는 것과 유사하다. 팝콘으로 배를 채울 수는 있지만 만족을 느끼기는 어렵다.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그의 말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그는 몇 해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부자일수록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의식해야 하며 한국의 부자들이 그렇지 못해 비난을 받고 있다면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찬란한 기부역사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빛을 더한 인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