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과연 '직접 사과'했는가?
17일 교황은 지난 12일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슬람의 분노를 초래한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교황은 "연설의 몇 구절에 대해 몇몇 나라가 보인 반응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직접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예언자 무하마드가 이 세상에 가져온 것은 악일 뿐이라는 문제의 구절은 자신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중세 문헌에서 인용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유감 표명은 전날 교황청 명의로 전한 '간접적인 유감 표명'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나 교황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유감 표명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의 연설의 진정한 의미가 전체적으로 볼 때 서로 존중하면서 솔직하고 진실한 대화를 하자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터키 국무장관 '발언이 초래한 분노에 대한 유감 표명일 뿐"
이처럼 교황이 직접 나서서 '유감'을 표명하자 독일과 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의 무슬림 평의회 단체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영국의 <BBC> 방송은 "일부 무슬림 단체들은 교황의 사과에 대해 환영했지만, 분노를 가라앉히지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취임 후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으로 오는 11월 방문할 예정인 터키 정부는 "교황이 이슬람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터키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을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메트 아이딘 터키 국무장관은 "교황은 발언이 초래한 분노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 발언 자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감'이라는 말을 제대로 쓰든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발언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 결과 때문에 유감스럽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세계적인 무슬림 네트워크로 이집트에 본부를 둔 '무슬림 형제단'은 이번 유감 표명에 대해 일단 "교황이 한 발 물러선 것"이라고 환영했으나, 나중에 "명확한 사과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무슬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슬람 국가 곳곳에서 교황의 발언에 대한 항의는 더욱 강해졌다.
"금요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자"
카타르의 영향력 있는 무슬림 학자 유스푸 알-카라다위는 교황은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금요일을 '분노의 날'로 정할 것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 하의 지역들에서는 교황 발언이 나온 지난 12일 이후 최소한 7곳의 교회가 공격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집권당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리 대변인은 "교황의 이번 언급을 사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이탈리아인 수녀가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도 교황의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이슬람 단체 히즈부트 타리르가 대변인 명의로 "교황의 발언은 이슬람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교황의 유감 표명은 진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도시 콤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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