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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발언 사태, 親이슬람 대주교 좌천 때 예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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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발언 사태, 親이슬람 대주교 좌천 때 예견돼"

[해외시각] "종교간 대화 어려워질 것"

이슬람을 모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언으로 전세계 무슬림의 분노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교황이 교황청 명의로 유감의 뜻을 전하기는 했지만, 교황이 직접 사과하지 않고는 이번 사태가 가라앉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슬람의 지식인들조차 교황을 '야만인'으로 성토하는 글들 쏟아내는 등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바티칸 안팎의 가톨릭 교계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냉정한 시각으로 전한 <BBC 방송>의 가톨릭 전문기자 피터 굴드의 분석이 돋보인다.

그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원래부터 이슬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물이었으며, 지난 3월 무슬림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해 온 대주교를 축출한 인사 조치가 이번 사태를 예고한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보다 강경한 입장 드러낸 교황의 발언'이라는 제목의 굴드 기자의 분석 전문이다.(
원문보기)<편집자>

이슬람에 대한 교황의 발언이 분노를 일으켰지만, 바티칸 안팎의 많은 가톨릭 신도들은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보좌관들은 교황이 14세기 동로마제국 황제의 문헌을 인용했다고 해서 무슬림들이 이처럼 분노하는 것에 당황해 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이번 사태는 이슬람 세계와 교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교황의 태도로 볼 때 우려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교황은 임기 첫 해에는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교황은 바티칸의 핵심 보직에 중요한 변화를 조용히 추진해 왔다.

베네딕토 16세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와 다른 점

그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대체로 그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정책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두 사람은 많은 교회 현안에 대해 완벽하게 일치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전임 교황과 마찬가지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유지할 인물로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바티칸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견해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다. 이슬람에 대한 태도가 그것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다른 종교들과 접촉하길 원했으며, 2001년 5월 시리아를 찾아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가 찾은 우마야드 사원은 이슬람교의 4대 성지로 꼽히며, 특히 옛 로마시대에는 교회로 쓰인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세레 요한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기독교의 성지 순례지로도 유명하다. 무슬림은 타종교의 성인도 똑같이 존중한다는 신앙 교리에 따라 세례 요한의 무덤에도 참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편집자)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슬람 사원을 찾은 것은 수십세기에 걸쳐 두 종교간에 생긴 적대감과 불신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행위였다. 베네딕토 16세도 이슬람과 보다 나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데, '호혜주의'다. 무슬림이 서구세계에서 종교자유를 누리길 원한다면 이슬람 국가에서도 박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기독교인들이 신앙 생활을 할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청의 입장이 강경해지고 있다는 첫 신호 중 하나가 (지난 3월)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의 보직을 변경한 사건이다. 영국 태생의 피츠제럴드 대주교는 바티칸의 종교간 대화 평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는 뛰어난 아랍통 학자로 이슬람 세계로부터도 인정받은 전문가였다.

"피츠제럴드 대주교 좌천은 교황이 내린 최악의 결정"

베네딕토 16세가 그를 종교간 대화 평의회장에서 물러나게 한 뒤 교황 대사로 이집트로 보낸 결정에 대해 대부분은 좌천 인사로 받아들였다. 일각에서는 교황의 조치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예수회 학자로 바티칸 사정에 정통한 토마스 리즈 신부는 지난 4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교황이 내린 최악의 결정은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축출한 것"이라면서 "그는 무슬림과의 관계에서 바티칸의 가장 뛰어난 인물로, 그 같은 인물을 추방하지 않고 그 같은 인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또 "베데딕토 16세는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곁에 가까이 두었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그의 경고는 작금의 사태를 예언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발언이 맥락과 분리돼 전해지고, 그럴 경우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바티칸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나고, 그 여파로 이라크 침공이 일어난 이후 기독교와 이슬람 상호 간에 보다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덴마크의 한 신문이 예언자 무하마드를 묘사한 만평을 실었을 때 무슬림들이 그들의 종교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서구권 여러 나라에 전재된 이 만평은 이슬람 국가들의 분노를 초래해 수많은 폭동과 폭력 행위가 일어났다.

베네딕토 16세는 종교지도자들이 진정한 대화를 통해 화해하는 일에 책임지고 앞장 설 것을 당부했다. 이슬람 세계의 극단주의자들이 폭력적인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 그가 추구하는 과업은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자신의 발언이 화를 불러 일으켰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무슬림의 여론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슬람과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때로는 화를 불러 일으킬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적인 논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종종 제기된다.

그러나 이제 교황은 그가 연설할 때마다 전세계 곳곳에서 그의 발언이 지닌 모든 뉘앙스까지 분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청중들이 들을 것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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