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스라엘을 앞세워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제거함으로써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을 압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란의 입지는 유리해진 반면 미국의 기세는 한 풀 꺾였다는 것이다.
NYT "이란, 우라늄 농축 중단 거부"
미국은 8월31일까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1696호)를 이끌어낸 뒤, 유럽연합 3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와 함께 이란에게 최종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란은 22일 협상안의 핵심 요구사항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을 거부하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3일 "이란의 핵개발 의지를 제어하기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세계 열강들의 연합을 간신히 유지해 오고 있었으나,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으로 인해 이 작업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21쪽에 달하는 답변서를 통해 6개국 연합(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의 핵심 요구 사안인 우라늄 농축중단을 거부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이란을 제재하는 방안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재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 전체 이사국들이 표결을 실시해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엔 안팎에서는 레바논 사태에서 유엔 결의안을 주도한 미국과 프랑스가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식으로 밀어부친 것에 불만을 품은 비상임이사국들이 이란과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레바논 사태로 6개국 연합체제도 흔들
미국이 6개국 연합만으로 이란을 제재하는 방안도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선뜻 동의하지도 않겠지만, 이란을 섣불리 제재하다가는 가뜩이나 심각한 고유가 문제를 더 악화시켜 미국과 유럽의 경제에 타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카드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미 미국이 일으킨 3번의 중동 전쟁(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에 끌려들어간 유럽 동맹국들이 4번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레바논 전쟁은 이제 중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란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6개국 연합체제가 쪼개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답변과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23일 열릴 예정인 회담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참석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불참한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이 '결의안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휴전을 하도록 결의안을 만들었지만, 어떻게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커지고 있는 반면, 이란은 레바논 사태를 통해 헤즈볼라를 지지함으로써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기세가 올랐다는 것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담당 책임자인 조지 페르코비치에 따르면 레바논 사태로 인해 이란은 '당신들이 우리를 압박하면, 우리는 진짜 문제를 야기해 당신들을 골치 아프게 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되면서, 이란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됐다는 얘기다.
또 이라크 전쟁은 강력한 정권을 건드리는 위험을 보여주었다면, 레바논 사태는 상대를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페르코비치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레바논 모두 미해결인 상황에서 이란을 건드린다는 것은 세계 열강들에게 '벅찬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대대적인 군사훈련으로 미국과 '신경전'
이란 역시 레바논 사태 이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신경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이란은 정밀도와 인공지능을 자랑하는 신형무기들을 대거 선보이는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군사훈련은 이란의 30개 지역 중 14곳에서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시아타임스>는 23일 "이란이 칼을 갈고 있다"면서 "이번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시기로 볼 때 이란이 최후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아시아타임스>는 "이란은 이번 '전쟁게임'과 핵 프로그램 중단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전 경고를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위는 엄두도 못낼 일이라는 것을 적들이 깨닫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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