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이 14일부터 중단됐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있고,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도 요원한 상황에서 전쟁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전망이다.
한편 이번 전쟁에서 확인된 이란-시리아-레바논(헤즈볼라)의 연대와 협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새로운 중동'이 그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가장 큰 대학인 알 나자 공립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사타르 카셈은 19일 <프레시안>에 보내온 기고문을 통해 '새로운 중동'은 오히려 이란과 시리아, 레바논 세 나라가 주도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카셈 교수는 따라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 세 나라가 주도하는 중동의 새 질서를 차단하고 아랍권과 자원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머지않아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이 헤즈볼라의 방어망을 뚫지 못하고, 이란과 시리아를 무력화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국에는 그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카셈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 중동 역사의 새로운 전환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랍 정권들의 미래에 대해 경고했다. 다음은 카셈 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 <편집자>
다음 전쟁이 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맞붙었던 전쟁의 결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걸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 지역에 새로이 형성된 이란-시리아-레바논의 세력균형에 굴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말은 아랍-이슬람 판(版) '새로운 중동'의 길을 닦는 것이고, 아랍에 새로운 저항의 문화를 만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미국-이스라엘과 우호적이었던 아랍의 구(舊)정권들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고, 민심의 이반도 커질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아랍 세계에 대한 압도적 우월성과 완벽한 지배를 다시 쟁취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그런 두 나라의 노력을 보장해 주는 자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니라 전장(戰場)이다.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란-시라아-레바논이라는 도전적인 동맹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나라에 대해 신속하고 파괴적인 전쟁을 감행함으로써 과거의 세력균형을 재정립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정보력을 향상하기 위해, 헤즈볼라(의 반격)에 의해 대등해진 제공권을 압도하기 위해, 그리고 전차의 작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을 좀 벌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생각할 때 두 나라는 헤즈볼라에 대한 전쟁을 다시 시작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도 현재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적'들에 대한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하고, 대전차(對戰車) 미사일을 더 깊이 매설하고 성능을 향상시킴으로써 향후 예상되는 이스라엘 탱크의 성능 향상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중동에 머물고, 미국이 아랍권과 그 자원에 대한 지배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란-시리아-레바논이라는 새로운 동맹을 무찌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두 나라는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의 방어를 뚫거나 혹은 이란·시리아를 무력화할 수 없기 때문에 다가오는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공군력에 맞설 수 있다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전쟁에서 패할 확률은 높고,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밖으로까지 추격당할 것이다.
헤즈볼라가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쫒아냈던 2000년 이후 중동의 역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어리석고, 욕망을 추구하는 아랍 정권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번역=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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