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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한미 약값갈등'…결국 '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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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한미 약값갈등'…결국 '쇼'였나?

[한미FTA 뜯어보기 75] 연합뉴스 "이미 막후협상에서 미국요구 수용" 보도

보건복지부가 오는 9월에 도입하려고 하는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 사이의 갈등이 한미 FTA 2차 협상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4일에 양측 간 합의로 봉합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미 협상단과 보건복지부 3자가 막후협상에서 합의

27일 <연합뉴스>가 '한미 FTA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에 참여했던 복수의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단은 2차 협상 마지막 날에 열린 비공식 막후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약품 건강보험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는 "협상 마지막 날 한미 협상단 양자와 보건복지부 등 3자 간 막후교섭을 통해 '건강보험의 개혁을 위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결국 미국도 수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반대가 완강했으나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지가 워낙 강해 결국 우리 뜻대로 관철됐다"고 전했다.

그 대신 미국은 우리 정부에 △의약품의 경제성을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약값과 건강보험 적용대상 목록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인 '약제급여 조정위원회'에 미국 측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입법예고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한미 양측 협상단의 비공식 막후 합의가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동안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추측했던 것과 거의 같다.

이와 같은 <연합뉴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난 2주 간 정부는 국민들을 속인 셈이 된다. 정부는 그동안 약제비 개혁안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계속 반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개혁안 도입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마치 이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주체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겨 왔다.

한 발 앞서갔다 두 발 뒷걸음질한 보건복지부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 26일 약제비 개혁안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인 20일보다 훨씬 긴 2개월로 정한 것도 미국 측과의 막후 합의에 따른 것이었음이 이번 <연합뉴스>의 보도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의 개혁을 부르짖던 보건복지부가 결국은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동의해준 셈이다.

<연합뉴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측 협상단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도입에 대한 미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약제급여 조정위원회에 미국 측 패널 참여, 입법예고 기간의 연장 등 미국 측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들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해 역시 양보를 얻어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박인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장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의약품의) 경제성을 평가한 뒤 최종적으로 약값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약제급여 조정위원회'에 미국 제약업계 관계자를 참여시켜 논의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해, 복지부가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뒷받침했다.

외통부 '한미간 합의 없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FTA 2차 협상에서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도입을 인정하는데 한미간 합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연합뉴스>의 보도를 반박했다.

외통부는 또 "우리 측이 미국 측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약제급여 조정위원회에 미국 측 패널 참여 등 미국 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였다는 보도 내용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외통부는 "우리 측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도입 자체는 FTA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미국 측이 세부 시행계획 작성 과정에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그 내용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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