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를 위해 의약품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26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고 해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 목록에 등재하겠다는 것으로, 적정한 수준의 약가 책정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등을 겨냥한 정책이다.
이 약제비 개혁안은 미국 정부가 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부분적으로 보이콧하면서까지 반대한 쟁점이어서, 복지부가 이 개혁안을 담은 규칙을 입법예고하는 데 대해 미국 측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반발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은 이 약제비 개혁안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기보다는 자국 제약회사들의 신약을 한국시장에 더 많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데에 이 약제비 개혁안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복지부의 이번 약제비 적정화 방안 입법예고는 사실상 미국 측의 묵인 아래 이뤄지는 것이며, 그 대신 한미 양국 정부가 ▲미국 제약회사들의 의약제품에 대한 한국시장의 개방 폭을 넓히는 방안과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 선별을 위한 심사과정에 미국 제약업계를 참여시키거나 그들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를 설치해주는 방안 등으로 협상의 초점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복지부는 이번 약제비 개혁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26일부터 오는 9월 24일까지로, 즉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인 20일보다 훨씬 긴 2개월로 정했다.
복지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이렇게 정한 것은 오는 9월 4일께부터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FTA 3차 협상을 감안한 결과로 보이며, 3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제기하는 요구사항이 있으면 입법예고안의 내용도 수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미국 측에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편 이번 입법예고안은 의약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신청해야 하며, 신청이 접수되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설치될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경제성과 급여의 적정성, 급여기준 등에 대한 평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선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신약의 경우에는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해당 신약의 경제성 평가를 받은 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별도의 약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지 않은 의약품 가운데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복지부 내에 설치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심의, 조정 후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의약품 2만2000여 개는 모두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등재된 것으로 간주되나, 이들 의약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계속해줄지 여부는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재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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