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해서 언론을 통해 부쩍 의료시장 개방이나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찬반 양론 관련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어 국가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경제 논리 역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공의료시설과 건강보험 보장성이 부족한 이 시점에서 이렇게 시장 중심적인 의료 개혁은 너무 이른 감이 있어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2006년 2월 9일 '제주도특별자치도법'의 국회 통과로 현실화된 외국영리병원에 대한 의료시장의 개방은 5~7배의 높은 진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겐 고급화된 의료수요의 충족과 서비스 질의 향상 등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공공의료시설이 열악한 상태에서 국내 병·의원까지 영리법인 허용으로 이어진다면 저소득층 환자의 진료 기피 현상과 비보험 분야에 대한 고가 의료서비스의 권장 등 여러 가지 단점들이 나타나면서 전체적인 의료비의 증가를 가져올 게 뻔하다. 이러한 의료비 증가는 저소득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건강권은 물론 공공의료전달체계의 심각한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도입과 활성화 논의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에서도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은 공공보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경우 민간의료보험과 영리병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비싼 의료비 때문에 약 4500만 명 정도가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매년 200만 명 이상이 파산해 OECD 13개 국가 중 보건의료체계 성취도 10위의 의료복지 낙후국가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독일·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들도 민간의료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하여 비영리부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엄격히 규제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효율성 면에서도 건강보험은 민간의료보험과 비교해 월등히 낫다. 보험료 지급률을 보면 민간의료보험은 보험료 수입의 60% 정도를, 건강보험은 민간의료보험의 3배인 189%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관리 운영비만 놓고 보더라도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의 4.8%에 비해 4~10배 정도의 높은 사업비를 과다 지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64% 정도에 불과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뭔가 앞뒤가 뒤바뀐 느낌이다.
물론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차별 없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4..8%의 낮은 보험료율(대만 9%, 독일 14%, 일본 8.5%)로 인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4% 정도에 불과해 본인 부담 비율이 높은 편이고 공공의료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오히려 공공의료시설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아닐까? 공공의료시설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선진국 수준까지 하루빨리 근접한 후에 의료시장 개방논의를 공론화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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