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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정책 갈등'의 배후에서 진행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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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약값정책 갈등'의 배후에서 진행되는 것들

[한미FTA 뜯어보기 59:해설] 한미 FTA, 2차협상 결과와 향후 전망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의 최대 쟁점은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었고,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 간 이견으로 인해 협상이 파행으로 끝났다.

정부는 한미 FTA 2차 협상은 물론 1차 협상이 개시되기도 전인 지난 5월 3일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가격에 비해 약효가 뛰어난 약만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으로 등재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이번 2차 협상의 둘째 날인 11일 이 제도의 도입 문제는 한미 FTA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인데도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발하며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장을 떠났고, 같은 이유로 그 다음날인 13일의 무역구제 분과와 서비스 분과의 협상도 보이콧했다. 이에 14일에는 한국의 협상단도 상품무역 분과와 환경 분과의 협상에 불참하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통상교섭본부는 발표했다.
▲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한미 FTA 수석대표(왼쪽), 김종훈 한국 측 한미 FTA 수석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약값정책 둘러싼 한미간 갈등을 보면 한미FTA 밑그림이 보인다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라는 쟁점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쟁점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쟁점은 '4대 선결조건'의 유효성, 한국의 공공정책에 대한 미국의 간섭, 한미 FTA 협상의 계속진행 여부 등 한미 FTA 협상 전체와 관련된 민감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다가 이 쟁점은 한미 FTA에 대한 국내 각 정당의 태도를 보다 선명하게 분화시킬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쟁점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논의도 주목된다.

△ 다시 부각된 '4대 선결조건'='4대 선결조건'이라는 표현이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문건에 적시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4대 선결조건의 존재 자체를 계속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2차 협상에서 건강보험 약값 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협상단 사이에 갈등이 빚어짐으로써 4대 선결조건이 존재했음이 재확인됐을 뿐 아니라, 정부가 미국 측이 요구한 '4대 선결조건'을 너무 성급하게 수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결국 한국 정부는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국내 건강보험 약값 정책에 미국 측의 요구를 반영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보건복지부를 통해 이런 약속에 어긋나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항의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은 1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시작할 때 선결조건이란 게 있었다.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즉각 처리하고, 약값 재조정과 자동차 배기량 기준 세금 부과제 문제는 전향적으로 처리한다는 약속을 정부가 미국 측에 했다. 약값 재조정 문제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부딪친 것이다. 미국 측에서는 예전에 약속을 하고서 왜 지키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미국에 사전에 많은 약속을 했다고 본다. 스크린쿼터를 축소시킨다든가 약값 부분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맨데이트(Mandate, 협상지침)에 맞지 않다"고 말한 것도 한미 양국 협상단 간에 한국의 약값 정책에 대한 모종의 '사전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같은 날 저녁 정부 종합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런 '사전 합의'의 가능성을 여전히 부인했다. 그는 "협상이 출범되면서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을 설치했다. 미국은 이 작업반 안에서 여러가지가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우리가 (독자적으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정책의) 일정을 밝히고 추진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일정대로 가는 것에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공정책에 대한 간섭은 어디까지 허용?=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한미 간의 이견은 '한미 양국이 한미 FTA에서 상대방 국가의 공공정책에 대해 어느 수준에서 어느 범위까지 입장표명 간섭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 한미 FTA 협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우리 측 협상단은 지난달 1차 협상 때부터 "미국이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 시장의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면서 "우리 측 서비스 유보안에도 교육, 의료는 물론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가 포함됐다"고 강조해왔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한미 FTA가 한국의 독립적인 공공정책 결정 및 집행 권한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2차 협상에서 한국의 건강보험 약값 정책에 대해 미국 측이 불만을 표출한 것은 중요한 공공정책 영역인 보건정책에 대해 미국이 간섭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은 2차 협상 첫 날이었던 10일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테스트 서비스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고 선제공격을 해, 그동안 '미국은 국내 교육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해온 한국 협상단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우리 측 협상단은 뒤늦게 부랴부랴 서비스 유보안에 SAT 등 테스트 서비스를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가 한미 FTA 협상 대상이고 어디까지가 국내의 고유한 정책 영역인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한미 양국 협상단 사이에 계속될 전망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SAT 등 테스트 및 온라인 교육 시장의 개방 문제는 물론이고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등 이미 알려진 쟁점들을 비롯해 한미 FTA의 많은 쟁점들이 국내 공공정책의 영역과 겹치기 때문이다.

△ 약값정책 갈등은 '협상결렬 요인'인가, '반대여론 무마용'인가?=2차 협상이 종료되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작은 것 얻으려다 큰 것을 잃겠다'며 우리 측이 포지티브 시스템을 고집해 협상 전체 일정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해 '은근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와 반대로 한미 양국 협상단이 '해결책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을 놓고 서로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척하며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이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미국이 인정해주는 대신 이 리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에 미국계 제약회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이 보장해주거나 미국산 신약의 특허권 인정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양국 협상단이 '빅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은 1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호주도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호주와 미국이 FTA를 할 때도 이건 굉장히 논란이 됐었다. (…) 호주에선 약가결정 위원회에 다국적 제약회사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타협을 했는데 (미국은 9월 협상에서) 우리나라에도 그런 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도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객관적인 상황에서 보면 의약품 선별등재 목록(포지티브 리스트)은 다국적 회사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제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반발하는 미국 측의 태도는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건약은 이 성명에서 "의약품 선정 기구에 제약회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거나, 독립적인 이의신청 기구를 설치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약품 특허를 연장하는 것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치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듯 김종훈 대표는 14일 브리핑에서 "포지티브 리스트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 정부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고 이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의약품의 심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3일 브리핑에서도 김 대표는 "신약 개발에 투자된 노력과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분명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나도 성능이 좋은 약은 아무리 비싸도 사 먹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한미 FTA 저지 충북도민 운동본부'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미 전체 18개 분과 중 14개 분과의 협상이 이뤄졌고, 미국이 취소한 무역구제 분과는 미국 내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을 회피하던 분과였으며, 우리 측이 취소한 상품무역 분과도 5단계 개방 이행기간에 이미 합의한 터라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2차 본협상 마지막 날의 분과협상 '취소'는 실질적인 내용 상의 취소가 아니라 거셀 대로 거세진 한미 FTA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호도하려는 한미 합작의 '쇼'"라고 주장했다.

△ 한미 FTA에 대한 정당별 태도 선명해져=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2차 협상 결과에 대한 반응에서 각각 한미 FTA에 대한 당의 색깔을 보다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이정현 부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FTA와 관련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청와대, 정부, 여당이 정책을 다루는 것을 보면 그 자체가 봉숭아 학당"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2차 협상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파행으로 끝난 것에 대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도 책임을 묻고 싶어하는 눈치다.

한 신문은 "유 장관만은 한미 FTA에 관련해 미국 비판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한미 FTA 문제로 정치적 승부수를 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추론은 특히 국내에서 '친(親)노무현 세력'이 반 FTA 전선의 최선봉에 서고 이것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악재로 작용한 것도 한몫 했다. 즉 여권이 결국 지지세력을 다시 재결집시키는 쪽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과 맞물리면서 '반 FTA 유시민 깃발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당 차원에서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15일 발표한 논평에서 "미국이 13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무역구제 분과, 서비스 분과의 회의에 참가하지 않아 우리 측이 금요일(14일) 개최될 예정이던 상품무역 분과, 환경 분과의 회의를 취소함을 미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발표했다"며 "그러나 전후 맥락에서 보아 미국이 우리의 약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단계적으로 협상 일정을 축소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판의 초점은 역시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협상단이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불만을 무역구제 분과와 서비스 분과의 협상 중단으로 연결시킨 것에 대해 김종훈 대표는 14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각별히 관심을 가진 무역구제 협상을 중단하면 한국이 아쉬워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가 요구할 것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무역구제 분과는 이번 2차 협상에서 아예 협상이 개시되지도 못한 유일한 분과다.

서비스·투자 분과에서는 왜 '잡음'이 없나

일각에서는 한미 FTA 2차 협상의 모든 초점이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한미 양국 간 갈등에 쏠리면서 다른 중요한 쟁점들이 묻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한국경제에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서비스·투자 분과의 유보안'이 교환됐는데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정부에서도 시민사회에서도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은 1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쟁점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건 미국이 요구한 것을 전부 받아들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요구한 것 중 투자 챕터에는 갖가지 독소조항이 다 들어 있다. 최혜국 대우, 내국민 대우, 최소기준 대우 등이 서로 엮어지면 투자자-정부 제소 건에서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라든가 기타 중요한 제도들이 전부 (미국 기업들의) 제소대상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굉장히 신경을 써서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게 들여다본 결과를 가지고 미국과 이야기했다면 여러가지 쟁점이 드러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투자 분과와 관련해 이번 협상에서 새로 드러난 것은 한미 양국이 신(新)금융서비스 상품을 상대방 국가에서 판매하려면 그 국가의 법률을 제·개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지에 법인·영업점 등을 설립해 판매해야 하고, 또 그 국가의 금융감독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합의를 했다는 것 정도다. 또 양국 협상단은 인터넷을 통한 국경간 금융거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을 중심으로 하고 소매금융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다음 3차 협상에서 한미 양국의 이견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분과에서도 이번에는 '한국의 쌀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미국과 '쌀만은 지켜내겠다'는 한국이 갈등하는 양상을 반복하면서 미국의 농업 보조금 등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은 14일 발표한 논평에서 "정부가 쌀 시장 개방 불가를 천명하면서 마치 농업 부문 협상의 핵심인 양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라는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쌀 부분의 개방 여부는 가트(GATT) 제28조 이행계획표(schedule)의 수정을 위해 별도의 WTO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살을 포함시킬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정부가 제시할 (농업 분과의) 양허안에 대해 농민단체는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과 "정부 협상단은 농업 부문에서 방어적 입장에 치중할 뿐 적극적인 협상전략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한미 FTA, 협상은 계속된다…범국본, 2차 원정시위 준비

한미 FTA 2차 협상은 결국 파열음을 내면서 종료됐다. 그 결과는 보는 이에 따라 '중단', '파행', '결렬'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됐다. 그럼에도 한미 FTA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는 9월 4~5일께부터는 미국에서 3차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3차 협상 장소는 원래 시애틀이 유력했으나 1차 협상이 열렸던 워싱턴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미 FTA 3차 협상 직후에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한국 측 협상단은 7월 말에 한미 FTA 2차 협상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8월 중순께에는 한미 양국 협상단이 상품 분과, 농산품 분과, 섬유 분과의 양허안들을 일괄적으로 교환한다. 또 3차 협상이 열리는 9월 이전에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교환한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바탕으로 서비스·투자 관련 핵심 관심사들을 담은 요구목록(Request list)을 교환할 예정이다.

한미 FTA 2차 협상을 파행으로 끝냈음에도 정부는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하며, 이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미 FTA 추진은 대통령으로서 다음 세대를 고민하고 내린 결단"이라며 "반대하는 분들도 소신과 양심을 갖고 있겠지만, 대통령도 소신과 양심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의 실질적인 수장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술 더 떠 같은날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강연자로 참석해 "한미 FTA를 비판하기는 쉽지만 FTA를 안 한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심지어는 "무조건 반대하려면 북한, 리비아, 쿠바, 이란 등 폐쇄를 택한 국가들이 성공했다는 증거를 보여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는 14일 발표한 투쟁결의문에서 "우리는 3차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이 연동해서 9월에 진행되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한미 FTA 협상의 미타결 쟁점들을 양국 정상이 만나 타결하려는 움직임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범국본은 한미 FTA 3차 협상이 열리는 미국에 가서 원정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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