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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다른 나프타'를 원하지 않는다"

원정투쟁단, '내셔널 프레스센터' 기자회견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미국 원정투쟁단'(단장 오종렬)은 5일 오전에 미국 워싱턴 DC 중심가에 위치한 미국 전국기자협회(National Press Center)에서 원정투쟁단이 미국에 온 목적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NAFTA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원정투쟁단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모델에 따르고 있는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우리는 NAFTA 협상이 진행될 당시에 NAFTA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관련국 정부들이 약속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하고 "그러나 NAFTA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당시의 약속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미국에서만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증가한 것은 예전에 비해 23~77% 낮은 임금을 받는 서비스 부문의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였다"고 지적했다.
▲ 원정투쟁단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을 한 외국인 기자가 경청하고 있다. ⓒ 프레시안

원정투쟁단은 특히 NAFTA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관련해 "NAFTA 11장의 투자 관련 규칙인 '투자자-국가 메커니즘'에 따르면 개별 해외투자자들은 NAFTA가 부여한 특혜를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해당국 정부에게 현금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정투쟁단은 △한미 FTA 협상 문서들을 협상체결 후 3년 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을 전면 무효화하고 즉각 관련 문서들을 한미 양국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 △한미 FTA가 NAFTA나 한-칠레 FTA의 부정적인 결과들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것 △한미 FTA의 모델로 NAFTA 모델을 따르기로 결정했던 예비협상들과 기타 협상들을 무효화하고 노동친화적인 경제통상 모델을 따를 것 등을 한미 양국 정부에 요구했다.

원정투쟁단은 이어 오는 7월 10일부터 5일 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2차 본협상 때 한국의 농민 단체, 노동자 단체, 시민사회 단체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노동자 단체, 시민사회 단체들과도 연대해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AP, 로이터, 아사히 등 주요 외국 언론의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이들 외국 기자들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한미 FTA에 포함시킬 것이냐의 문제, 원정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될 가능성, 원정시위에 참여하려 했던 한국인들에 대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자발급 거부, 한미 양국 노동계의 연대투쟁 등에 대해 관심을 표시했다.

"한국인들은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있다"
▲ 원정투쟁단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프레시안

이날 원정투쟁단의 기자회견에는 오종렬 원정투쟁단 단장,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흥세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부회장, 강내희 문화연대 공동대표 등 원정투쟁단을 이끄는 주요 인사들과 한미 FTA에 반대하는 미국 내 73개 단체들의 연합체인 '한미 FTA 저지, 신자유주의 반대 재미위원회'의 박혜정 씨가 참여했다.

강기갑 의원은 "한미 FTA는 첫 단추가 분명히 잘못 끼워져 있다"며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민중, 노동자, 농민들이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있음을 미국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NAFTA를 보면 한미 FTA는 한국의 노동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미국의 노동자들이 누리는 삶의 질도 낮출 것이 분명하다"며 "한국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미국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 Coalition)이 연대해 (한미 FTA에 대한)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흥세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부회장은 "우리보다 영농규모가 100배나 더 큰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이 타결된 후 급증하기 시작한 부채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우리 농촌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부문에 8조800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지만 이는 예상치일뿐 실제 피해액은 천문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연대의 강내희 중앙대 교수는 "한미 FTA는 이미 실패한 바 있는 한미 양자간 투자협정(BIT)의 미국 측 최신모델을 따르고 있다"며 "이 모델에 따르면 한국은 스크린쿼터 등 문화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문화정책을 주체적으로 설정하고 실행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5년 국제사회에서 채택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에 관한 국제협약'에 반대한 나라는 오직 미국과 이스라엘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박혜정 씨, 강기갑 의원, 오종렬 단장. ⓒ 프레시안

재미위원회의 박혜정 씨는 원정투쟁단에 대한 '연대 성명서'에서 "미국 석유자본의 이권을 위해 이라크전을 벌인 미국 부시 정부는 물론이고 이라크전에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낸 한국 정부도 반인류적인 정부"라며 "어제(5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원정투쟁단과) 한 마음으로 한미 FTA의 부당함을 알렸던 것처럼 오늘부터는 미 무역대표부(USTR)와 의회 앞에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를 당당히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원정투쟁단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문일답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돌린 기자회견문의 전문이다.

우리는 왜 여기에 왔는가: 한미 FTA에 대한 한국 민중의 목소리

- 우리는 '또 다른 NAFTA'를 원하지 않는다

1. 한국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우리는 미국 사회에 한미 FTA에 대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여기 워싱턴 DC에 왔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한 깊은 우려를 미국 민중 및 시민 사회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왔다. 우리는 NAFTA 모델에 기반한 한미 FTA는 한국 민중뿐만 아니라 미국 민중들에게도 해악이라고 믿는다. 한미 FTA는 한미 민중 모두의 문제이다.

2. 미국 민중들은 이미 NAFTA와 그로 인한 해악을 경험했다. 우리는 NAFTA 협상이 진행될 당시 관련 정부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약속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마치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과 미국 정부처럼 말이다. 그러나 NAFTA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당시의 약속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11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당시의 약속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11년 동안 NAFTA로 인해 미국에서만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증가한 것은 예전에 비해 23~77% 낮은 임금을 받는 서비스 부문의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였다. NAFTA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리지만, 실상 해외 투자자들은 NAFTA가 부여한 특혜를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해당국 정부에게 현금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NAFTA는 "해외 투자자들의 권리와 특혜를 위한 헌장"임이 드러났고, 이 NAFTA는 그 이후 FTA의 모델이 되었다.

3. 한미 FTA는 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NAFTA 모델을 따라 추진되고 있다. 사전 협의 과정에서부터 한국 정부는 미국 FTA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소위 '4대 선결조건'을 집행했다. 민중의 건강권을 저해하는 약가 상환제도 중단(2005년 10월),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 완화(2005년 11월), 민중의 건강 및 식품 안전을 저해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2006년 1월),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하는 스크린쿼터 146일에서 73일로 축소 발표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알려진 이러한 4대 선행조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의 파멸적 결과를 예견하는 전조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 기간 동안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양국 민중들의 공동행동, 그리고 9월 3차 협상이 열리는 워싱턴 DC에서 양국 국회의원과 노동조합,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여하는 '한미 FTA가 민중에게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 토론회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아울러 밝힌다.

우리는 '또 다른 NAFTA'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문화적 다양성을 원한다.
우리는 식품안전 및 건강할 권리를 원한다.
우리는 보건, 교육, 공공 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원한다.
우리는 식량, 환경 및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를 원한다.
우리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원한다.

2006년 6월 5일
한미 FTA 저지 원정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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