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미 양국 정부가 마련한 협정문 초안의 내용이 서로 크게 달라 통합 협정문을 만드는 데 상당한 난항이 있을 것으로 그동안 예상돼온 것과 달리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양측 협정문 초안 합치는 게 목표"
한국 측 협상단의 김종훈 수석대표는 워싱턴 시간으로 이날 저녁 9시 30분 워싱턴 시내의 한 호텔에 마련된 기자브리핑실에서 "(한국 협상단이) 1차 협상 목표로, (미국 협상단과의) 건설적 협의를 통해 본국으로 돌아갈 때 통합 협정문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자고 했는데 우연인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대표도 이번주 말까지 통합 협정문을 만들어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협상 첫날인데 전체 협의조항 중 30%의 진도가 나갔다"며 "통합 협정문은 앞으로의 협상에 바탕이 되므로 통합 협정문이 있고 없고가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이번 1차 본협상에서) 통합 협정문을 작성하는 데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통합 협정문이 만들어지면 2차 본협상 때부터는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협상의 타결 국면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과별 협상,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
김종훈 수석대표에 따르면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미국 무역대표부(USTR) 건물에서 각 분과별 협상대표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식을 겸한 전체회의를 가졌다.
김 수석대표는 "(한국 측 협상단은) 전체회의에서 개회사를 통해 '(1차 본협상의) 최종 결과가 한미 양국이 기대하고 있는 이익의 균형에 부합해야 한다', '양국의 민감분야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등 2가지 협상원칙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체회의에 이어 총 17개 협상분과 중 농업, 노동, 경쟁 등 11개 협상분과의 협상팀들이 워싱턴 시내의 관공서 회의실 등에서 오전 10시부터 2시간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간을 합쳐 모두 5시간 동안 분과별 협상을 벌였다. 분과별 협상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수석대표는 "오늘 각 분과 회의는 한미 양국 간 의견차이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질의응답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대표는 "우리 측의 예리한 질문 때문에 미국 측 대표단이 진땀을 뺐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즉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자료를 따로 만들어 내일이나 모레 우리 측에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의 핵심 요구사항은 언급도 안 돼
이날 분과별 협상에서는 쌀 시장의 개방 여부,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 여부 등 한미 FTA의 민감한 협상쟁점들은 다뤄지지 않았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별도 분과로 설정된 농업분과에 대해 "농업 부문은 아직 다른 부문에 비해 이견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농업분과의 협상은 한미 양측이 각자의 초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이 중 긴급수입제한(TRQ)의 관리 문제가 가장 중요한 조항으로 다뤄졌지만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표는 "쌀 문제는 오늘 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며 "쌀 시장의 개방은 양허대상이므로 2차 본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강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문제는 한미 FTA와 관련이 없으며, 이번 협상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내세웠다.
한편 한미 FTA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개성공단 문제는 이날 협상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 협상단은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건도 한국산 상품으로 규정해 미국의 관세 철폐 및 감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위해 1차 본협상에서 '역외가공 특례 규정을 도입하는 데 대해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낸다'는 협상목표를 정했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날의 분과별 협상 내용을 조금 더 상세히 공개해줄 수 없겠느냐는 기자들의 요청에 "포커 게임을 할 때는 포커페이스를 써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편 김 수석대표는 이날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 원정투쟁단'이 미 무역대표부(USTR)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시끄러웠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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