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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경기 전망…팽팽한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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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경기 전망…팽팽한 갑론을박

[이봉현의 경제스케치] 8일 금통위 가상중계

'경기논쟁'이 뜨겁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란 악재가 연초부터 무겁게 경제를 누르고 최근 나온 경제지표도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가 벌써 정점을 치고 꺾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언론은 늘 그랬듯 비관적인 측면을 열심히 부각시키고 정부는 밝은 면을 강조해 같은 현상을 놓고 시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제전문가와 언론, 정부 사이에 매년 반복되는 경기논쟁이 아전인수식 소모전으로 진행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금융통화위원회가 8일 회의에서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콜 금리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심거리다. 금통위 회의 역시 위원들 간에 의견의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논쟁의 초점을 쉽게 정리하기 위해 이번 금통위 회의의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보자. 금통위가 경기전망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2명(김낙천, 오희망 위원)과 비관적인 2명(심난관, 우려광), 중도파인 2명(나중용, 정중립)으로 성향을 나누어 봤고, 한은 총재인 금통위 의장은 회의를 진행하기만 할 뿐 자기의견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설정했다.
  
  의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진행되던 경기회복세가 최근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유가와 환율의 악영향이 차츰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경기가 1년 남짓한 상승기를 마감하고 하강하느냐 아니면 다소 호흡을 가다듬고 하반기와 내년까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느냐의 갈림길인 것 같습니다.
  
  우려광 위원: 지금으로서는 경기의 하방위험(downside risk)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경기상승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과거 경험상 선행지수가 3달 연속 하락했을 때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된 비율이 54%나 됩니다. 기업BSI, 소비자CSI 등 심리지표도 5월에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분기에 6.1%(전년동기비)에 이른 성장률이 4분기에는 3.7%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내리고 있습니다.
  
  정중립 위원: 경기확장 국면의 지속기간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평균 33개월이었지만 2001~2003년에는 평균 17개월의 소순환 주기로 바뀐 점을 보더라도 경기의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리 경계하자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비관주의는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등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부메랑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하반기 성장률만 해도 그렇습니다. 하반기에 분기 성장률이 3% 중반으로 떨어지려면 2분기부터 전기대비 성장률이 0%대 중반으로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최근 산업활동과 서비스활동, 세계경기 전망 등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해 볼 때 그러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오희망 위원: 성장률이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은 '상고하저' 모습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기보다는 수출과 내수가 건실하게 성장을 이끄는 '쌍끌이' 안정성장 시대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4월 산업생산이 두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미루어 산업생산이 추세적인 증가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또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5월 수출은 280억 달러로 전년동기비 21.1%나 늘어나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내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서비스업 생산이 4월에 석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정상적인 회복궤도로 재진입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심난관 위원: 수출이 5월에 좋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업체들이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서 밀어내기를 한 측면이 있습니다. 수출채산성도 갈수록 악화되는데 2000년을 100으로 놓고 본 수출채산성 지수가 2005년 1분기 81에서 올해 1분기에는 75.2로 떨어졌습니다. 수출을 해도 이익이 나지 않으니까 세계경제가 정점을 지나 꺾어지는 하반기에는 수출액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려광 위원: 정부는 내수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국제유가 등 수입품 가격은 오르고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 가격이 떨어지며 교역조건이 악화돼 무역을 많이 해도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1분기에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이 16조8000억 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따라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전분기비)였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6% 감소했습니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요.
  
  김낙천 위원: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됐고 고용사정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최근 소비 증가세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면에서 2001~2002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실제 전직실업자(실업자가 되기 전에 직장에 다니고 있었던 사람들) 수가 작년 말부터 서서히 감소해 올해 4월에는 전년 말보다 4만5000여 명 줄어든 80만 명 선으로 낮아졌습니다. GNI의 감소도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 때문이었는데 유가가 하반기에 크게 더 오르지만 않으면 차츰 총생산 증가율에 근접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중용 위원: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9%로 상향조정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회원국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1%로 올린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당분간은 탄탄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세계경제가 어느 정도 순항해 준다면 우리 기업도 환율 하락에 내성을 키워가는 중이므로 경기가 급랭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는 등 2002년 이후 확장세를 보여 온 세계경제가 정점을 찍은 듯한 모습이어서 내년 이후에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의장: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의 토론을 바탕으로 콜 금리를 이번 달에 어떻게 운용할지를 논의합시다.
  
  오희망 위원: 이번 달에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게 좋겠습니다. 경기가 기조적으로는 좋은데다 이대로 가면 하반기에 유가 등이 반영되며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금리를 3차례 올린 것처럼 지나치게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을 중립 쪽으로 가져간다는 차원에서 올리는 게 좋습니다. 지난달에 올리고 싶었지만 환율이 급락해서 한두 달 더 두고 보기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 미국 연준이 6월에 한 차례 더 정책금리를 올리면 우리와 격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지므로 그 격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려광 위원: 통화정책은 6개월 내지 1년6개월 뒤를 내다보고 해야 합니다. 경기가 꺾일지도 모르는데 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자칫 경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올리면 몇 달 있다 다시 내리는 우스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몇 달 더 경기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낙천 위원: 부동산 가격이 조금 고개를 숙이는 듯하지만 아직도 불안감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지방선거 뒤에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며 가격에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은 과잉 유동성이므로 차제에 콜 금리를 올려서 투기심리에 쐐기를 박는 것도 좋겠습니다.
  
  정중립 위원: 부동산 쪽은 정부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대응해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자산가격 거품 가능성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의 효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무시할 수 없지만 콜 금리는 전체적인 경제를 보고 운용해야 합니다.
  
  금통위는 위와 같은 토론을 바탕으로 콜 금리 조정에 대한 표결에 들어갔다. 인상안에 3명, 현 수준 유지안에 3명이 표를 던져, 결국 의장에게 캐스팅보트가 넘어가는 팽팽한 상황이 연출됐다. (bonghyun.lee@reu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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