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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장서 부시-김정일 직접 담판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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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장서 부시-김정일 직접 담판 져라"

[2005 한반도 평화해법] 워싱턴-평양의 4가지 공통점, 1가지 걸림돌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떤 로드맵(road map)으로 시작될까? 전세계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미국이 제시한 대북핵정책의 내용에 따라 한반도 핵위기는 극적 타결 국면으로 돌입할 수도 있고,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핵 논의의 장으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던 6자회담이란 대화의 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 같다. 6자회담 자체가 무용화 단계를 넘어 폐지되든지, 아니면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된 체 유명무실화되든지 하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북한의 입장과 상황**

북한의 핵심부는 6자회담의 운명이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핵정책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평양은 지금 미국이 "협상할 수 있는 내용을 제안한다면 대화하겠지만",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는 기존의 원칙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의 핵 시설 해체)> 원칙까지 얹어 똑같은 제안을 반복해 온다면, 더 이상 6자회담틀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내부적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선제공격의 카드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협상태도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순수한 협상의지가 아니라, 김정일 체제붕괴를 위한 '불순한' 협박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미국이 선제공격 카드를 전면에 내세울 때부터 6자회담틀 복귀에 대한 내부 논란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내 군부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칠 줄 모르는 군 방문도 결국 믿을 곳이란 군부밖에 없다는 생각을 크게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내 온건 협상파들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미국의 일관된 압력과 요구에 굴복할 수도, 협상할 수도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들이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론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는 딕 체니를 비롯한 강경 네오콘들을 겨냥한 대외적 측면이 있지만, 북한내 군부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줄여 협상파들의 입장을 강화시키려는 대내적 포석도 동시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상가상일까? 군부 강경파들에 발목이 잡혀 6자회담 틀 내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 협상파들에게 또 다시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2004년 10월 18일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북한 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of 2004)'과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북한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 발언이다.

이 두 사건은 북한내 군부강경파들로 하여금 김정일 체제유지에 극적으로 충성도를 높이고, 온건 협상파들의 6자회담 복귀를 어렵게 만든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6자회담 참여 5개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연내(2004년) 실무회담이라도 갖자고 합창했지만, 북한내부의 권력역학상 온건 협상파들은 협상테이블로 되돌아 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당분간 시간을 갖고 부시 2기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새로운 대북 메시지가 나오길 기다리는 일이 전부였다고 한다. 북한 내부의 권력구조에 무관심한 워싱턴 일방주의자들(unilateralist)의 대북정책이 낳은 참담한 결과였다.

***미국의 입장과 상황**

이제 북핵 문제는 부시 2기 행정부가 어떤 협상안을 내 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북측의 눈과 귀는, 크게는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에 어떤 대북정책의 내용들이 포함될 것인가에, 그리고 작게는 콘돌리자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가 첫 작품으로 어떤 타협안을 제시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팀은 이미 지난 12월부터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북핵 협상 타결을 위한 새로운 행동지침(action plan)의 구성 작업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미 국무부 관리들과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방한하여 새로운 협상틀의 구축을 위한 한국 여론을 수렴해 갔다. 동맹국의 현실과 여론을 대북핵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으로부터 전해온 바에 의하면, 대북정책을 놓고 여전히 펜타곤 매파들을 비롯한 네온콘들과 국무부 간에는 이견이 있으며, 국무부 내부에서조차도 약간의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국무부 내부에서는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 중심의 상당수 협상파들과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산하 소수 인사들이 팀웍을 이뤄 대북핵협상안을 주도적으로 창안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핵협상에 불만을 품은 강경파들의 이견 또한 부분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중재역할을 놓고 미 국무부 내부의 작전 파트와 정보 파트간의 이견이 있어 보이며, 정보파트 관계자들은 중국의 중재역할에 계속 우려스러움을 표한 반면, 작전파트는 정보파트의 이런 우려를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체제변형'에 대한 현실성을 놓고서도, 워싱턴내 매파와 비둘기파간에는 심각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중심의 대북정책팀은 일단 대결보다는 대화로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는 거시적 차원의 기조를 수립한 것 같다. 그리고 미시적 전략 차원에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쥐고 이를 혼용하는 대북 핵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워싱턴은 대북 핵정책 수립과 이행전략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과 어려움을 맞고 있다.

***워싱턴과 평양의 4가지 공통점**

흥미로운 사실은 워싱턴과 평양 양쪽에서 몇 가지 특이한 공통 사항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양국 모두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6자회담틀이 깨지게 되면 핵문제를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제가 사라지게 되어 그 다음에는 군사적 수단이 제기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6자회담 틀 내에서 논의를 다시 제기해 나가되, 과거의 6자회담 운영방식이 아닌 보다 생산적이고 대담한 대화가 진행될 수 있는 회담이 되길 바라고 있다.

셋째, 평양과 워싱턴 모두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크지만 북핵 문제는 온건 협상파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한결같이 대화가 잘 진행될 수 없을 것이란 확신과 믿음을 갖고 있으며, 대화가 결렬될 경우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워싱턴에 있는 강경파들이 온건파들의 대화해결 방식을 지지하는 이유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대화가 결렬되어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불가능해 질 때 자신들의 주장이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넷째, 북-미 모두 협상방식에 있어서는 대담한 접근(bold approach)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2003년 4월 25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새롭고 대담한 해결 방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또한 2002년 10월 16일 부시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북한과의 새로운 미래" 또는 "대담한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4년 6월 24일 제 3차 6자회담에서 제임스 켈리 미 수석대표가 비공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에 나설 경우 엄청난 대가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2004년 7월 9일 방한하여 "북한이 핵을 확실하게 폐기할 경우 놀랄만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란 발언을 북측을 향해 했던 것으로 전해 졌다.

현재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는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대북대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제외, 비핵화 종료 후 북한과 국교정상화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6자회담 참가국가들과 함께 핵폐기에 대한 경제적 지원문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대담한 제안'(bold approach)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7월 중국 방문시 이러한 견해가 중국측에 전달되었고 또한 중국정부의 생각이 타진된 것 같다.

워싱턴은 지금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이에 대한 대체 에너지 지원을 위해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시베리아 가스파이프의 북한 연결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6자 회담틀에서 부시-김정일 직접 담판해야**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요소들과 더불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들도 존재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깊은 의구심을 가지고 북한과 미국을 바라보는 이유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사실 그간 북핵문제가 난항을 겪어온 것은 해결의 방법이나 절차를 둘러싼 이견 때문만이 아니었다. 북미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과 의지의 부족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였다. 그간의 핵협상 진행과정을 보면, 북미 양국의 실무대표진들은 모두 아무런 협상 재량권도 없는 상태에서 지휘부로부터 전달 받은 메모지나 준비된 원고를 자구 하나 틀리지 않게 읽어 내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사실 미국이 강력한 핵협상원칙으로 제시했던 CVID도 베이징에서 협상중에 있는 미대표단에게 체니 부통령이 직접 주문하여 하달되었던 내용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는 6자회담에 대한 훈령을 국무부의 전송발송체계도 거치지 않은 채 베이징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내려 보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기대한다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인 것이다. 이는 손에 수갑을 찬 죄수들간의 협상일 뿐이었다. 이제는 수갑을 채운 '보안관들'이 직접 나서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제 북핵문제는 그 결론을 맺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양국의 최고지도자인 부시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장에서 직접 만나 담판을 지는 것이어야 한다. 나머지 4개국은 이 담판이 이뤄지도록 중재에 나서야 한다.

물론 북미 양국의 정상들이 지금 당장 6자회담장에서 상호합의를 도출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필두로 하여 사전에 북미 뉴욕채널을 통해 총론적 조율을 거친 후(1단계), 6자회담장에서 북미간 고위급 직접대화를 통해 각론을 정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2단계) 또한 여기서 합의된 내용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와 백남순 외상이 공동 발표하고, 합의사항들을 나머지 4개 참가국 외무장관들이 추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3단계)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최종단계로 부시-김정일의 직접 담판과 서명을 통해 마침내 북핵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4단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이와 같은 상황을 전개시키는 데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는 자신이 제시했던 선제공격론을 과연 스스로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며, 다른 어려움중 하나는 CVID원칙을 강하게 고수한 체니 부통령의 입장을 어떻게 변형시킬 것인지 하는 문제이다. 지금 세계는 부시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

***필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16대 국회의원(통일외교통상위원),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저서 <부시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2001, 김영사), <9.11이후 부시행정부의 한반도정책>(2002, 김영사), <전환기 한반도의 딜레마와 선택>(2004, 나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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