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다수인 미국 하원에서 미군의 이란 철수를 강제하는 결의안이 통과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달 공화당 다수 상원에서 유사한 결의안 본회의 상정이 결정된 데 이어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의 정식 인준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공화당 아이오와 주지사 경선에서 탈락하며 당 장악력에 타격이 가해진 상황이다. 당내 반발에 트럼프 정부는 이례적으로 '사법 무기화 방지 기금' 조성을 철회하겠다며 물러서기도 했다.
3일 미 하원은 의회 승인을 얻지 않는 한 미군을 이란과의 적대행위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지시하는 결의안을 찬성 215표 대 반대 208표로 가결했다. 톰 배럿,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워런 데이비슨, 토머스 매시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이 당론을 어기고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배럿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헌법에 따라 의회는 전쟁을 선포하고 무력 사용을 승인할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다. 1973년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에 그 권한 일부를 제한된 기간 동안 위임했지만 그 권한은 이미 만료됐다"며 "이제 의회가 이란에서의 무력 사용에 대한 작전 범위 및 적절한 한계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에 의회 승인 없이 60일 이상 군사 작전을 펴지 못하도록 한다. 2월 말 발발한 이란 전쟁은 이미 이 시한을 넘겼지만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휴전 뒤 적대 행위가 끝났다고 주장 중이다.
미 CNN 방송을 보면 표결 뒤 켄터키주를 지역구로 둔 매시 의원은 "국민들은 이 상황에 지쳤다. 갤런당 5달러에 이르는 휘발유와 6달러에 이르는 경유, 켄터키 농지에 뿌리는 게 감당 안 되는 비료값에 지쳤다"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연료값 및 물가 상승을 비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의안 통과는 "의회가 이 전쟁을 끝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결의안은 공화당 다수인 상원 또한 통과해야 하고 상원을 거쳐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일단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인기 없는 이란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주 전 미 상원에서도 공화당 의원들 이탈로 유사한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이 결정됐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뉴욕타임스-미 시에나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거의 3분의 2(64%)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결정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관련 정보 업무 경험이 없는 충성파 윌리엄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을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으로 임명한 데 대해서도 반발 중이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3일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펄티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당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자 트럼프 정부는 이례적으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토드 블랜치 미 법무부 장관 대행은 2일 의회에서 '사법 무기화 방지 기금' 설립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미 법무부가 조성을 밝힌 약 18억달러(약 2조7600억원) 규모의 이 기금은 정부에 의해 부당한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보상 기금으로,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이 이를 수령할 가능성이 있어 초당적 반발에 직면했다. 상원 공화당은 이 기금에 대한 반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내 처리를 당부한 이민 단속 지원 예산안 표결까지 연기한 바 있다.
무기화 기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납세 기록 유출에 대해 국세청(IRS)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는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 현직 의원까지 밀어내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당 장악력을 과시해 왔지만 최근 그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징후도 보인다. 2일 공화당 아이오와 주지사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랜디 핀스트라 하원의원은 농부이자 사업가인 잭 란에 패배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공화당 전략가 마이크 머피는 핀스트라 의원 패배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 특히 관세 부과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농업 공동체에 타격을 입힌 것과 관련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맞물려 백악관의 생각보다 훨씬 더 공화당 입지를 약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머피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선 막강한 고릴라일지 몰라도 일반 유권자 사이에선 상처 입은 참새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책들과 거리를 두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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