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계기로 박근혜 한나라당대표를 집중 공략하며, 그 대신 노골적으로 '이명박 서울시장 띄우기'에 나서 주목된다.
***조갑제의 '박근혜 죽이기'-'이명박 띄우기'**
조대표는 헌재 판결직후인 21일 저녁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바보가 된 한나라당과 방송들'이란 글을 통해 한나라당을 집중 성토했다.
그는 "이번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으로 바보가 된 것은 한나라당과 어용방송"이라며 "한나라당은 작년에 수도이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었고 어용방송들은 명백한 수도이전을 '행정수도건설'이라고 불러 국민들을 속이는 데 정권과 야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한나라당에 집중해 "한나라당은 더구나 수도이전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지금껏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헌재 결정을 맞게 되었다"며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는 한나라당의 반응은 해방된 뒤에 '독립운동'하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헌재 결정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들과 헌재가 고민하도록, 일이 꼬이도록 만든 당사자가 한나라당이었다"며 "한나라당의 비겁한 득표계산이 없었더라면 수도 이전 음모는 국회단계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조대표는 이어 "헌법을 고쳐서 해야 할 수도이전을 간단히 동의해준 한나라당은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도 꾸물꾸물하다가 시간을 다 놓치고 만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재차 질타한 뒤, "오히려 월간조선,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시, 서울시의회, 그리고 이명박시장이 단호하게 노정부의 헌법위반적 행위에 맞서 국익을 지켜냈다"고 노골적으로 이명박 시장을 띄웠다.
***조갑제, '대안정당' 재차 주장**
그는 이어 "박근혜의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서울시가 매우 대조적"이라며 "지도자는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면서 자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역사를 굴러가도록 만드는 사람"이라고 재차 박근혜 대표를 죽이며 이시장을 띄웠다.
조대표는 또 "대중스타적인 박근혜 대표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선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난세(亂世)에는 투쟁하고 결단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이시장을 차기대권주자로 밀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말미에 "한나라당은 생동하는 역사의 맥박을 짚어내지 못하고 국민들의 울분을 읽지도 못하는 무생물 정당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질타한 뒤 "요사이 국민들 사이에 한나라당 해체, 대안세력 창출이란 화두가 퍼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고 며칠전의 '대안정당론'을 다시 주장함으로써 조대표가 이명박 시장을 간판으로 내세운 독자정당을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조갑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본격착수**
이같은 조갑제 대표의 노골적인 '박근혜 죽이기' '이명박 띄우기'는 조대표 등 조선일보 진영이 '이명박 대통령만들기'에 본격 착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행정수도이전 반대, 시청앞 10만 보수세력집회 과정에 조대표와 이시장은 밀접한 '연대전선'을 작동했었다. 특히 지난 4일 대형교회와 보수진영이 10만군중을 동원한 시청앞 집회에는 한나라당에서 대표우익인 김용갑 의원외에, '이명박 계보'로 분류되는 김문수 박성범 의원이 참석해 이들의 연대를 노골화했다.
이명박 시장은 몇달전 '봉헌 발언'을 통해 곤욕을 치루는 과정에 드러났듯, 10.4 보수집회때 대대적 군중동원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보수대형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집회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오늘 한나라당은 무생물 정당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며 "참석한 이 당의 국회의원이 김용갑, 박성범, 김문수 의원 단 세명뿐이었다"고 한나라당을 맹성토했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오늘은 전 의원, 전 당원들이 서울 시청 앞으로 나와야 했었다"며 "그 당의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를 외면하는 국회의원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비난하며, 반대로 집회에 나온 '이명박 계보' 의원들에게 더없는 감사를 표시했다.
조 대표는 또 다음달 5일 장충체육관에서 사상 강화를 위한 1만명 집회를 예고하면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국민행동요령'을 통해 "한나라당 비판, 대체정당 모색, 애국운동가 만들기(1백명의 전략 이론가-1천명의 프로-1만명의 행동대-10만명의 후원회원)"를 주장, 조대표 등 조선일보 진영이 본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만들기'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단지 조대표 개인의 독자행보로 보기 힘들다는 게 언론계와 정치권의 지배적 관측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자, 지난달 21일 '이대로 가면 망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류근일 칼럼>을 통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은 과연 어떤가? 한마디로 우리는 또 망할 수 있다. 아니,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단언한 뒤, 한나라당에 대해 "야당이 계속 대안권력으로서의 투쟁력과 상품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박대표를 강도높게 성토했었다.
언론-정치권에서 "조선일보가 박근혜 대신 이명박 대통령만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조선일보-이명박의 오랜 '밀월'**
실제로 조선일보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밀월'은 오래전부터 시민사회단체의 예의주시 대상이었다.
한 예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6월29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서울시와 조선일보사 간의 ‘특별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서울시는 시민들의 혈세를 어떤 기준으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발행하는 매체들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언련은 이와 관련해 서울시를 상대로 정보공개도 청구했다.
문화연대도 이에 앞서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시와 조선일보의 개발독재 밀월 고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많은 문제점과 시민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찬양조로 일관한 이들 잡지를 시민의 세금으로 다량 구입해 무료 배포한 것은 과거지향적 세력들의 추악한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월간조선>은 지난 6월 3일자로 발행된 계간 <월드 빌리지> 여름호에서 ‘1000년 수도 서울’을 주제로 8면에 걸쳐 이명박 서울시장의 홍보 인터뷰를 실었다. <월드 빌리지>에는 이밖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한 홍보 기사와 함께 서울시 관계사의 광고 등이 게재됐다. <월드 빌리지>는 심지어 기사 끝부분을 서울시의 로고로 마무리하는 ‘특별 배려’를 하기도 했다.
<주간조선>은 또, 지난 6월 10일자로 발행한 환경특집호에서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해 “청계천, 물고기 노니는 생태하천 만들겠다” 제하의 이 시장 인터뷰와 <2005년 청계천...이렇게 달라져요> 등의 서울시 관련 홍보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가 벌이고 있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후원사인 조선일보는 지난 5월 3일자에 <잔디밭서 일광욕…“유럽이 안 부럽네”> 제하의 홍보 기사에 이어 5월 7일자에도 <주말 시청주변은 작은 지구촌> <밤의 축제 보고 싶으면> 등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도 이를 ‘교통혁명’ 등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게재해 왔다.
조선일보의 또다른 계열사인 디지틀조선은 지난 5월9일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4 축제의 밤’ 행사를 조선닷컴을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계열사들의 이같은 홍보 기사를 서울시는 관련 잡지 등을 시 예산으로 구입한 뒤 이를 각급 학교와 관공서 등에 무료 배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서울시는 <월드 빌리지> 5천부를 한 부당 1만원씩 모두 5천만원어치를 사들인 뒤 일선 동사무소 민원실에 비치하고, 일부는 시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에게 일괄 배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또 <주간조선>의 경우 모두 1천부를 시 예산으로 구입해 일선 초·중등학교에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당시 <주간조선>을 무료 배포하면서 “제9회 환경의 날을 맞아 주간조선 환경특대호가 발매돼 환경교육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환경교육 교재로 유용하겠다고 생각돼 주간조선을 보내드리니 활용해주기 바라며 우리 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초환경시설 견학프로그램에도 많이 참여해주기 바란다” 등의 내용이 적힌 안내문도 함께 발송했다.
이같은 전례들을 볼 때 조선일보와 이명박 시장간 관계는 단순한 '밀월'을 넘어서 이시장의 향후 '대권 도전'과 조선일보의 '대통령 만들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갑제 대표가 최근 연일 '대체정당'을 주장하는 것도, 이시장이 한나라당내 기반이 취약한 점을 감안해 대권주자가 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한 복선이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이명박 시장 밀월은 앞으로도 계속해 정가의 비상한 주목거리가 될 전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