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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던진 질문: '우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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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던진 질문: '우리'는 누구인가

[초록發光] '우리'가 맞아야 할 2020년 지구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3월까지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올해의 작가상 2019>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매년 역량 넘치는 다양한 작가들을 선정하고 후원하여,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담론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홍영인 작가는 <사당 B>에서 새장의 안팎을 반전한 공간과 '새'의 자수작품으로 국가주의와 사회적 불평등의 일반화 현상을 탐구하고, 동물 혹은 기계를 표방하는 듯한 퍼포먼스로 동물과 인간, 노동자와 고용자, 국가와 국민의 동등성에 대한 반전된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질문은 박혜수 작가의 <Project Dialogue(대화) vol.4>가 던지는 '우리'라는 집단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박혜수 작가는 대중에게 '우리'의 범주와 의견을 묻는 설문을 던져 관람객들을 작품에 완전히 참여시킨다. 말미에는 'Perfect Family'라는 가족/친구/관계를 대여해주는 가상의 서비스 상품을 소개해 우리가 믿어왔던 '우리'의 의미에 다시 꺼림칙한 의문을 제기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심화하는 사회 불평등 속에 떠오르는 국가주의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다보스포럼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현재의 세계 경제가 대공황 전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러시아, 터키, 이집트 등 나라를 가리지 않고 경제성장 둔화와 불평등이 심각해지면서 과거를 향한 노스탤지어와 현재에 대한 불안, 자유주의적인 국제 질서에 대한 대중의 반감, 자신감의 추락, 부정적인 애국주의가 대두하고 시민국가주의가 배타적으로 변질해 국가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세계시민 정체성보다 이민자 혐오로 대표되듯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내부의 불만을 막고자 하는 행태가 세계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 세계 공통의 합의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두하는 국가주의는 기후위기 대응 실패의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미 기후위기, 내전 등 다양한 국제적 이유로 발생한 이민자와 난민은 전 세계적 문제가 되었지만 아무런 공통적인 인식과 해결책이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두 작가에게서 엿볼 수 있다.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은 시각 디자인적 요소를 담고 있는 메인 영상을 비롯하여 다큐멘터리 영상, 인터뷰 영상, 플롯에 대한 설치 미술 등으로 보랏빛, 초록빛이 가득 채운 공간에서의 신비롭고 기괴한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은 사람들의 주거지였던 '다공성 계곡'이 파괴되면서 그 일부인 '페트라 제네트릭스'라는 금빛 광물이 이주를 시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페트라는 지구를 구성하는 판의 일부며, 광물을 믿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데이터며, 정착할 곳을 헤매는 난민이다. 페트라는 이주센터에서 입국 심사를 받지만, 끊임없이 배척되고 억압된다. 제주도 예멘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속하고, 누구에 의해 파괴되고, 어디로 이주해야 하며, 누구를 배척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주요 작가의 <Love your depot>은 전시장 자체를 예술 작품의 살아있는 창고이자 대안 플랫폼으로 설정한다. 세상에 나온 작품들의 경제성, 순환성, 예술성을 실질적으로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지,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전한다.

▲ 1. 홍영인,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2019) 2. 박혜수, <㈜ 퍼펙트 패밀리>(2019) 3. 이주요,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2019) 4. 김아영,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2019) ⓒMMCA 뉴스레터 (2019.11.01.)

페트라 제네트릭스의 이주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모습과 작가가 직접 제시하는 예멘 난민 문제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와 기후난민의 모습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는 향후 10년 세계를 위협할 요인 톱5 모두를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환경문제로 꼽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후변화 피해자와 가해자를 탄소배출권 판매국과 구매국 등으로 나누며 책임과 권리를 다투고 있지만, COP25(제25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또다시 그 공을 글래스고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로 미루고 말았다.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후 난민들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호주에선 5개월째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고, 플로리다에는 이상 한파가 들이닥쳐 사지가 마비된 이구아나들을 조심하라는 경보가 나왔다. 아프리카에선 유례없는 폭우와 산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아마존과 시베리아, 알래스카에서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도양 쌍극화(Indian Ocean Dipole)와 극지방의 고온 증상이 원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4대 겨울축제로 통한 화천 산천어축제는 이상고온과 겨울 폭우로 두 차례 연기됐고, 제주도는 1월 낮 최고기온 23.6도를 기록하여 때 이른 철쭉이 개화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사례가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4년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5차 보고서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갈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가 세계 갈등에 끼친 영향이 대단히 크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그 영향은 거대해질 것이며 특히 마이애미, 뉴욕 등을 포함한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거주 불평등이 커질 것이다. 상승하는 기온과 극심한 폭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거주지 상실이 개인 간에서 국가 간의 폭력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엔의 전문가는 기후변화가 지난 50년간의 사회 발전과 국제 보건 및 빈곤 개선 등의 성과를 되돌리고, 기후위기에 의한 기후 아파르트헤이트가 도래할 위기라고 말했다. 2100년까지 섭씨 1.5도 이하로 증가하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이미 1.2억 이상의 인구가 2030년에 극심한 빈곤을 겪게 되고, 굶어 죽거나 난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이든 나중에든 난민이 될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든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포기할 것인가. 지금이 '우리'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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