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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법률은 어겨서라도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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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법률은 어겨서라도 바로 잡아야"

[인권하루소식] 불복종운동의 정당성과 의미

최근 불복종운동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불복종운동의 정당성과 그 의미를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의 특별기고를 통해 살펴본다. 인권운동사랑방.

***특별기고**

3월 들어 시민사회단체들은 두 번이나 불복종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4일에는 8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에 대해, 10일에는 14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불복종운동의 대상이 된 두 법률들은 모두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개악되었고, 그 절차에서도 국민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관리와 규제의 대상으로 규정한 채 경찰의 단속편의만 수월하게 한 집시법이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약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입을 봉하려는 인터넷 실명제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후퇴시킨다. 싫은 소리는 듣지 않고,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 법률들은 주로 밀실에서 정치권들이 야합하여 통과시킴으로써 당연히 거쳐야 할 입법과정의 정당한 절차도 아예 무시했다.

따라서 불복종을 통한 저항만이 현재의 불법을 제거하고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의 불복종선언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릴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복종운동**

사실 불복종운동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도 불복종운동은 끊임없이 전개되어 왔다. 단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뿐이다.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는 이들이 있고, 살인 행위에 동조하지 않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초석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감옥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보안관찰법 상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상·양심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1980년대 편파보도를 일삼던 KBS에 대한 시청료 납부거부운동과 2000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낙선운동도 대표적인 불복종운동의 예로 꼽힌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불복종운동은 '6월 항쟁'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의 개헌 요구를 무시한 채 호헌을 선언했던 전두환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되었던 6월 항쟁은 현실 법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집단 행동으로 불법 정권을 물리쳐 민주화를 진전시켜냈다. 그 6월의 거리에 누가 집회 신고를 했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따랐던가. 만약 그랬다면 위대한 민주항쟁은 없었을 것이고, 군사독재정권은 지금까지 이어졌을 지도 모른다.

***미래의 불법까지 제거**

유럽 사회에서 이러한 불복종운동은 이미 19세기부터 구체적인 논리를 가진 저항 운동으로 나타났다. 1차 세계대전이래 반전·평화운동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도 이제 유럽과 유엔에서는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불복종운동 사례로는 킹 목사가 주도했던 흑백차별철폐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운동을 들 수 있다. 버스의 흑백 좌석 분리에 반대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던 차별에 대해 투옥되면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아 흑백분리정책을 시정해냈다. 베트남 전쟁에 징집대상이었던 청년들은 소집영장을 불살랐다. 베트남전 징집거부운동의 상징적 인물 댄 베리컨은 "내가 이 카드를 불태우는 이유는 사람을 불살라 죽이는 것보다 차라리 종이를 태워 버리는 게 낫기 때문이다"란 말을 남겼다.

영국의 불복종운동은 한 걸음 나아가 미래의 불법을 제거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1996년 영국에서는 윌슨 등 4명의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인도네시아 독재정권에 판매할 호크 전폭기를 파괴했다. 당시 수하르토 정권이 동티모르에서 인종청소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반인륜적 목적으로 사용될 무기를 파괴하는 행동은 인도주의적 목적이므로 불법일 수 없다는 피고인들의 변론을 법원이 수용,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1999년 '트라이던트 보습 만들기'란 평화운동단체의 앤지젤터 등 3명의 여성 활동가들이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연구기지에 침입하여 대부분의 컴퓨터와 관련 장비 및 자료들을 호수에 던져버리고 '핵 살인을 위한 연구를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도 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국제법상 불법무기인 핵무기를 파괴함으로써 불법무기의 사용을 미연에 방지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불복종운동은 미래에 일어날 불법을 예방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불복종운동에 희망을 걸자**

논자들은 보통 불복종운동이 성립할 조건으로 도덕성, 정치성, 공공성, 중대성 등을 꼽는다. 당장 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불법행위로 처벌될 터이지만, 국가 스스로 정통성과 정당성을 방기한 책임이 있으므로 불복종운동은 사회적인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고, 이후 부정의의 법률도 바로 잡혀지게 된다.

그러므로 집시법이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불복종운동은 헌법수호운동이기도 하다. 이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처벌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희생 위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준은 한 단계 전진할 것이다. 국가가 인권의 존중과 실현의 의무를 망각하고 정치권이 제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지금, 국민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불복종운동은 그래서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 이 기사는 인권운동사랑방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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