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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성 접대비 개혁'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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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향락성 접대비 개혁' 흐지부지

접대한도 '50만원이상'으로 상향, "내수가 걱정돼"?

노무현 정부 출범초 큰 기대를 모았던 국세청의 향락성 접대비 폐지 및 축소 움직임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크게 후퇴했다. 이용섭 국세청장 취임초기에 '폐지'를 적극 검토했다가 재경부등의 반대에 부딪쳐 '건당 30만원'으로 완화됐던 접대비 허용한도가 새해초 또다시 '건당 50만원'으로 상향조정됐기 때문이다.

***"건당 50만원이상 접대비 지출, 접대내용 5년간 보관 의무화"**

국세청은 5일 올해 1월1일부터 발생하는 접대비를 규제하기 위해 ‘접대비 업무관련성 입증에 관한 국세청장 고시’를 발표했다. 고시의 핵심은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법인의 접대비에 대하여는 당해 법인이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지출증빙을 5년간 기록.보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건당 50만원이상 접대비에 대해선 정규영수증(신용카드 매출전표, 세금계산서, 계산서) 뒷면이나 당해 영수증을 첩부하는 용지의 여백에 ‘접대자’ ‘접대상대방’ 및 ‘접대목적’을 기재하여 비치.보관(제출 불필요)해야 한다. 또 대기업 등 증빙서류를 주로 전산테이프, 디스켓 등 전자적 형태로 보관하는 법인 등과 같이 영수증 뒷면 등에 지출내역을 기록․보관 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전산으로 작성.보관해야 한다.

이같은 국세청 고시는 종전에 접대비에 대해 매출액 대비 총액 한도내에서는 '건당 규제'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건당 사용액 한도'를 정하고 액수를 넘는 부분에 대해선 '접대 상대방'을 명시하게 했다는 점에서 분명 일진보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국세청이 이번 고시를 마련하면서 밝힌 “선진외국의 경우 향락성 고액 접대비는 대부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접대는 뇌물로서 국제적으로 부패행위로 간주한다”는 대목을 보면,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용두사미**

국세청 통계를 보면, 세법상 접대비 손비 인정 한도액이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접대비 규모는 해가 갈수록 크게 증가했다. 접대비한도는 99년 매출액의 0.04~0.3%에서 2000년 이후 0.03~0.2%로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대비지출액은 99년 2조7천억원에서 2002년 4조7천억원으로 74%나 증가했다.

특히 2002년 총 접대비 4.7조원 중 룸살롱.단란주점.극장식당.나이트클럽 등에서 사용한 비용이 총 접대비의 32%를 차지했다. 이들 ‘향락성 술 접대비’는 모두 1조5천2백95억원이고 그중 룸살롱이 9천4백82억원으로 60%를 넘었다.

때문에 지난해 3월 취임한 이용섭 국세청장은 취임하자마자 ‘향락성 접대비’를 폐지하도록 개혁하겠다고 발표해 세간의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청장은 당시 “룸살롱 접대나 골프 접대는 그 자체가 업무 관련성이 희박하다”면서 최근 향락성 접대비를 전면폐지한 일본등 선진국처럼 특정 업종의 고액 향락비 접대는 아예 폐지할 의지를 비쳤었다.

그러나 법인세법 개정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경제부 등 주무부처와 일부 언론들의 반발로 이 청장의 개혁조치 강도는 점점 느슨해졌다. 재경부와 국세청의 갈등 끝에 ‘형평성’을 이유로 룸살롱이나 골프장 등 '특정 업종'을 거론하지 않기로 정리된 이후 ‘업무관련성 증비서류를 의무적을 기록,보관해야 하는 금액 규모’를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국세청, "규제 강화시 내수 위축, 소비에 미치는 영향 우려"**

결국 지난 6월 세정혁신추진위원회 논의 끝에 국세청은 입증 대상 접대비 규모를 '30만원 이상'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접대비 규제 의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5일 국세청 고시에서 '50만원 이상'으로 또 후퇴했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 “현재 내수가 크게 위축되어 있고, 제도 도입 초기 기업의 부담과 소비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등을 감안하여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나날이 향락성 접대비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선진외국처럼 당장 특정 향락업종의 접대비를 폐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면서 “한꺼번에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들도 안타깝지만 단계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사실 규제 금액을 30만으로 하느냐 50만원으로 하느냐는 의미가 없다"면서 "일정 금액 이상 접대비 영수증에 접대받은 사람과 사유를 적게 하면 접대가 부담스러워 자제하게 되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 이번 고시로 접대비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며 향락성 접대비도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칙처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50만원이상' 가이드라인이 향락성 접대비 폐지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기업의 반응부터가 냉소적이다. 국내 대그룹의 고위임원은 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만일의 경우 접대 내역을 조사받을 경우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접대라고 해도 기업영업 노하우가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점”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그러나 변칙처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귀띔했다. 느슨한 법망을 피해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한 예로 '50만원' 가이드라인으로 골프 접대나 간단한 술자리 정도는 더이상 문제가 안되게 됐고, 룸살롱 등의 경우도 팁 등은 현찰로 주고 술값만 영수증 처리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또한 기업거래 룸살롱의 상당수가 제2, 제3의 위장업소 영수증을 나눠 발행하고 있는만큼 접대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게 기업측 설명이다.

국세청도 이같은 변칙처리 가능성에 대해 접대자가 한 술집에서 여러 개의 법인카드로 나눠 결제하거나 접대 금액의 일부를 외상 처리하고 나중에 잔액을 결제하는 방법, 접대금액의 일부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세금계산서로 처리하는 방법, 접대금액을 같은 부서 직원의 카드로 나눠 결제하는 방법 등을 고시 관련자료에서 열거함으로써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느슨한 의식을 갖고 건당 1백50달러이상 접대에 대해선 예외없이 피접대자의 '사인'까지 요구하는 미국등 선진국과 과연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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