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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처 위해...삼척포스파워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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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처 위해...삼척포스파워를 멈춰라

[초록發光] '기후 악당' 한국이 당장 해야할 일은?

전국적으로 한낮의 온도가 30도를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폭염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내심 각오를 다진다. 이보다 더 잔인한 폭염을 앞으로 한 달은 버텨내야 할 것이 분명하다. 이 더운 여름, 이제 잔인한 것은 작열하는 태양이 아니다. 이 계절을 잔인하게 만드는 것은 쉴 새 없이 증가하는 온실가스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계는 기후위기의 주 원인자로 인간이 산업 활동을 통해 배출해 온 이산화탄소를 지목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각국의 약속과 정책이 잇달았고,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발전 퇴출 완료를 선언했다. 영국만이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역시 석탄화력발전 퇴출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가장 값싼 에너지원으로서의 자리를 굳혀왔던 석탄화력발전은 이제 그 지위를 재생에너지에게 넘겨주고 있다. 세계 금융기관들 역시 사양길에 들어간 석탄 산업 투자를 철회하는 등, 석탄화력발전은 이미 시장에서도 외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7위를 달리고 있지만, 하강을 모르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승 곡선은 이미 7억 톤을 넘겼다. 한국 정부는 2030년 8억5000만 톤 배출을 예측하며 이를 5억3600만 톤으로 줄여보겠다고 약속하고 있으나, 이 조차 매우 불확실하다. 5억3600만 톤만 배출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제시했을 때, 세계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처럼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간 지구 기온이 3~4도 더 상승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래서 '기후 악당'이란 오명까지 받았으나, 이 조차도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니. 이대로라면 결코 이행할 수 없다. 왜일까? (2016년 영국의 기후행동추적(CAT)은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석탄발전 의존도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을 호주,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기후 악당 국가로 꼽았다. 편집자.)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37%는 발전분야에서 배출된다. 그 중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80%에 달한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축소하지 않는 한, 온실가스배출 감축은 요원하다 말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2기만 LNG로 전환시켰을 뿐, 7기는 신규로 건설되고 있다. 때문에 2030년 석탄발전 설비 용량은 지금보다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정된 발전소 하나를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 삼척포스파워삼척화력발전소 2기, 총 2.1GW급 발전소. 현재 가장 공정률이 낮은 발전소로, 본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발전소. 그런데 이 발전소가 건설되어 운영되면 135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거꾸로 이 발전소가 지어지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1350만 톤이 추가 배출되지 않는다.

삼척포스파워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 해 8월부터 부지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 중 천연 석회동굴 2개가 발견되었다. 세 번의 보완조사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지표조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던 동굴이 부지 공사 중 발견된 것이다.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지도 않았으니 부실이고, 없다던 동굴이 발견되었으니 거짓이다. 놀랍게도 부실․거짓 조사에 기초해 인․허가 절차를 거친 셈이다. 지정문화재 최소 '나'급에 해당하는, 도지정문화재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동굴이라고 한다. '가'급인 천연기념물 급에 해당하는 동굴일 가능성까지 비쳐지고 있다. 동굴이 발견된 지 8개월 만인 지난 7월 10일 공동조사단이 구성되어, 10월까지 정밀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한 사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사 기간 중 동굴 훼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사를 중단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공사장비가 건설 현장을 오가고 있어 삼척시와 원주지방환경청의 공사 중단 명령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척 포스파워를 짓지 말아야 할 차고 넘치는 이유

문제는 부실․거짓 조사에만 있지 않다. 발전소로 석탄을 보내기 위해서는 하역부두를 새로 지어야 한다. 예정지인 맹방해변은 이미 모래 유실이 심각하여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하역부두와 1.5km 방파제 공사는 결국 아름다운 맹방 해안을 파괴하고 연안침식을 가속화할 것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주민피해 역시 심각하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강원도지만, 대형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배출량은 충남도 다음으로 많은 실정이다. 이미 시멘트공장과 노천광산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삼척시에 석탄화력발전소까지 가동되면 주민들의 건강 피해는 누적될 것이다. 게다가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배출 최다 단일 배출원이다. 미세먼지 대책을 아무리 발표한들, 석탄화력발전 축소 없는 대책이란 공염불에 불과하다.

전력수급이 걱정이라고? 삼척포스파워를 짓지 않는다고 전력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예측 수요를 높여놓았기에 그만큼 예측 공급량도 높였고, 그 증가한 공급량 중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삼척포스파워일 뿐이다. 더군다나 국내 전력소비량은 2012년 이후 증가폭이 대폭 좁아들고 있다.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통해 과다 설정된 전력 목표 수요를 낮추어야 할 시점이다. 전력 예비율 또한 평균 30%에 달한다. 전력 수요의 2%도 차지하지 않을 삼척화력발전이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대책이 중요한 이 시점에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물어야 한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면 온실가스 1350만 톤이 추가 배출될 뿐이다. 온실가스 추가 배출에 따라 치러야 할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매몰비용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2019년 5월 말 현재 전체 공정률 4.56%에 불과하므로, 건설계획을 빠르게 철회할수록 사업자 매몰 비용 역시 최소화될 것이다.

어쩌면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될 수 있었던 삼척포스파워석탄화력발전소.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취소를 통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서사를 바꾸어야 할 때이다. 더 무더울 여름, 잔인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삼척 포스파워를 멈추라는 목소리를 더 크게 외치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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