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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병렬대표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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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제 최병렬대표가 나서라"

[데스크 칼럼]'위기의 대북사업'을 살리기 위한 긴급제언

4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자살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금강산관광 및 남북경협을 잠정중단키로 하면서 대북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정의장의 자살 소식을 접하는 순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공은 이제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정의장 자살 직후인 4일 오전 '그룹 차원의 대북사업 승계'를 선언했던 현대그룹은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주력기업들이 5일 서둘러 '승계 불가(不可)' 입장을 밝혔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주들의 압력에 따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번에는 정부가 '대북사업 계속'을 다짐하고 나섰다. 관광공사등 공기업이 대북사업을 승계하는 방안, 현대아산과 관광공사 등이 컨소시엄을 만드는 방안, 남북경협자금을 이용해 현대아산을 지원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과연 이것이 실현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여소야대의 국면 때문이다. 국회 의석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면 그 어느 것도 실현불가능하다. 한 예로 정부는 당초 현대아산에 약속했던 1백99억원의 금강산관광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서슬 시퍼런 눈길때문이다.

향후 대북사업의 지속여부를 결정지을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현대그룹과 정부도 아닌 한나라당인 것이다. 공은 이제 한나라당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경제적 이유로 내심 그 누구보다 대북사업 지속을 염원하고 있는 북한이 5일 정몽헌 의장 사망에 대한 조전을 발표하는 동시에 금강산관광 등 일련의 남북접촉 중단을 선언하면서, 유독 한나라당에 초점을 맞춰 맹성토한 것도 이같은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대북사업은 좋은 취지로 시작됐고 좋은 결실 맺어야"**

정몽헌 의장의 빈소에는 최병렬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도 많이 찾았다.

5일 빈소를 찾은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대북 송금 특검을 제안한 사람으로서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정의장이) 좋은 취지로 남북문제를 위해 노력했으나 김대중 정부가 이를 이용했으며 고인의 뜻에 따라 (대북사업이) 좋은 결실을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도 같은 뉴앙스의 말을 했다.

현대그룹이 해온 대북사업은 '좋은 취지'의 사업이었으나 DJ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결과, 이같은 비극이 발생했다는 이분법적 주장이다.

여기서 후자에 대한 논란은 잠시 논외로 접자. 현재 여야는 물론, 여권내에서조차 정파적 이해관계나 시각에 따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정치공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나라당도 "대북사업은 좋은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고, 따라서 좋은 결실을 거둬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좋은 취지로 시작됐고 좋은 결실을 거둬야 할' 대북사업이 지금 절체절명의 중단위기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의 상황인식이 '말'뿐이 아니라면, 이제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최병렬대표는 총재 취임초 여러 석상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전제로 "대범한 대북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이를 '광폭(廣幅) 정치', 우리말로 풀면 '통 큰 정치'라 명명하기도 했다. 지금이말로 바로 한나라당 선장인 최대표의 '통큰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선보인 '통 큰 행보'**

198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분단후 최초로 남쪽 기업인 자격으로 금강산을 방문, 세상을 뒤흔들었을 때 일이다. 당시 현대중공업 등 울산의 노조들이 거세게 정 명예회장을 비난했었다. 정 명예회장의 방북 직전, 울산 현대에서는 '식칼 테러'로 대표되는 사업주의 극단적 노동탄압이 벌어져 정주영가(家)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었기 때문이다.

"식칼 테러를 자행한 정주영의 방북이 웬 말이냐. 노동자를 탄압하는 그에게는 민족통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당시 노동계가 퍼부은 비난의 요지였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 방북의 숨겨진 동기가 무엇이었든간에 반세기 분단의 빙벽을 녹이는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정 명예회장의 방북은 그후 남북 적개감의 해소와 공동체의식 회복의 역사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 자리매김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당시 보여준 게 다름아니라 일반의 통념을 깨는 '광폭(廣幅) 횡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광폭 횡보'가 지금 최병렬 한나라당대표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수구보수'라는 네거티브 이미지를 벗고 '건전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때마침 6일 최대표는 "한나라당은 재벌옹호, 통일반대, 서민홀대 정당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바이체커가 되라**

한국 기독교계의 '큰 어른'인 강원용 목사는 얼마 전 펴낸 <역사의 언덕에서>라는 자서전에서 독일 야당의 거목인 폰 바이체커에 대한 회고를 한 바 있다.

독일의 통일은 집권여당인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수상이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야당의 거센 반대를 온 몸으로 막아내며 민족적 관점에서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지지한, 자신 및 자신이 속한 야당인 기민당의 정치적 이해를 뛰어넘은 바이체커라는 '거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었다.

강목사는 "우리나라 정치권 즉 야당에는 바이체커와 같은 '정치가'는 드물고 자신 및 소속정당의 이해관계만 앞세우는 '정략가'들만 많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는 바이체커 같은 정치가가 나와야만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야당에 대한 '어른'의 준엄한 질책이자 주문이었다.

지금 현대그룹이 펴온 대북사업은 풍전등화의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지속적인 민간부문의 대북사업이 요구되는 시기다. 작금에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회오리 속에서 '남북공동체'라는 믿음과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민간부문의 대북사업만큼 효율적인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최병렬대표는 바이체커가 돼야 한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은 브란트가 돼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두 사람이 만나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 국민에게 감동적인 '통 큰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 위기의 대북사업을 살려내야 한다. 대북사업 지속을 위한 지혜를 교환하고, 국민의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국민은 필요하다면 대북사업 지속을 위해 성금도 모을 것이다. IMF사태후 전세계를 감동시켰던 '금모으기'의 감동이 재연될 수도 있을 듯싶다.

이 길이야말로 정치라고 하면 넌더리를 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정치에 '희망'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익성 없는 공익성 사업'을 하다가 끝내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한 기업인에 대해 정치권이 진 채무를 갚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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