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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 의원의 두 글

"'국가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발언 해명"과 "강금실장관께"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이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국가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이라는 19일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5.18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노대통령의 입장을 막고 '방미굴욕외교'를 비판한 한총련 학생들에 대해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관용을 호소하는 두 편의 글을 올렸다.

유의원은 우선 <"국가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보도에 대해>라는 글에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19일 대학신문기자 간담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은 군사파시즘, 일제잔재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이는 국기에 대한 경례 자체를 문제삼은 게 아니라 "국민의례가 남용되고 있다는 것"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문제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저의 진의와는 달리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이라는 표현이 보도된 것은 제 책임"이라며 "이 표현 때문에 혹시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지도 모를 분들께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유의원은 또 <강금실 법무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학생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애국적 열정과 지적 인간적 미숙함으로 뒤범벅된 집단적 행동이어서 때로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또한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건을 일으킨다"며 그러나 "과도한 열정과 지적 인간적 미숙함이 어우러져 빚어낸 이번 사태에 정부가 '엄단'으로 맞서는 것은 성숙한 대응방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처를 바라는 것이 아니며 그 날 그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살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질 기회를 달라.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의원이 올린 두 글의 전문이다. 편집자

***"국가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보도에 대해**

유시민 의원입니다. 대한매일과 연합뉴스 등의 보도로 시작된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잔재” 발언 파문에 대해 저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우선 사실관계입니다.

제 사무실에서 내보낸 대학신문기자 간담회 발언요지 자료에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은 군사파시즘, 일제잔재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대한매일의 최초보도와 연합뉴스 등의 후속보도에 나온 이 표현은 제 발언과 다름은 물론이요 발언의 진의와도 다르지만, 그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저희 쪽의 자료가 제공했기 때문에 언론을 원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민의례 그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다음은 그 발언이 나온 경위를 말씀드립니다.
오늘 대학생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저의 이념성향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고 제가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만큼 자유주의적 세계관과 가치가 어떤 것이냐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국민의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발언의 취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국민의례가 남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시골마을의 경로잔치에서도 국민의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의 부녀회가 돈을 마련하고 자원봉사를 해서 여는,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점심과 술을 대접받고 한 나절 노래 부르며 노는 경로잔치에까지 굳이 국민의례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장이언츠가 하는 야구경기에는 국민의례보다 두 구단의 단가나 응원가를 번갈아 부르거나 들려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둘째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문제삼은 것입니다.
저는 애국주의 또는 애국심이 매우 소중한 내면적 가치라고 생각하며 저 자신 애국심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상징물인 국기 앞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서약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내면적 가치를 국가가 정한 의식을 통해 공공연하게 고백하도록 또는 그 고백을 들을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므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 온 국민이 복창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저는 애국심이 다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주권자인 시민들로 하여금 이것을 공공연하게 고백하고 서약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박정희 정권이 남긴 국가주의 체제의 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민의례 그 자체가 아니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비판한 제 발언의 진의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의 진의와는 달리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이라는 표현이 보도된 것은 제 책임입니다.

이 표현 때문에 혹시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지도 모를 분들께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국가주의 체제의 유물이라는 제 견해에는 변함이 없으며, 언론인 여러분께서 제 발언의 진의를 있는 그대로 봐 주시고 보도 비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강금실 법무장관님께**

강금실 법무장관님께
작성날짜 2003.05.20 조회수 1984
"강금실 법무장관님, 한총련에 시간을 주십시오"

존경하는 강금실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하지 못하시다는 걸 잘 압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에 이어 한총련의 5.18 시위 사건까지 터졌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습니까. 아침신문을 보니 대통령께서 '난동자'를 엄단하라고 하신 모양입니다. 대통령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심정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장관님께 좀 다른 부탁을 드리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한총련 학생들에게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십사 하는 부탁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라 한때는 대학생이었던, 아버지로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전과가 있습니다.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한 번, 그리고 폭력으로 또 한 차례 징역을 살았습니다. 우선 저는 그 폭력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84년 9월 서울대 학생들은 가짜학생 또는 학생이 아니면서 학생처럼 행동하던 젊은이들을 붙잡아 정보기관의 프락치인지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감금하고 폭행했습니다. 피해자가 무려 넷이나 있었던 사건입니다.

저는 구급차를 불러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얻어맞은 사람을 태워보낸 다음 교내에서 항의시위를 하던 학생들을 해산시키고 총장님을 만나 자체 수습을 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경위를 파악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을 가려내어 경찰에 출두하게 함으로써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던 폭행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총장님은 그 취지를 받아들여 노력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서 몸을 피하지 않은 채 수습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저를 잡아갔고, 진술조서조차 쓰기 전에 서울시경국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범이며 모든 것을 시인했다고 발표했고 학생회 주요간부를 모두 공범으로 몰아 수배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은 야당인 민한당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고 결국 10월 중간고사 거부와 대규모 경찰 병력의 교내 투입까지 사태는 일파만파 번져나갔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한총련을 박해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자칫 사태가 확전일로를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학생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애국적 열정과 지적 인간적 미숙함으로 뒤범벅된 집단적 행동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또한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건을 일으킵니다. 20여년 전 제가 1년 동안 징역을 살았던 사건은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저는 이번 5.18묘역의 시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도 그 날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한총련 지도부의 학생들이 이런 결과를 내다보고 시위를 기획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이 모인 좁은 진입로에서는 몇몇이 경찰과의 대치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도로를 점거하면 저절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전국 각지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몰려 있었던 만큼 도로를 봉쇄한 학생들을 모두 '한총련 소속'으로 간주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총련 지도부가 모든 우발적 사태를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세울 만큼 책임성 있고 성숙한 집단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과도한 열정과 지적 인간적 미숙함이 어우러져 빚어낸 이번 사태에 정부가 '엄단'으로 맞서는 것은 성숙한 대응방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처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날 그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살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질 기회를 주십시오.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총련 학생들을 너무 좋게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그 학생들이 충분한 자기성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면 어떻게 해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학생들 스스로 파악할 수 있으며 누가 얼마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하되 한총련 학생들 스스로 사태를 수습할 기회를 박탈하지는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총련 지도부의 역사의식과 운동방법에 비판적인 사람입니다. 주체사상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과학적 이론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의 지적 나태함을 개탄합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터무니없다고 여기는 생각까지도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들이 잘못된 사상을 가졌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전체주의적 사상과 경향이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참여정부가 한총련에 대해서든 한총련을 혐오하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부탁인줄 잘 압니다. 그러나 대화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학생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며칠의 여유가 한총련 학생들에게는 내면적 집단적 성숙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강금실 장관님의 건투를 빌며

2003년 5월 20일

한때는 지나친 열정에 휘둘렸고 아직도 지적 미성숙에서 해방되지 못한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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