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다수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는 노대통령의 이른바 '실용주의 외교'를 높게 평가하며 전폭 지지하는 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내 반전평화세력과 개혁적 성향의 한나라당 경선주자는 노대통령의 이번 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입장이다.
반면에 개혁신당 창당을 주장해온 신주류 강경파의 신기남 의원은 노대통령 적극 옹호에 나섰고, 개혁국민신당은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친노 진영'은 노대통령을 방어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개혁신당파의 노대통령 방어 입장은 앞으로 신당 창당을 둘러싼 '개혁성' 논란에서 적잖은 혼선을 야기할 전망이다.
***신기남 "이번 방미 엄청난 성과", 개혁당 "아직 입장 못 정해"**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굴욕외교 논란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 "미국이 우리 정부의 북핵 해결 의지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방미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 의원은 "북핵에 반대하면서도 대화 이외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 그들(미국)이 불만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노 대통령은 경제제재라는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을 다녀온 뒤 대북 경제제재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신 의원은 특히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대화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밀행주의와 목적지상주의에 빠졌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향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햇볕정책을 펴길 기대한다"고 말해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개혁국민정당도 아직까지 당론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태다.
유기홍 개혁국민정당 정책위원장은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이 남북관계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한나라당 반전파, "대북포용정책 폐기 우려"**
반면에 민주당 김근태, 김성호, 김영환, 한나라당 서상섭, 김부겸 의원 등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 여야의원 20여명은 19일 정오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대북포용정책에 크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근태, 김성호, 김영환, 심재권 의원 등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중도파인 유재건 의원도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경제협력을 연계한 것은 햇볕정책을 전면 재수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켜온 것을 폐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동교동계 의원들도 '햇볕정책' 폐기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민주당내 신당 창당 논의 과정에 한미정상회담을 둘러싼 평가는 창당의 방향과 정당성을 둘러싸고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덕룡, ˝대통령 변신은 무죄인가˝**
한편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예정인 김덕룡 의원도 노 대통령의 방미 외교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18일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 대통령이 아니라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 미국을 간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며 "대통령의 변신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감상적 민족주의, 어설픈 자주외교 등 경솔한 처신이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몰고왔다"며 "노 대통령이 과연 미국과의 신뢰를 회복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오히려 노 대통령을 설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반도의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여자의 변신이 무죄라는 말처럼 대통령의 변신도 무죄인지는 모르나, 변신이 불가피했다면 그 이유에 대한 자기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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