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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DJ가 해외에 나가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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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우중, "DJ가 해외에 나가라 했다"

<포쳔> 인터뷰서 주장 파문, 귀국 위한 정지작업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다. 1999년 당시 정부 고위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하고 귀국후 자동차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출국을 설득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 김대중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 워크아웃 전에 잠시 동안만 나가 있으라고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마침내 김대중대통령을 향해 비수를 뽑아들었다. DJ가 직접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해외로 나간 것이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떠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김우중 발언을 접한 정.재계에서는 "마침내 터질 것이 터졌다"며 김 전회장이 금명간 귀국하기 위한 본격적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며 사태추이를 긴장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DJ가 직접 전화를 걸어 잠시 나가 있으라 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쳔>은 22일(현지시간) 김우중 전회장과의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현상범 김우중'이라는 제목의 이 인터뷰 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그의 출국배경이었다.

김우중은 지난 1999년 8월 대우그룹 부도직후 한국을 떠나 여태껏 3년반동안 도피생활을 하게 된 경위와 관련,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다. 1999년 당시 정부 고위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하고 귀국후 자동차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출국을 설득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 김대중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 워크아웃 전에 잠시 동안만 나가 있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우중의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김대중-김우중' 커넥션 의혹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 미증유의 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정.재계에서는 국민에게 천문학적 손실을 입힌 경제범죄자인 김우중의 장기 외유가 가능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그를 잡아들일 생각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최규선은 구속전 녹음한 테이프를 통해 김 대통령이 "규선이, 대우를 도와주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네… 그 사람(김우중 전 회장)을 돕게. 그리고 차기 전경련 회장이 될 것이네. 나, 도움을 많이 받았네. 그리고 이 회사 저 회사 만나게 하지 마. 그냥 대우만 만나서 투자유치를 시키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같은 주장은 DJ의 정치자금 출처와 대우에 대한 특혜로 해석되면서 강한 정경유착 의혹을 불러일으켰었다.

포천의 김우중 인터뷰 사실을 보도한 FT는 23일 "인터폴이 그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당국은 인터폴을 통한 신병확보를 탐탁해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의 재판과정에서 정권과 대우그룹의 유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증거는 김우중이 해외에서 한 기업의 자문역까지 맡는 등 완전한 자유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천은 "김우중이 지난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취미인 골프를 즐기고 프랑스의 한 건설회사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우중은 또 자서전도 집필중"이라 했다.

세계기업사상 최대규모인 80조원의 부도를 낸 경제전범답지 않은 자유로운 생활이다.

***"20조 분식회계는 대단한 게 아니었다"**

김우중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범죄행위를 정당화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을 사기와 횡령 혐의로 수배한 데 대해 "그들은 나를 마치 사기꾼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나는 결코 부패를 꿈꿔본 적도 없다. 다만 분식회계 부문은 인정한다. 그러나 당시 그것은 모든 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20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당시 이헌재 경제팀이 대우그룹을 부도처리한 것과 관련, "정부 관리들은 대우그룹의 과잉부채와 관련해 모든 문제를 비난했다. 그러나 당시는 금융위기였고 산업위기는 아니었다. 그같은 비상상황에서 우리는 단기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했다. 나는 대우 자산의 대부분이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할 수가 없었다. 대규모 사업은 외국정부와 공동투자 사업이었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또한 프로젝트의 기간이 너무 길어 중단할 수 없었고 아직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우리의 부채는 증가했다"며 대우부도 책임을 이헌재 경제팀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는 또 "나는 통상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것을 5년안에 하려고 했다. 그것은 나의 실수였다"며 자신의 잘못은 경영상 판단 미스였을뿐 경제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우중은 또 "사람들은 아마 최대 5년안에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해 앞으로 자신의 복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우중 '2월 귀국설'**

정.재계에서는 이같은 김우중의 폭탄발언이 금명간 귀국을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실제로 김우중의 측근들은 김우중의 '2월 귀국설'을 흘리며, 귀국후 검찰에 구속되더라도 병보석 형식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컨대 DJ의 퇴임에 맞춰 귀국, DJ와의 정경유착 거래 내역을 공개한 뒤 대우 부도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정부 잘못으로 돌려 재생의 기회를 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과연 김우중의 노림수대로 향후 정국이 전개될지는 의문이다. 김우중의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우중이 일단 DJ와의 유착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정.재계는 엄청한 파문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우중이 펼쳐온 정경유착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안전지대에 있을 정.재계의 기득권층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우중 귀국이 어쩌면 대대적 정.재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게 정가의 긴장어린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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