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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판도라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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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우중 판도라상자' 열리나

전ㆍ현직 국회의원 2명, 인천시장 수사선에 올라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김우중 판도라상자'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한 것인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김우중 판도라상자' 열리기 시작했나**

대우그룹 비리를 수사중인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본부장 김종빈 대검 중수부장)는 (주)대우자동차판매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가운데는 최기선 인천시장과 송영길 민주당 의원 외에 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도 포함돼 있다고 9일 밝혔다.

최시장은 토지 용도 변경 건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송의원은 96년 6월 보궐선거 직전 김우중 전 대우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다. 대우 경영진 출신인 이 전의원은 7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가성이 분명한 최 시장은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하고, 송의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의원이 받은 돈은 그 성격을 두고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수사본부는 로비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 전병희 전 대우자판 건설부문 사장 측근에게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로비 내역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장부 등을 입수, 분석작업을 하는 한편, 전씨가 하청업자와의 계약과정에서 공사비 10억5천만원을 과대계상하는 방법으로 빼돌린 뒤 이중 3억원을 최 시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나머지 7억5천만원의 행방을 추적중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위의 3명 이외에 대우그룹이 인천 연수구에 대우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로비자금을 받은 인천지역 정치인들이 2~3명 더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해 수사중이다.

송 의원은 9일 해명서를 통해 "당시 김우중 전 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후원금 전달 의사를 전해왔고 전병희 전 대우자판 사장이 돈을 전달했다"며 대학 동문회 차원의 후원금으로 알고 돈을 받았으나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 고 말했다. 송 의원은 "돈을 받은 시점은 대우가 부도나기 전으로, 나의 후원회장인 송자 당시 연세대 총장이 연세대동문회에 도움을 요청, 동문회장이던 김우중회장이 1억원을 준 것" 이라고 해명했다.

***김우중 비자금은 정가의 최대 뇌관**

김우중 비자금 문제는 지난해말 월간조선 11월호의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었던 김우일씨의 인터뷰와, 그에 이은 민주당 박정훈 전 의원 부인 김재옥씨 인터뷰에서 문제화됐다.

당시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지난 88년 김홍일 의원에게 거액의 자금을 사과박스에 담아 전달했다는 민주당 박정훈 전의원 부인 김재옥씨의 주장과 관련, "대통령은 이제 이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 정당 창당이나 양대선거 자금인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투기를 했는지 행방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난 2월7일 국회 정무위에서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우 위장계열사조사와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검찰고발과 관련, "이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비자금 조성의 배후에 여권 실세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추궁했다.

김우중 전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자 김대중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은 이를 해명하라는 야권의 공세를 뒤로 한 채 지난 1월6일 미국으로 떠났다.

김우중씨는 지난 91년 외국환 관리 명목으로 BFC(British Finance Center)라는 회사를 영국에 설립하고 지난 97년 이후 3년동안 30여개 계좌를 통해 2백억달러(약 25조원)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가운데 10조원 이상이 김 전회장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중이 사법처리되면 은행장, 국회의원 등이 줄줄이 불려들어갈 것"**

검찰이 지난 3월11일 새한그룹 이재관 전 부회장을 전격 소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적자금 관련 비리 수사에 굵직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 자민련 김용채 부총재는 공적자금 지원 부탁과 함께 기업체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재벌이 쓰러져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비자금 뒤에는 어김없이 '정치자금'이 숨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에 속한다. 대우 부도 후 재계에서는 "대우 같은 기업이 정치권에 '보험'을 들어놓지 않았을 리 없다"며 '김우중 리스트'의 존재설이 나돌았다.

심지어 재계 원로의 입에서도 이러한 개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99년 말 "김우중 회장이 사법처리되면 은행장,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줄줄이 불려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우리의 경제 관행과 시스템 속에서 재벌 회장들은 모두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며 "김 회장도 30여 년간 기업을 해오면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우중이 관리해온 국회의원은 20~30명**

월간조선 2001년11월호에 실린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었던 김우일씨의 인터뷰에서는 김우중씨의 비자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대우 기조실 출신의 두 의원은 각각 여당과 야당 전국구로 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두 분의 여의도 입성 과정에 회장의 물질적인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해요. 그 후 일이 있을 때마다 회장은 물론 각 계열사 사장들이 두 의원에게 부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대우 출신 두 의원 외에도 20~30명 정도 국회의원이 김회장과 깊이 교제하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회사가 필요로 할 때마다 김회장이 이 의원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도움을 받았죠. 제가 직접 목격한 사례인데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 만난 자리에서 김회장이 도움을 요청하자 의원들이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러더군요."

김우중씨가 배출한 정치인은 이재명 전의원과 박정훈 전 의원이다. 이 전의원은 김전회장의 비서출신으로 대우그룹 기조실 사장을 거쳐 93년 민자당 전국구를 승계하면서 정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2000년 1월 국민회의 의원직을 사퇴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박 전 의원은 유신 때 김대중씨를 도우며 반독재운동을 펼친 박세경 변호사의 장남이자 김 전회장의 경기고 5년 후배다.

20여년 간 운동권에서 활동한 박 전 의원은 1983년 대우그룹 이사에 들어갔다. 1987년에 상무가 되었고 대우그룹 기조실 상무를 끝으로 1992년 대우를 떠나 그해 총선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등원했다.

월간조선 신년호에서 박 전 의원은 "김 회장이 야당 시절의 김대중씨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대우그룹에 있을 때 그 돈 심부름의 일부를 제가 했습니다. 지금은 그 내용을 밝힐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한 이인제 민주당 고문의 공세가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정가에서는 김우중씨와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까지 포문을 열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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