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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운운할 땐 언제고···

변양호 재경부 금정국장, 조흥 임직원에 맹반격

"그동안 정부가 관치금융을 계속하려고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지분을 안팔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는 정부가 지분을 팔아선 안된다고 말을 1백80도 바꾸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그동안 정부가 조흥은행 지분 80%를 갖고서도 관치금융 논란을 우려해 경영에 관여를 안하자 조흥은행에서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주인처럼 지내왔다. 조흥의 매각반대는 이런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새 주인을 맞는 것보다는 정부가 계속 주인이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조흥은행 임직원들을 향한 융단폭격이다.

***변국장, "속내는 새 주인 맞기가 싫은 것 아니냐"**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란 결코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야전사령관이다. 그만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특히 변양호 국장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는 지난해 월가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앞으로 세계경제 변화를 선도할 15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은 인물이다. IMF사태 발발직후 월가의 구렁이들과 만나 외채만기협상을 주도했고, 그후 관료답지 않게 '시장친화적 정책'을 펼쳐 전윤철 부총리로부터 "천하의 금정국장이 그렇게 행동하니 정부 말발이 안먹히는 거지"라는 꾸지람(?)도 숱하게 들은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국제금융계에서 변국장은 "얘기가 통하는 몇 안되는 관료"로 통한다.

이처럼 간단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인 변국장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조흥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 7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조흥은행 임직원들의 태도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변국장은 조흥 임직원들이 제기한 매각 의혹과 관련,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조흥 임직원들은 현재 신문광고등을 통해 정부의 조흥은행 지분매각 움직임과 관련, "각종 사전담합 의혹이 제기될뿐 아니라 2조5천억원이상의 국민세금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사전담합 의혹과 관련한 변국장의 답은 단호했다.

"조흥은행을 포함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정부 보유지분 매각 방침은 연초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이미 보고한 사항이다. 이에 지난 5월 조흥은행 지분 15%를 DR형태로 팔려 했으나 시장상황이 나빠 실패했다. 지난 9월에는 공식적으로 입찰방침을 밝힌 뒤 절차에 따라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다가 원매자가 많이 나타나고 지분 50%이상을 사겠다는 쪽까지 나타나 현재 4개사가 조흥은행을 실사중이다."

그는 하필이면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각을 하려느냐는 '헐값 매각' 시비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주가는 매일 변동하는 것인데 주가가 떨어졌다고 팔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당연히 사는쪽은 싸게 사려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실사중인 4개기관의 경쟁을 유도해 가능한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실사를 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에 따라 값을 써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달말에 최종조건을 제시하게 되는데, 가격이 맞지 않으면 팔지 않을 것이다."

***"한보철강 때 놓쳐 2조원 받을 걸 5천억원밖에 못받았다"**

변국장은 이 과정에 해석하기에 따라선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조흥은행측은 지금 4천5백~4천6백원선인 주가가 내년에는 1만원이 될 것이라 주장하며 매각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은행금리가 3%인 수준에서 과연 그렇겠는가. 내년에 1만원이 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다면 투자가들이 왜 지금 조흥은행 주식을 사들이지 않을까."

올 하반기 들어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 카드 부실로 인해 내년도에 조흥은행을 포함한 은행 전반의 영업환경이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해석까지 가능한 발언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조흥은행 지분을 제값 받고 팔 수 있을 때라는 상황인식인 셈이다. 그는 한보철강의 예를 듦으로써 이같은 상황인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한보철강의 경우 2조원에 사겠다는 원매자가 나타났을 때 팔지 않고 때를 놓친 결과, 결국은 5천억원에 팔아야 했다."

그는 "신용평가회사인 S&P의 존 체임버스 이사가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처음에 원매자가 나타났을 때 매각을 안했다가 나중에 잘 받은 적이 없다는 조언을 했다"며 "조흥은행 매각도 원매자가 나타났을 때 해야 하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금융노조 등이 오는 20일 조흥은행 매각 반대 금융파업 방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달말 우선협상자를 정해 매각절차를 계속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재경부, "위성복 이사회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변국장의 발언은 최근 조흥 임직원은 물론, 금융노조 심지어는 한나라당까지 끼어들면서 혼미해지고 있는 조흥은행 매각 논란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는 데에서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조흥 문제가 불거지자 5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당초에는 3~4년내에 민영화를 목표로 주가추이를 보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럼에도 주가가 하락한 현시점에서 매각을 추진, 최대 1조2천5백억원의 공적자금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국장은 "은행 민영화는 결국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라며 정부방침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국장의 이날 인터뷰 행간에서도 읽을 수 있듯, 지금 정부에는 조흥은행 임직원들의 반발을 '조직 이기주의'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이같은 배경에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 "위성복 이사회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이름을 적시했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 매각을 막아서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조흥임원 경영진에게 의혹의 눈길을 던지는 것은 최근 경영진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이다.

한 예로 이달초 노조가 매각 실사를 막기 위해 전산실에서 1백대 거래기업의 전산자료 일체를 압수해 갔음에도 경영진은 여지껏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각신문에 내고 있는 "조흥은행 매각 반대" 광고의 주체가 초기의 '노조'에서 '임직원 일동'으로 바뀐 대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 조흥은행 경영진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7일 방송에 앞서 MBC측이 토론형식의 진행을 위해 조흥은행 경영진을 함께 인터뷰해도 좋겠다는 입장을 전하자, 변국장은 "좋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MBC측은 조흥은행 임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출연을 희망했으나 "회의후 답하겠다"던 조흥 임원들은 끝내 출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경부 금정국장과 은행 임원이 공개석상에서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번 정부지분 매각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조흥은행 임원들은 신문에 '임직원 일동' 형식으로 우회적 입장표명을 할 게 아니라, 자리를 걸고 공개석상에서 당당히 '소신'을 밝혀야 한다는 게 주위의 대체적 시선이다.

이제 공은 조흥은행 경영진에게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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