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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조흥銀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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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한지주, "조흥銀 사겠다"

연말 은행계 빅뱅 회오리, 정부반응은 '긍정적'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조흥은행을 사겠다고 나섰다. 은행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터져나온 신한의 비장의 대응카드다. 조흥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 반응도 긍정적이다. 연말 은행계에 또 한차례 거센 합병 태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신한지주, "조흥은행 사들이겠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조흥은행 입찰 마지막날인 23일 예금보험공사에 2개 외국 금융기관이 포함된 컨소시엄 명의로 정부가 보유중인 조흥은행 지분 80.04%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전격 제출했다. 신한측은 인수방식과 관련,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때 사용한 주식스왑 방식과 외국 금융기관 투자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병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조흥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산규모는 일순간에 1백40조원대로 급증, 현재 2위인 우리은행을 제치고 2백조원대의 국민은행에 이어 국내 랭킹 2위로 급부상한다.

금융계에서는 특히 합병이 성사될 경우 상류층 고객들을 상대로 한 PB(프라이빗 마케팅) 등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돼 국민은행과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의 투자의향서 제출에 대해 정부측 반응은 긍정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은행으로의 서울은행 매각에 이어 2조7천여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이 신한금융지주회사에 매각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구체적 매매가격을 둘러싼 가치평가(valuation) 결과를 지켜봐야 알 일이나, 현재로서는 신한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정부측 반응이다.

조흥은행 지분인수를 위해 오래 전부터 벨류에이션 작업을 해온 대형외국계펀드 대표도 "외국계가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한 후 패인을 분석한 결과 '외국계 혼자로는 한국에서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번에 신한과 컨소시엄 구성을 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라고 밝혔다.

그는 "조흥은행은 1백여년이 넘는 국내 최고역사를 자랑하는 은행답게 강북 부자 등 돈많은 상류층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소비자 금융에 강한 은행"이라며 "서울은행 인수가 물 건너간 뒤 전략적 투자가치가 있는 유일한 은행이라는 게 외국계의 일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그는 "단 쌍용이나 아남반도체 등 거래기업의 잠재부실 여부가 걸리는 문제이긴 하나, 이는 앞으로 벨류에이션 과정에 제값이 매겨지면서 풀릴 수 있는 문제"로 내다봤다.

신한지주측은 옵션 조항때문에 투자의향서 제출 자체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나, 빠르면 앞으로 한달후쯤 우선인수협상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 전망이다.

***은행권 초긴장, 합병 태풍 불가피**

신한의 인수제향서 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계는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규모나 서비스경쟁력에서 만만치 않을 '신한+조흥' 합병은행이 출현할 경우 가뜩이나 치열한 은행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며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은행의 도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피인수대상이 된 조흥은행 분위기는 침울, 당혹이다. 국내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흥은행은 그동안 독자적 지주회사화를 통한 생존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그동안 돈을 벌어준 가계대출과 카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조흥은행내 일각에서는 은행간 합병을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내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융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조흥은행과 외환은행간 합병 가능성이었다. 두 은행의 경우 지난 96년 정부 주도하에 합병이 추진된 전력이 있는 데다가,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합병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외환은행의 한 고위관계자 역시 얼마 전 "카드와 가계대출 부실이 심해지면 조흥은행과 합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었다.

이런 차에 신한지주가 조흥은행 인수를 표방하고 나서자, 조흥이나 외환 모두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조흥은행은 특히 "1백년 역사의 은행이 신흥은행에게 먹힌다는 게 말이 되냐"는 분위기여서 향후 적잖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만약 조흥이 신한으로 넘어갈 경우 홀로 남은 외환은행은 기업은행 또는 우리지주회사와 합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신한지주가 합병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한미은행 분위기도 간단치 않다. 한미은행은 요즘 하영구 행장 취임후 주력해온 가계대출과 카드사업에서 적신호가 켜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적잖이 뒤숭숭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신한지주가 입장을 바꿔 조흥 인수에 나서자, 이러다간 나중에 엉뚱한 곳으로 헐값에 팔려나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랭킹 1위의 국민은행도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국민은행의 VIP고객보다 조흥은행 VIP 고객 숫자가 많을 정도로 조흥은행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며 "신한과 조흥이 합친다면 국민은행으로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하는 국면이 초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지주의 조흥 인수가 과연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예단하기 빠른 상황이다. 조흥은행의 반발이나 벨류에이션 과정의 인수가격을 둘러싼 진통 등 넘어야할 산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은행 영업환경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합병 태풍이 한차례 거세게 몰아쳐올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위기와 대응'의 숨가쁜 계절이 또다시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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