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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향한 검찰 칼끝, 여권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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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향한 검찰 칼끝, 여권은 '부글부글'

윤영찬 "검찰의 이중잣대" 비판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5일 밤에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을 지낸 인사가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청와대와 여당에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은경 전 장관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산하기관 임원 물갈이에 대한 지시를 했느냐', '청와대에서 지시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2일 김은경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물갈이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의혹의 핵심은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부당 개입했느냐 여부다. <중앙일보>는 김은경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선에 탈락한 '청와대 내정 인사'를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 대표로 취업시킨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향할 수도 있다. 특히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애초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시킨 것은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다. 자유한국당은 2018년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무 유기 혹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설사 검찰 수사가 청와대로까지 번지지 않더라도, 김 전 장관의 구속 사실만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거세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이러고도 청와대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처단을 위해 '공수처(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가 필요하다고 국민에게 말할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권의 블랙리스트 특검'을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비판해온 청와대로서는 보수 야당이 제기하는 '내로남불' 프레임도 부담스럽다.

청와대와 여당은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영장 청구 당일인 지난 22일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영장 기각을 기대한다는 뜻이지만, 초기에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적극적으로 방어하던 모습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면 여러 가지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보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는 검찰이 청와대의 허를 찌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당에서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이런 사안이 생긴다고 검찰 개혁에서 물러설 수 없고 꾸준히 개혁을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외곽에서는 검찰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도 나왔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수석이 든 사례는 두 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면서 경찰청장과 감사원장을 교체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김대중, 노무현 추종 세력들은 정권을 교체시킨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며 사퇴를 종용했고,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거들었다.

이러한 사례를 들며 윤영찬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사퇴 종용과 압박, 표적감사, 기관장 사찰까지 온갖 불법이 자행됐지만, 이 시기 정권의 '전 정권 인사 몰아내기'를 직권 남용으로 수사하겠다는 검찰발 뉴스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수석은 "검찰은 과거에는 왜 권력기관을 동원한 노골적인 임기제 공무원의 축출이 '불법'이 아니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간섭하지 않고 자율권을 주는 정권에게 검찰이 더 가혹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법원이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청와대는 한시름 놓겠지만 그럼에도 남은 정치적 상황이 쉽지는 않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학의 특검과 드루킹 재특검 등을 맞바꾸자고 제안하는 등 여야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당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패스트트랙도 바른미래당 일각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황교안 체제가 들어선 이후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재가동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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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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