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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의 '안티 네가티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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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몽준의 '안티 네가티브' 전략

현대그룹과 절연, 법정 선거비용만 사용

최근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이 앞으로 후보 검증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본격화될 네가티브(Negative) 공세를 막기 위해 선거 자금 사용 최소화, 현대그룹 계열사 이용 배제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 참모조직도 오프라인 형태보다는 프로젝트별로 외주를 주는 아웃소싱 방식을 통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정 의원이 그동안 폭넓게 구축해온 기존정치권외 인사들의 자문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안티 네가티브(Anti-Negative)' 전략의 구축이다.

***예상되는 반정몽준 세력의 네가티브 공세**

정 의원 캠프의 한 관계자는 20일 "정 의원이 내달초 신당 창당 및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면 각 대선출마후보 진영의 네가티브 공세 및 언론의 검증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이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를 짜놓고 다각적 대책을 수립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정몽준 의원 캠프가 예상하고 있는 네가티브 공세의 핵심은 정 의원이 재벌 2세라는 점과 이에 따른 '돈선거' 가능성,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 드러난 국민당의 현대그룹 조직 동원사태의 재연 논란 등이다.

우선 가장 쉽게 예상되는 공세는 "재벌 2세가 돈과 권력을 다 쥐려 한다"는 비판이다. 이미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와 권영길 민노당 대통령후보가 정 의원에 대해 이같은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정 의원 캠프는 대선 출마선언후 이같은 공세가 각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 노동계, 재계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돈 선거'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어린 눈길이 던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돈 많은 재벌 2세니까 돈의 힘을 빌어 대선을 치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한 지난 92년 정 의원의 선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국민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한 과정에 현대그룹 계열사 및 협력업체들이 총동원되다시파 한 대목도 네가티브 공세의 주된 메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컨대 '또다시 현대그룹 계열사 및 협력업체를 동원하지 않겠냐'는 의혹이다.

이밖에 정 의원이 재벌가에서 성장해온 과정에 무의식중으로 갖게 됐을지도 모를 선민(選民) 엘리트의식이나, 92년 대선과정에 국민당에 관여하면서 주도적으로 행한 '부산 초원복집 도청 사건' 등도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 의원측은 분석하고 있다.

***'돈 안쓰는 선거'**

이같은 네가티브 공세는 정몽준 의원에게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말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라는 게 정 의원 캠프의 판단이다. 이에 정 의원 캠프는 예상되는 공세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식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확정한 대책이 최대한 '돈 안쓰는 선거'를 한다는 것이다.

재벌 2세인 정 의원은 상당한 자산가이다. 한 예로 현대중공업의 주식만 1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현금화한다면 엄청난 거액을 동원할 수도 있다. 또한 대선 출마를 대비해 이미 수년동안 상당 규모의 자금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돈이 있어도 가능한 한 안 써야 한다"는 게 캠프의 생각이다. 돈을 풍성히 쓰기 시작하면 엄청난 네가티브 공세가 뒤따를 것이며, '돈의 힘'을 빌어 선거를 치르려 하다간 정 의원 개인자산 전체를 써도 턱없이 부족한 게 대선이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도 21일 아침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지금 정치권에게 혁명적 차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선 대선후보들 자신이 대선운동 기간중에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한도내에서 국고지원금과 개인 돈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가능하다.

정 의원 캠프의 한 관계자는 "92년 국민당 시절에도 정주영 명예회장이 헛되게 돈을 쓴 일이 없다"며 "정 의원 역시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돈을 헛되게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2년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은 정치초년병인 까닭에 초기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기자들에게 관행에서 벗어나는 거액의 촌지를 줬다가 비난을 자초하는 등 물의를 빚었지만 그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미 최대한 돈을 아껴 쓰는 선거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며 "한 예로 대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 참모들을 대거기용하는 방식보다는 분야별로 프로젝트 외주를 준 뒤에 결과물을 수렴하는 아웃소싱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출마선언 후에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거창하게 중앙당을 꾸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같이 최대한 검약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재벌 2세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최대한 불식시키겠다는 게 캠프의 구상이다.

***현대그룹과의 절연**

그 다음 확정한 전략이 현대그룹과의 절연이다.

정 의원 캠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92년 대선은 현대그룹 전직원이 총동원돼 치르다시피 한 선거였다"며 "따라서 정몽준 의원이 출마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은 92년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며 "당시는 정주영 회장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이었고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국내외 투자가들도 적었기 때문에 기업 동원이 가능했지만 과연 지금같은 세상에 정 의원이 시킨다고 계열사나 협력업체 동원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현대 계열사나 협력업체를 동원하려 한다면 노조나 직원들이 가만 있지 않고 인터넷 등지에 투서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빚어지고 해당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계열사 등을 선거 일선에 동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몽준 의원은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선출마 선언과 동시에, 현재 맡고 있는 현대중공업 고문직을 사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유럽에 나갔다가 '정몽준 의원이 출마할 경우 돕겠냐'는 특파원 질문에 "우리는 형제"라고 답해 적잖은 물의를 빚었던 정몽구 현대차·기아차 회장도 최근 들어서는 '지원 불가'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너 개인 차원의 지원은 할 수도 있으나 회사조직 동원은 안하겠다는 메시지다.

이같은 정 의원의 현대그룹 절연 구상은 현대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삼성 등 재계의 거센 반발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와의 절연을 공표함으로써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캠프에서는 이밖에도 예상되는 여러 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치밀하게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 잡음 일기도**

현재 무소속인 정 의원의 유일한 무기는 높은 '지지율'이다. 앞으로 신당 창당 등을 통해 조직력을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나, 현재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이번 대선에서의 승산은 삽시간에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 의원 캠프의 최대 관건은 대선출마후 예상되는 험란한 검증과정에 어떻게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관리해 지속적 상승세를 유지하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그룹과의 절연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정의원의 방향성은 맞다 하겠다. 지난 92년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인 셈이다.

문제는 그러나 과연 이같은 정 의원의 '안티 네가티브' 전략이 약속대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이다. 선거가 치열해지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잡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축구협회 임직원의 과잉 충성이나, 정 의원 후원회원 모집과정의 계열사 동원 잡음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울산의 현대중공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선이 본격화되면 임원들이 가만 있겠느냐"며 "더 늦기 전에 우리 사주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티 네가티브' 전략의 실천 여부도 앞으로 예의주시할 주목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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