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네가티브(Negative) 공세가 시작된 가운데, 정몽준 의원의 출생을 비하한 수준이하 발언이 나와 큰 물의를 빚고 있다.
한나라당의 김영일 사무총장은 21일 정몽준 의원과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간 신당창당 협의와 관련, "이른바 반부패 국민통합 신당이라면서 재벌기업의 적자도 아닌 서자를 데려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반부패 신당이 아니라 처음부터 부패하고 맛이 간 신당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발언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에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재벌기업의 적자도 아닌 서자"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몽준 의원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정실 부인 소생이 아니라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김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도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수준 이하의 '어불성설'이라는 게 세간의 지배적 평가다.
***김영일 총장의 반인격적 테러**
우선, 정몽준 의원이 '적자'가 아닌 '서자'라는 점이 과연 비판의 대상이 되느냐이다.
만약 김영일 사무총장의 비판대상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라면 얘기는 다를 수도 있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개인적 사생활 또한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라도 공당, 그것도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제1정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개석상에서 할 말과 못할 말이 있는 법이다.
더우기 비판의 대상이 정몽준 의원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적자'로 태어나느냐 '서자'로 태어나느냐는 본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만약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누군들 '서자'로 태어나고 싶어 하겠는가. '서자'로 태어났기에 정 의원은 그동안 말못할 많은 인간적 고뇌를 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마당에 김영일 사무총장의 '서자' 운운하는 발언은 정 의원과 그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상처를 줄지 모르는 일이다. 김 사무총장의 발언은 일종의 반인격적 '테러 행위'에 다름 아니다.
***김 총장은 어느 시대 사람인가**
그 다음, "반부패 국민통합 신당이라면서 재벌기업의 적자도 아닌 서자를 데려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발언의 논리도 앞뒤가 안맞는다.
이 논리대로라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적자인 정몽구 현대차·기아차회장이 신당을 만든다면 그것은 문제가 안된다는 식이다.
적자가 정당을 만들면 문제가 없고, 서자가 만들면 문제라는 식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논법인가. 아마 조선 봉건시대의 양반네들이나 하던 소리가 아닐까 싶다.
김영일 사무총장(61)은 경남 김해 출생으로 67년 사법시험에 합격된 뒤 주로 검사생활을 하다가 전두환 정권시절인 82년 대통령 사정비서관, 노태우 정권 출범직후인 88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 및 사정·법률담당 수석비서를 거쳐, 동향인 김영삼 정권시절에는 공천을 얻어 국회의원 뱃지를 단 이래 김해에서만 내리 세번 연속 당선된 3선 국회의원이다.
말 그대로 전두환 정권 이래 일관되게 권력 주변에 있었던 기득권층이다. 이같은 20년간의 기득권 생활이 그의 사고를 조선 봉건시절로 회귀시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회창 후보를 곤경에 몰아넣는 측근들**
한나라당의 당 3역중 하나인 김영일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앞으로 전개할 한나라당의 대(對)정몽준 네가티브 공세가 얼마나 치졸한 수준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예고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현재 정몽준 의원에 대한 네가티브 자료를 한 무더기 가득히 준비한 상태라며, 정 의원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면 현재 정 의원의 높은 지지율은 한순간에 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준비한 네가티브 자료가 이런 수준의 것들이라면, 단언컨대 한나라당은 결코 정몽준 의원을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네가티브 공세를 전개하면 할수록 한나라당의 추한 모습만 확대재생산될 게 분명하다.
최근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앞으로 포지티브(Positive) 전략을 적극 구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전략에 기초해 이후보는 이날 아침 대북정책에 대해 종전보다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아무리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한다 할지라도,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사무총장이 상식밖의 네가티브 공세를 펼친다면 이 후보의 노력은 도루묵 신세가 될 것이다. 이 후보는 포지티브 운운하기에 앞서 주변부터 엄히 다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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